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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객석에 앉은 정의선, 생산직 직원 초청한 구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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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객석에 앉은 정의선, 생산직 직원 초청한 구광모

입력
2019.01.03 04:4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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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앞줄 왼쪽에서 다섯번째) LG 회장이 2일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새해모임에서 임직원들과 새로운 도약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LG그룹 제공
구광모(앞줄 왼쪽에서 다섯번째) LG 회장이 2일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새해모임에서 임직원들과 새로운 도약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LG그룹 제공

2일 오전 7시45분 서울 서초구 현대차 사옥 1층 강당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시무식. 정의선(49) 수석부회장은 단상에 올라가는 대신 임직원 700여명이 앉아있던 객석 맨 앞줄 자리로 향했다. 주요 임원들이 무대 위 의자에 앉아 객석의 직원들을 내려다본 채 진행됐던 과거 시무식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국민의례 후 직원들이 회장에게 가볍게 인사를 하는 ‘회장님께 경례’도 식순에서 빠졌다.

곧바로 정 수석부회장이 단상에 올라 신년사를 8분 가량 낭독했고, 지난해 성과를 거둔 그룹 내 조직과 직원들에게 ‘변화와 혁신대상’을 시상했다. 2007년부터 우수 임직원에게 수여하던 상이었지만, 시무식 때 상을 주며 직원들을 직접 격려한 것은 처음이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시대 변화에 맞춰 행사에 약간의 변화를 줬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승진해 현대차의 경영 전면에 나선 정 수석부회장이 처음 주재한 이날 시무식엔 이처럼 과거와 다른 ‘변화와 혁신’이 담겼다. 그가 신년사에서 던진 메시지도 이전과 달랐다. 정몽구 회장이 신년사에서 전년 성과와 올해의 목표 판매량, 현장 경영 등을 강조했던 것과 달리 정 수석부회장은 직원들에게 “변화와 혁신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그는 신년사에서 “기존과 다른 새로운 게임의 룰이 형성되고 있다”며 “새로운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실패로부터의 교훈을 동력으로 삼는 문화로 전환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의 미래 전략도 제시했다. 2021년 자율주행 ‘로보택시’를 시범운영하고, 2025년 친환경차 모델을 44개로 늘려 판매량을 연간 167만대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수소전기차 대중화를 위해 2030년까지 약 8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그룹의 역량을 융합해 독자적인 모빌리티 서비스 사업모델을 구축하고, 외부 사업자와의 제휴를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확대해 제조와 서비스를 융합한 사업 기회를 발굴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1978년생인 구광모(41) 회장이 이끈 LG그룹 시무식은 변화의 물결이 더욱 두드러졌다. 지난 31년간 시무식이 열렸던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대신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처음으로 행사가 진행됐다. 이 곳은 LG의 미래를 준비하는 연구개발(R&D) 단지다. 이전엔 계열사 주요 임원 등 경영진만 시무식에 참석했으나, 올해는 연구직, 생산직 직원까지 시무식에 초청됐다. 때문에 참석 인원이 기존 400여명에서 800여명으로 크게 늘었다. 참석자들은 모두 정장이 아닌 비즈니스 캐주얼 차림이었고, 행사는 LG전자가 개발한 인공지능(AI) 로봇 ‘클로이’와 사내 아나운서의 공동 사회로 진행됐다.

과거엔 신임 임원을 소개할 때 화면에 얼굴 사진만 띄우는 딱딱한 방식이었으나, 이번에는 ‘버추얼(가상) 스튜디오’ 영상 방식을 도입, 신임 임원 134명이 손으로 하트를 만드는 등 역동적인 모습으로 자신들을 소개했다.

직원들처럼 넥타이를 매지 않은 비즈니스 캐주얼 차림으로 연단에 오른 구 회장은 신년사에서 ‘고객’을 30번이나 언급했다. 구 회장은 “변화의 출발점으로 LG의 고객 가치에 대한 세 가지 기준을 제시하려 한다”며 고객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감동을 주는 것, (감동을) 남보다 앞서 주는 것, 한 두 차례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거 구본무 회장이 “R&D 혁신,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역량 확보”를 강조하는 등 하드웨어 성장에 주력해왔다면, 구광모 회장은 고객만족 등 소프트웨어 성장에 힘을 쏟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다.

삼성전자의 시무식에선 위기 극복과 초일류 기업으로의 도약이 강조됐고, SK그룹은 ‘사회와 함께하는 행복’이 강조됐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날 경기 수원시 삼성디지털시티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100년간 영속하는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새해 포부를 밝혔다. 김 부회장은 “올해는 삼성전자가 창립 50주년을 맞는 뜻 깊은 해”라며 “10년 전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기업으로 도약한 것처럼 초일류ㆍ초격차의 100년 기업으로 올라서는 계기를 만들자”고 당부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시무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온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신년회에서 “어려운 경제환경 속에서도 더 큰 행복을 만들어 사회와 함께 하자”고 강조했다. SK그룹 신년회는 최태원 회장이 신년사를 발표하지 않고, 주요 관계사 최고경영자(CEO)가 패널로 참여해 대담, 토론한 뒤 최 회장이 마무리 발언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최 회장은 “SK의 구성원 개념을 확장해 고객과 주주, 나아가 사회 등으로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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