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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북미 정상회담이 다낭에서 열린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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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북미 정상회담이 다낭에서 열린다면…

입력
2019.01.26 14:00
수정
2019.01.27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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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를 바라보고 남북으로 길게 뻗는 다낭 미케 해변 모습. 해변을 따라 고급 호텔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남중국해를 바라보고 남북으로 길게 뻗는 다낭 미케 해변 모습. 해변을 따라 고급 호텔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다음달 말로 합의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진행된 실무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이제 구체적인 개최 장소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 핵실험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고 있는 등의 성과를 열거하면서 “조만간 열릴 또 따른 만남을 기대한다”고 밝힌 점을 보면 이들의 만남은 머지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베트남이 유력시 되고 있는 가운데, 그 안에서도 수도 하노이냐 중부 관광도시 다낭이냐를 놓고 의견이 분분합니다. 다낭을 먼저 다녀왔습니다.

우선 다낭은 베트남 정부가 최근 몇 년 전부터 ‘밀고’ 있는 직할시입니다. 북부 하노이와 남부 호찌민시 딱 중간(각 직선거리 600㎞)에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베트남의 경제가 호찌민과 하노이로 양극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허리’ 도시를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찌감치 있었고, 그에 따라 몸집을 키우고 있는 계획도시입니다. 베트남 내 여느 도시에서 보기 힘들 정도로 깨끗하고 넓게 쭉 뻗은 도로가 그 한 장면입니다.

미케 해변을 끼고 길게 늘어선 호텔들(초록색 깃발) 아래(남쪽)부터 셰라톤, 빈펄, 햐얏트, 크라운, 푸라마, 풀만 리조트. 낙타 목에 올라탄 듯, 맨 북쪽에 홀로 떨어져 있는 호텔은 인터컨티넨탈. 구글맵 캡처
미케 해변을 끼고 길게 늘어선 호텔들(초록색 깃발) 아래(남쪽)부터 셰라톤, 빈펄, 햐얏트, 크라운, 푸라마, 풀만 리조트. 낙타 목에 올라탄 듯, 맨 북쪽에 홀로 떨어져 있는 호텔은 인터컨티넨탈. 구글맵 캡처

긴 미케 해변을 따라 늘어선 호텔 등 잘 갖춰진 인프라에 날씨와 공기까지 좋아 큰 외국 손님 모시기엔 이 만한 곳이 없습니다. 정상회담 유치에 나선 베트남 정부는 다낭을 추천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레 티 투항 베트남 외교부 대변인도 최근 브리핑에서 “국제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경험이 있다”며 행사 개최에 자신감을 보인 바 있는데, 다낭이 그 주요 밑천입니다.

제일 먼저 찾은 곳은 셰라톤 그랜드 다낭 리조트. 2017년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당시 ‘갈라 디너’가 열렸던 호텔입니다. 나집 라작 말레이시가 총리 숙소로 사용한 곳이고,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왼쪽에 선 2층 규모의 별관 건물에서는 각국 정상들이 한 자리에 모여 저녁을 먹으면서 치열한 외교전을 펼친 바 있습니다. 지난 22일 찾았을 당시 1층 로비 한 가운데에는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와 주최국이던 베트남 정상들이 앉았던 의자와 원탁이 진열돼 있었습니다. 부매니저 티엔 응우옌씨는 “‘하노이룸’에서 이 정상들이 이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며 “이들의 만남을 기리기 위해 로비 중앙으로 옮겨놓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셰라톤 리조트 내부 객실동 전경. 로비로 들어서기 전 왼쪽편으로 2017 정상회의 당시 갈라 디너가 열렸던 별관이 있다.
셰라톤 리조트 내부 객실동 전경. 로비로 들어서기 전 왼쪽편으로 2017 정상회의 당시 갈라 디너가 열렸던 별관이 있다.
셰라톤 리조트 별관 로비에 진열된 원탁과 의자.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형,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 등 6명이 본 행사에 앞서 1층 ‘하노이룸’에서 앉아 담소를 나룰 때 사용됐던 의자다.
셰라톤 리조트 별관 로비에 진열된 원탁과 의자.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형,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 등 6명이 본 행사에 앞서 1층 ‘하노이룸’에서 앉아 담소를 나룰 때 사용됐던 의자다.

