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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택시운전사'서 송강호 국수 먹던 곳, 알고보니 경북 성주버스정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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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택시운전사'서 송강호 국수 먹던 곳, 알고보니 경북 성주버스정류장

입력
2019.01.28 04:4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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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가 거기야?] <1> 경북 성주 버스정류장 

 영화에선 전남 순천터미널로 나와… 1970, 80년대 풍경 간직 

 최봉 소장 “당시 제작진ㆍ승객 300여명 북적… 1000만 영화 뿌듯” 

영화 택시운전사에서 순천터미널로 변신한 경북 성주버스정류장이 아직도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영화 택시운전사에서 순천터미널로 변신한 경북 성주버스정류장이 아직도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아빠가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우리 소풍은 다음에 가자, 아빠가 손님을 두고 왔어.”

2017년 개봉한 영화 택시운전사에서 주인공 김만섭(송강호)이 광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경험한 뒤 전남 순천터미널에서 국수를 먹고 딸에게 전화하는 장면의 대사다. 극중 송강호는 이 식당에서 잔치국수를 먹으며 광주에 대한 주민들의 얘기를 듣고 심경 변화를 일으킨다.

하지만 이 곳의 진짜 촬영지는 순천이 아닌 경북 성주버스정류장이다. 순천터미널이 현대화되고 과거의 모습이 사라지면서 가장 옛 모습과 흡사한 성주버스정류장이 촬영지로 선택된 것이다. 영화 촬영은 지난 2016년 7월 1주일 동안 진행됐다.

정류장 주변 가게들은 간판이 현대화되긴 했지만 아직 1970, 80년대 버스정류장의 감성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영화촬영 당시 장소를 제공했다는 최봉(54) 성주버스정류장 소장은 22일 “큰 버스 여러 대가 와서 주변을 통제하고 영화촬영을 했다”며 “당시 촬영장에는 제작진과 버스 승객들이 뒤엉켜 200~300명은 운집해 있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최봉 성주버스정류장 소장이 영화 택시운전사 촬영 당시 현장 분위기를 설명하고 있다.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최봉 성주버스정류장 소장이 영화 택시운전사 촬영 당시 현장 분위기를 설명하고 있다.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제작진에 장소를 선뜻 내주기는 했지만 촬영이 시작되자 근처에 함부로 들어가지도 못했다고 최소장은 회고했다. 사진도 찍어 추억으로 남기고 싶었지만 접근 자체가 불가능했다. 최 소장은 “송강호와 함께 사진을 찍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촬영 후 제작진으로부터 송강호 사인을 받은 것으로 만족했다”고 말했다.

터미널 안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이순란(61)씨도 촬영 당시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이씨는 “촬영 당시 직접 만든 국수를 송강호가 직접 먹는 장면이 영화에 나오는 것을 보니 한편으로는 신기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최봉 성주버스정류장 소장이 영화 택시운전사에서 송강호가 국수를 먹던 장소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최봉 성주버스정류장 소장이 영화 택시운전사에서 송강호가 국수를 먹던 장소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영화 속 순천터미널이 성주버스정류장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이 곳은 사진명소로 등극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성주버스정류장을 방문하고 국수까지 먹었다는 ‘인증샷’이 한 동안 도배되기도 했다.

최 소장은 “당시 영화를 보고 일부러 성주버스정류장을 방문한 분들이 많아 주변이 붐비기도 했다”며 “1,000만 영화 관객 달성에 일조했다는 생각에 뿌듯했다”고 말했다.

영화 택시운전사 촬영장소였던 경북 성주버스정류장 대합실에서 승객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영화 택시운전사 촬영장소였던 경북 성주버스정류장 대합실에서 승객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성주군도 영화 촬영에 적극 협조했다. 촬영 당시 교통관리계장을 맡고 있었던 배해석 성주군 비서실장은 “영화 촬영 기간 중 성주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장소로 결정되면서 찬반집회도 자주 열리는 등 교통과 주차문제가 심각한 상태였다”며 “영화 촬영에 사드 집회까지 겹쳐 교통 통제를 하느라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몰랐다”고 회상했다.

배 실장은 또 “교통통제 협조를 요청하는 제작사 측에 ‘촬영 기간 동안 모두 성주에서 머물고 시장을 이용해달라’는 조건을 내걸어 지역경제 활성화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도록 했다”며 “영화 엔딩 크레딧에 내 이름이 올라간 걸 봤을 땐 색다른 느낌이었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하지만 성주버스정류장은 머지않아 추억 속으로 사라진다. 1972년 6월20일 문을 연 정류장의 시설 노후화와 주변 교통체증 유발 민원을 해소하기 위해 2022년까지 새로운 장소로 이사를 하게 된다.

이병환 성주군수는 “성주에는 택시운전사 영화촬영지인 버스정류장을 비롯해 다양한 관광명소가 있다”며 “성주를 직접 방문해 영화의 감동을 다시 한번 느껴보기 바란다”고 말했다.

성주=글ㆍ사진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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