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20일 밤(현지시간) 대형 화재가 발생해 최소 67명이 숨졌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으나, 발화 지점에 있던 가연성 물질로 인해 불이 급속도로 번진 데다 소방 차량 진입로가 막힌 탓에 초기에 불길을 잡는 데에도 실패해 인명 피해 규모를 키우고 말았다.
AFPㆍAP통신 등 외신과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날 밤 10시30분쯤 다카 구도심 지역인 초크바자르에서 큰 불이 나 최소 5개 동 이상의 건물이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였다. 최초 발화 지점은 4층짜리 화학물질 보관 창고였는데, 플라스틱 등 가연성 물질 때문에 주변 건물로 불길이 빠르게 확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으로 출동한 소방차량이 200대가 넘었음에도 21일 오전까지 12시간가량 불길은 계속 이어졌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현지 소방당국은 최소 67명이 사망했으며, 부상자도 45명이 넘는다고 밝혔다. 알리 아메드 소방청장은 “화재는 한 건물에서 발생했지만, 근처 화학물질로 옮겨 붙으면서 빠르게 번졌다”면서 “사상자 수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메드 청장은 최초 발화지점과 관련해선 “건물에 비치돼 있던 가스통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미국 CNN방송은 “건물 2개 동이 심하게 파손돼 붕괴될 우려도 있다고 경찰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초 이번 화재의 사망자는 10여명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불길이 쉽게 잡히지 않으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늘어났다. 주변 진입로가 사실상 막혀 버려 소방차량이 화재 현장에 뒤늦게 도착, 초기에 진화 작업을 벌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불이 난 건물들은 외벽을 맞대고 다닥다닥 붙어 있었던 반면, 이 곳으로 향하는 길은 매우 좁은 데다 그나마 여유가 있는 도로도 차량 등으로 꽉꽉 들어차 있었다. AFP통신은 특히 일부 건물의 경우, 외부로 통하는 문이 체인으로 감겨 있기도 했다면서 “주민이 쉽게 탈출하지 못해 커다란 피해로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방글라데시는 건물 안전 환경이 상당히 열악한 수준인 것으로 유명하다. 노후 건물들이 매우 많은 데다, 화재 예방수칙 등 안전 규정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초대형 피해로 이어진 건물 참사도 여러 번 발생했다. 2013년 4월 다카 인근 사바르시(市)의 8층 규모 라나플라자 의류공장 건물이 무너져 무려 1,134명이 숨졌던 게 대표적이다. 2010년 다카 구도심 화학제품 창고에서 발생한 화재로 120명 이상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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