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게 맞았다” vs “명예훼손 고소”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클럽 버닝썬에서 벌어진 폭행 사건을 둘러싸고 피해자가 가해자 취급을 받았다는 주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피해자를 폭행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며 논란이 거세다. 이 클럽은 인기 그룹 빅뱅의 멤버 승리가 운영하는 곳인데다 당시 현장을 찍은 폐쇄회로(CC)TV 화면이 잇따라 공개되며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24일 오전 6시 50분쯤 발생한 폭행 사건은 피해자인 김모(28)씨가 지난달 14일과 21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며 세상에 알려졌다. 김씨는 “클럽에서 성추행 당하던 여성이 내 어깨를 잡으며 숨어서 보디가드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오히려 집단구타를 당했다”고 밝혔다.
112신고를 해 경찰이 출동했는데 구타한 직원이 아니라 자신에게 수갑을 채워 연행했고, 이 사건으로 갈비뼈 등에 전치 4주 이상의 부상을 입었다고도 주장했다.
김씨는 다친 얼굴 사진과 함께 경찰 지구대 CCTV 영상을 공개하며 “경찰이 나를 구타했고, 이 모습을 어머니가 촬영하려 하자 경찰들이 어머니를 (지구대) 밖으로 끌어냈다”고 했다. 또 “119를 불러달라고 했지만 이마저 경찰이 방해해 진료를 받지 못했다”고 했다. ‘경찰이 피해자를 폭행했다’는 내용으로 김씨가 29일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은 하루 만에 참여 인원이 13만명(오후 5시 기준)을 넘어섰다.
반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이날 이재훈 서장 명의의 ‘사실은 이렇습니다’란 입장문을 통해 김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한 경위에 대해 해명했다. 경찰은 “김씨 신고를 받고 경찰관 4명이 클럽에 출동했지만 김씨가 집기를 던지는 등 흥분 상태로 인적 사항 확인을 거부했다”며 “김씨가 보안요원을 폭행하고 난동을 부렸다는 손님 및 보안요원들의 진술에 사실을 확인하려 했어도 김씨가 지속적으로 욕설을 하며 난동을 피워 업무방해 등 혐의로 체포할 수 밖에 없었다”고 반박했다.
119 구급대 출동에 대해서는 “김씨가 심한 욕설과 함께 돌아가라며 거부했고, 한 차례 더 출동했을 땐 구급대원이 긴급한 환자가 아니라 판단해 철수했다”고 설명했다.
강남경찰서는 김씨가 출동 경찰관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뇌물을 받은 게 아닌지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한 점에 대해서는 명예훼손으로 고소까지 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청문감사관실과 합동으로 폭행 사안에 대해 조사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김씨가 클럽에서 한 여성을 추행하는 듯한 영상이 공개됐고, 걸그룹 소녀시대 멤버 효연이 사건 당일 버닝썬에서 승리와 찍은 듯한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승리 책임에 대한 갑론을박도 벌어지고 있다.
한편 버닝썬 측은 이날 사과문을 내 “클럽 직원이 성추행 피해를 호소하는 여성 고객의 민원을 전달받아 대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폭행으로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사죄와 유감을 표명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상세한 경위가 기록된 CCTV 영상 전부를 수사기관에 제공하는 등 필요한 모든 협조를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