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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과자, 직접 먹어 볼게요” 북한 체험 콘텐츠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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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과자, 직접 먹어 볼게요” 북한 체험 콘텐츠 인기

입력
2018.12.31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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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창작자인 ‘회사원A’씨가 ‘젖은 분(쿠션팩트)’을 이용해 화장을 하고 있다. 회사원A 영상 캡쳐.
1인 창작자인 ‘회사원A’씨가 ‘젖은 분(쿠션팩트)’을 이용해 화장을 하고 있다. 회사원A 영상 캡쳐.

“자, 이제 ‘젖은 분’을 써보겠습니다. 색상은 한 가지고요, 얼굴 반쪽만 발라보겠습니다.”

물분크림, 눈시울 먹, 젖은 분. 영상 사이트 유튜브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1인 창작자 회사원A씨가 영상을 통해 화장품들을 줄줄이 늘어 놓았다. 그런데 이름들이 낯설다. 순 우리말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모두 북한 화장품이다. 물분크림은 파운데이션, 눈시울먹은 아이라이너, 젖은 분은 쿠션 팩트다.

회사원A씨는 기초부터 색조까지 모든 화장을 북한 화장품으로 했다. 북한 화장품은 ‘구’와 ‘신’의 묘한 조화를 풍겼다. 촌스러워 보이는 화장품 포장지 겉면에 QR코드가 붙어 있어 갓 생산된 제품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젖은 분’은 한국에서도 나온 지 얼마 안 된 팩트 제품을 거의 완벽히 재현했다.

회사원A씨는 눈썹 화장을 하면서 “일부 제품은 한국산보다 괜찮다”고 전했다. 강한 향과 촌스러운 포장, 다양하지 않은 색상 등이 흠이라면 흠. 회사원A씨의 북한 화장품 평가는 “나쁘지 않다” 였다.

1인 창작자 '회사원A'씨가 북한 화장품을 소개하고 있다. 회사원A 영상 캡쳐.
1인 창작자 '회사원A'씨가 북한 화장품을 소개하고 있다. 회사원A 영상 캡쳐.

◇ ‘겹과자·도라지라면’ 남한에 없는 맛

북한 제품을 직접 체험하는 영상 콘텐츠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화장품, 과자, 라면, 담배, 맥주 등 종류도 가지각색이다. 과자와 라면은 가장 인기 있는 체험 대상이다. ‘겹과자’, ‘와닐린 향 과자’, ‘도라지 라면’, ‘옥수수 라면’ 등 음식 이름도 화장품처럼 생소했다.

이름이 낯설수록 맛에 대한 사람들의 호기심도 크다. 맛에 대한 평가는 과자와 라면이 엇갈렸다. 과자를 맛본 출연자들은 “한국과자보다 단단하고 맛이 없다”고 평가한 반면 라면을 먹어 본 출연자들은 “맛있다”고 칭찬했다.

가장 극찬을 받은 것은 대동강 맥주. 김정은 위원장이 우리나라 맥주보다 맛있다고 말했던 맥주다. 1인 창작자 신쿡씨는 영상을 통해 “보리의 구수한 향이 강하게 난다”며 “우리나라 맥주와 맛이 정말 다르다”고 평했다.

영상 출연자들이 북한의 라면과 과자를 먹어본 뒤 소감을 말하고 있다. 위에서부터 빅민TV, 프리모, 신쿡 유튜브 방송 캡쳐.
영상 출연자들이 북한의 라면과 과자를 먹어본 뒤 소감을 말하고 있다. 위에서부터 빅민TV, 프리모, 신쿡 유튜브 방송 캡쳐.

관련 영상에 붙은 댓글들을 보면 북한 제품에 대한 사람들의 호기심을 바로 알 수 있다. 화장품 체험 영상에 ‘북한 화장품에 대해 잘 알게 됐다’, ‘신박한(새롭다는 뜻의 신조어) 콘텐츠여서 보는 내내 신기했다’ 등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순 우리말을 위주로 사용한 화장품에 대해 ‘촌스럽다’보다 ‘예쁘다’는 의견이 앞섰다. 한 네티즌은 “눈시울 먹 이름이 너무 예뻐서 갖고 싶다”고 밝혔다.

네티즌들은 북한 음식에 대해 ‘신기하다’, ‘먹어보고 싶다’, ‘과자들이 정직하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 일부는‘포장지가 좋다’, ‘나름 세련됐다’ 등 평소 북한에 대한 편견을 뒤집는 댓글도 보였다.

물론 좋은 의견만 있는 것은 아니다. 화장품에 대해 ‘바르면 피부가 상할 것 같다’, ‘할머니가 쓰시던 제품일 것 같다’ 등의 곱지 않은 의견들도 있다. 북한 음식에 대해서도 ‘위생이 걱정된다’, ‘먹기 꺼려진다’와 같이 불신의 뜻을 비쳤다.

◇ 남북 교류 늘며 북한에 대한 관심 증가 영향

북한 제품을 다룬 영상이 힘을 받는 것은 올해 가득했던 북한 이슈 덕분이다. 특히 지난 4월 남북정상회담 때 식탁에 오른 옥류관 평양냉면이 큰 화제를 모으면서 북한 제품, 음식 등이 관심을 끌었다. 이후 북한을 방문한 연예인들이 식당과 마트를 찾은 모습들을 공개하면서 북한 생활과 문화에 대한 사람들의 궁금증이 증가했다.

생생한 ‘북한 체험’에 대한 궁금증은 인터넷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꼭 가봐야 할 북한 여행지’, ‘평양냉면 외 북한음식’, ‘두부 밥 등 북한의 길거리 음식’ 등의 콘텐츠가 인터넷 게시판에서 인기를 끌었다.

옥류관 냉면. 연합뉴스.
옥류관 냉면. 연합뉴스.

1인 창작자들도 이런 열기에 적극 동참했다. 북한 라면 체험 영상을 만든 ‘빅민TV’의 지성민(26)씨는 “최근 북한 이슈가 늘면서 ‘북한’이라는 키워드에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북한 라면을 다루게 됐다”고 말했다. 북한 화장품을 다룬 1인 창작자 다이야씨와 대동강 맥주 체험 영상을 만든 신쿡씨도 “북한에 대한 관심이 예전보다 많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본다. 김준형 한동대학 북한학과 교수는 “세 번의 정상회담을 갖는 등 남북관계가 지난 11년간 묶여 있다가 풀리면서 북한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며 “북한 제품이 괜찮다는 생각이 들면서 관심을 끄는 것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성수 문화평론가는 “문화적 동질감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북한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것은 나쁘지 않다”며 “순수한 호기심을 독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북한 물품 체험 영상은 모두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제작됐다. 1인 창작자들은 영상에 밝힌 대로 타오바오 등 중국 인터넷 거래사이트나 중국 방문자들을 통해 북한 제품을 들여왔다. 일부 1인 창작자들은 남북 교류 행사 때 북한을 방문한 우리나라 참가자들이 사온 제품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준형 교수는 “대량 구매가 아니어서 유엔 제재 대상이 아니고 북한 체제를 찬양하는 게 아니라 재미로 소개하는 것이어서 국가보안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가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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