셰라톤 리조트는 다낭 국제공항에서 15㎞ 거리에 있습니다. 남중국해를 마주하며 해안을 따라 남북으로 길게 널어선 특급호텔들 중에서도 제일 남쪽에 있습니다. 거의 맨 끝이라는 이야깁니다. 작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이 센토사섬에서 열린 것으로 보면 정상 회담장으로도 가능성은 있어 보입니다. 양 정상의 숙소를 여기서 비슷한 곳에 잡으면 됩니다. 다만, 두 사람이 들어가기엔 너무 큰 공간은 경호 등에 단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가장 남쪽에 있는 셰라톤 리조트를 시작으로 북쪽으로 이동하면 오른쪽으로 베트남의 ‘삼성’으로 불리는 빈그룹이 지은 ‘빈펄 리조트&스파’, 지난 11월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찾았을 다시 묵었던 호텔(멜리아 하노이)과 같은 브랜드의 ‘멜리아 리조트’, 또 ‘빈펄 리조트’ 가 차례로 등장합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끌었던 행사 경험은 다른 호텔에 비해 약한 편입니다.

하얏트 리젠시 다낭 입구. 높은 담이 다른 호텔에 비해 눈에 띈다. 밖에서 내부를 볼 수 없다.
하얏트 리젠시 다낭 입구. 높은 담이 다른 호텔에 비해 눈에 띈다. 밖에서 내부를 볼 수 없다.

이어 들른 곳은 ‘햐앗트 리젠시 다낭.’ 2017년 APEC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숙소로 사용했던 호텔입니다. 미케 해변에 길게 늘어선 여느 호텔보다 높은 담을 자랑하는 호텔로, 지난 2011년 2ha 면적에 지어진, 한국 관광객들에게도 친숙한 호텔입니다. 안내를 맡았던 직원 바오 호앙씨는 “370개의 객실 중 손님 80%가 한국인”이라고 했습니다.

여러 동으로 구성된 시설 중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묵은 곳은 C동으로 해변을 바로 끼고 있었습니다. 호앙씨에 따르면 당시 C동 전체를 트럼프 대통령이 썼으며, 트럼프 대통령 외에도 외국 정상들이 찾으면 묵는 곳이라고 합니다. 이번에도 다낭을 찾는다면 이곳에서 또 묵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2017년 APEC 정상회담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묵었던 햐얏트 리젠시 다낭 리조트 C빌딩 전경. 해변을 곁에 끼고 있다.
2017년 APEC 정상회담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묵었던 햐얏트 리젠시 다낭 리조트 C빌딩 전경. 해변을 곁에 끼고 있다.

이어 닿은 곳은 ‘크라운 플라자 다낭’ 호텔. 2017년 다낭 APEC 당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묵었던 곳입니다. 해변을 향해 웅크리고 있는 듯한 다른 호텔들과 달리 초입부터 웅장한 모습을 자랑합니다. 붉은색 연등으로 치장한 탓에 중국 호텔처럼 보입니다. 크라운 플라자는 다국적 호텔인 인터콘티넨탈 호텔 그룹에 속한 브랜드입니다. 중국 자본이 개발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 시 주석은 문재인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을 이 호텔로 초대해 양자회담을 가졌습니다. 작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정상회담 당시 중국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비행기를 임대해주며 각별한 신경을 쓴 점을 감안하면 이 호텔도 모종의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크라운 플라자 다낭 로비 내부 모습. 미케 해변을 끼고 있는 다른 호텔들과 달리 웅장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2017년 APEC 당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묵었다.
크라운 플라자 다낭 로비 내부 모습. 미케 해변을 끼고 있는 다른 호텔들과 달리 웅장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2017년 APEC 당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묵었다.
크라운 플라자 로비로 들기 전 왼쪽으로 자리 잡은 별관. 시진핑 주석이 문재인 대통령, 푸틴 대통령 등과 양자 회담을 한 곳이다.
크라운 플라자 로비로 들기 전 왼쪽으로 자리 잡은 별관. 시진핑 주석이 문재인 대통령, 푸틴 대통령 등과 양자 회담을 한 곳이다.

크라운 플라자 옆으로 아리야나 컨벤션센터가 있습니다.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푸라마 리조트가 빌라타운과 함께 그 옆 부지에 지어 운영하고 있는 곳으로, APEC 정상회담이 열린 곳입니다. 20여국 정상들과 그 지원 인력들이 모인 곳이지만, 단 둘 만의 회동 장소로는 문제가 있을 정도로 넓어, 이곳이 사용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이어 북쪽으로 해안을 따라 ‘푸라마 리조트’가 있고, 그 옆으로 ‘풀만 다낭비치 리조트’가 있습니다. 풀만은 APEC 당시 문 대통령이 묵었던 곳입니다.

APEC 정상회담이 열린 아리야나 컨벤션센터. 푸라마 리조트가 운영하고 있다.
APEC 정상회담이 열린 아리야나 컨벤션센터. 푸라마 리조트가 운영하고 있다.

이상의 호텔들은 똑 같은 해변을, 같은 방향으로 끼고 들어선 시설들이라 전반적인 내부 구조가 비슷합니다. 가운데 풀을 중심으로 건물들이 둘러 앉아 해변을 조망하는 식입니다. 하지만 이런 호텔들과는 현저하게 다른 호텔이 하나 있습니다. ‘인터컨티넨탈 다당 리조트’가 그것입니다. 북쪽 해안 끝에 동쪽으로 낙타처럼 뻗어나간 지역에서 그 낙타 목에 올라타듯 자리 잡은 호텔입니다. 베트남 현지 부동산개발사 썬그룹이 지었고, 운영에는 지분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터컨티넨탈 다낭 리조트로 드는 길 초입의 입석. 여기서부터도 수백미터를 들어가야 정문이 나온다.
인터컨티넨탈 다낭 리조트로 드는 길 초입의 입석. 여기서부터도 수백미터를 들어가야 정문이 나온다.

우선 이 호텔은 위치가 외부 세계와 철저하게 차단이 돼 있습니다. 접근로가 구불구불한데다 오르막, 내리막길이 반복돼 속도 내기가 어렵습니다. 공항에서 21㎞ 떨어져 있지만 호텔 입구까지 40분 가량 걸렸습니다. 이 때문에 베트남 재계, 고위 공무원 등 현지에서 알법한 사람들 십중팔구는 다낭에서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이곳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APEC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등과 양자 정상회담을 할 때 이용하던 곳입니다.

다낭 시내에서 인터컨티넨탈 다낭 리조트로 연결되는 도로. 베트남에서는 험준한 편에 드는 산을 지나는 도로다. 그 보다 높은 곳으로는 군 부대 시설이 들어서 있다.
다낭 시내에서 인터컨티넨탈 다낭 리조트로 연결되는 도로. 베트남에서는 험준한 편에 드는 산을 지나는 도로다. 그 보다 높은 곳으로는 군 부대 시설이 들어서 있다.

이 시설은 호텔이나 리조트라는 이름보다는 차라리 요새에 가깝습니다. 험준한 산 아래 ‘몽키 베이’라고 불리는 만을 독차지하고 있습니다. 출입로가 차단된다면 헬기나 배를 띄우지 않는 한 접근이 힘든 곳입니다. 특히 호텔이 등지고 있는 산 정상은 군 부대가 자리를 잡고 있는 점도 경호에 더 없이 유리한 조건입니다.

안내를 맡은 직원은 “201개의 객실이 4개층(바다, 땅, 하늘, 천국)으로 구분 있다”며 “그 중에서도 정상들 숙소로는 ‘씨(바다) 레벨’의 14개 빌라가 주로 이용된다”고 했습니다. 해변에 인접한 객실로 비수기에도 1박에 3,000~5,000달러(약 340만~570만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14개 객실 중에서도 ‘프레지던트 스위트’를 갖추고 있는데, 직원은 “공교롭게도 현재 그 객실들은 리노베이션 중”이라고 했습니다.

북미 정상회담이 다낭에서 열릴 것을 염두에 두고 이뤄지는 보수공사인지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공사인지에 대해서는 확인해주지 않았습니다. 양 정상이 이 곳을 숙소로 사용하고, 그 중간에 있는 식당 등의 공간을 회담장으로 쓴다면, 베트남으로서 회담 준비는 더 없이 편할 것으로 보입니다.

’씨(바다)레벨’의 한 빌라에서 본 호텔 풍경. 이 곳에서 양 정상이 회담을 갖는다면 산책 코스에 포함이 될 것으로 보이는 해변. 하지만 발이 빠져서 육중한 두 사람이 걷기에는 여러모로 불편할 것이라는 게 호텔 직원의 귀띔.
’씨(바다)레벨’의 한 빌라에서 본 호텔 풍경. 이 곳에서 양 정상이 회담을 갖는다면 산책 코스에 포함이 될 것으로 보이는 해변. 하지만 발이 빠져서 육중한 두 사람이 걷기에는 여러모로 불편할 것이라는 게 호텔 직원의 귀띔.
호텔 로비는 물론, 천국과 하늘레벨 등의 객실과 해변을 연결하는 트램.
호텔 로비는 물론, 천국과 하늘레벨 등의 객실과 해변을 연결하는 트램.
‘몽키 베이’에 들어선 호텔답게 내부 곳곳에서 원숭이들이 눈에 띄었다.
‘몽키 베이’에 들어선 호텔답게 내부 곳곳에서 원숭이들이 눈에 띄었다.
호텔 내부 로비와 객실들을 연결하는 산복도로 변에 설치된 난간 위에 설치된 원숭이 상. 다양한 모양과 표정을 하고 있다.
호텔 내부 로비와 객실들을 연결하는 산복도로 변에 설치된 난간 위에 설치된 원숭이 상. 다양한 모양과 표정을 하고 있다.
해변에서 바라본 호텔. 해변 모래밭은 발이 깊이 빠진다.
해변에서 바라본 호텔. 해변 모래밭은 발이 깊이 빠진다.

다낭=글ㆍ사진 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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