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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비싸지는데… 아이폰 배터리 교체 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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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비싸지는데… 아이폰 배터리 교체 대란

입력
2018.12.2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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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울 중구 애플 서비스센터 명동점 앞에서 아이폰 배터리 교체 서비스를 받으려는 아이폰 사용자들이 개점 전부터 줄을 지어 대기하고 있다. 이정은 기자
28일 서울 중구 애플 서비스센터 명동점 앞에서 아이폰 배터리 교체 서비스를 받으려는 아이폰 사용자들이 개점 전부터 줄을 지어 대기하고 있다. 이정은 기자

28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중구 애플 서비스 센터 명동점 앞. 패딩 점퍼로 중무장한 10여 명이 한파 속에 줄 지어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서울 아침 최저 기온은 영하 14도까지 떨어졌고 바람까지 불어 체감 온도는 더욱 낮았지만, 일부는 한 시간이 넘도록 기다렸다. 이들은 배터리 교체 서비스를 받기 위해 서비스 센터 개점 전부터 줄을 선 아이폰 사용자들이었다.

경기 용인시에서 온 대학생 이모(26)씨는 센터 개점 시간인 오전 11시보다 1시간 30분이나 빠른 오전 9시 30분부터 기다렸다. 이씨는 “후기를 보니 빨리 오지 않으면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고 해서 아침 일찍 준비해서 왔다”고 말했다. 그나마 명동점은 대기 시간이 짧은 편이었다. 다른 지점과 달리 추위를 피하며 기다릴 수 있는 공간이 없어 한파 속 길 위에 마냥 서서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프로그래머 이모(36)씨는 “아침 일찍 을지로의 서비스 센터에 갔는데, 그곳은 개점(오전 10시) 때부터 대기자 수가 80명을 넘어 포기했다. 여기(명동점)는 그나마 대기자가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아이폰 사용자들이 이처럼 서비스 센터에 몰리는 이유는 할인 가격으로 배터리 교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기간이 며칠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서비스 센터의 업무 처리 속도는 이를 따라잡지 못해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아이폰 사용자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 모델 중 상당수 모델의 배터리 교체 비용 할인 정책이 올해 연말로 끝난다. 애플은 앞서 아이폰 성능을 고의로 떨어뜨린 사실이 드러나자 아이폰6 및 이후 모델(XS 제외)의 배터리 유상 교체 요금을 3만 4,000원으로 인하했다. 내년 1월 1일부터는 5만 9,000원으로 오를 예정이다.

애플이 권고하는 배터리 교체 대상은 배터리 성능 수준이 80% 이하 또는 겨울철 급격한 온도 저하로 방전돼 전원이 꺼지는 기기 등이다. 이에 배터리 성능이 낮은 아이폰을 가진 사용자들은 31일까지 인하된 가격으로 배터리를 교체하기 위해 서비스 센터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28일 아이폰 배터리 교체 서비스에 관한 안내문이 서울 중구 애플 서비스 센터 명동점 입구에 게시돼 있다. 이정은 기자
28일 아이폰 배터리 교체 서비스에 관한 안내문이 서울 중구 애플 서비스 센터 명동점 입구에 게시돼 있다. 이정은 기자

애플의 배터리 교체 서비스는 인터넷으로 예약할 수 있지만, 전국을 통틀어 올해 예약은 이미 끝났다. 서울 노원구에서 온 대학생 김해인(21)씨는 “홈페이지 예약이 안 돼 결국 센터에 직접 올 수밖에 없었다. 점심 때쯤 가면 늦는다는 말을 듣고 일찍 왔다”고 말했다. 이날 김씨는 오전 9시 50분부터 1시간 넘게 기다려 두 번째로 입장할 수 있었다. 휴가를 낸 직장인도 있었다. 직장인 김미정(33)씨는 “점심시간에 오면 늦는다고 해서 결국 연차를 냈다”고 말했다.

애플의 아이폰 배터리 교체 비용 할인 종료 시기는 전 세계적으로 동일하다. 이날 서울 명동점 대기자 줄에는 외국인도 있었다. 볼리비아 출신으로 한국에 온 유학생 세르지오 페레즈(23)는 “배터리 성능이 70% 이하라서 바꿔야 했는데, 내년부터 가격이 인상돼 올해 바꾸고 싶었다”며 “11시에 문 연다는 건 알았지만, 주변에서 늦으면 못 바꾼다고 해서 일찍 와서 기다리게 됐다”고 말했다.

28일 아이폰 배터리 교체 서비스를 받으려는 아이폰 사용자들이 서비스 센터 명동점 개점 전부터 줄을 지어 대기하고 있다. 30분 만에 대기줄이 2배 넘게 길어졌다. 이정은 기자
28일 아이폰 배터리 교체 서비스를 받으려는 아이폰 사용자들이 서비스 센터 명동점 개점 전부터 줄을 지어 대기하고 있다. 30분 만에 대기줄이 2배 넘게 길어졌다. 이정은 기자

명동점 개점 시간인 오전 11시 직전엔 대기자 수가 40명에 육박했다. 서비스 센터 개점 시간을 놓치면 당일 서비스를 받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최영희씨는 27일 경기 화성시 동탄의 한 서비스 센터에 점심 무렵 방문했다가 대기 번호표 195번을 받았다. 최씨는 저녁까지 기다리란 말만 들었을 뿐 다른 대책은 없었다고 했다. 그는 “지금 배터리 교체 가격을 인하해주는 것도 아이폰 결함, 제조사인 애플의 잘못 때문인데 애꿎은 소비자만 계속 불편을 겪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배터리 교체 서비스를 받기 위해 서비스 센터 명동점 개점 직후 방문한 한 아이폰 사용자는 대기번호 35번을 받았다. 대기 시간은 약 3시간으로 예상됐다. 이정은 기자
배터리 교체 서비스를 받기 위해 서비스 센터 명동점 개점 직후 방문한 한 아이폰 사용자는 대기번호 35번을 받았다. 대기 시간은 약 3시간으로 예상됐다. 이정은 기자

아이폰의 수리 서비스가 복잡하고 불편해 더 이상 이용하고 싶지 않다는 불만도 들을 수 있었다. 삼성이나 LG 등 여러 브랜드의 스마트폰을 사용해봤다는 직장인 김미정씨는 “남들이 좋다고 해서 2년 전부터 아이폰을 써봤는데, 특별히 차별점이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아이폰 서비스 센터는 평소에도 대기 시간이 긴 것으로 악명이 높다. 김씨는 “다른 국내 브랜드 스마트폰과 비교하면 서비스 센터 수도 적고 직원 수도 적어서 사후 관리를 받기가 너무 불편하다”며 “다시 아이폰을 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용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지만, 애플은 묵묵부답이다. 이날 명동점 관계자들은 “본사 측에서 지침이 내려와 어떤 설명도 드릴 수 없다”며 입을 다물었다. 애플이 한국 소비자를 차별한다는 논란도 불거진다. 한국 아이폰 사용자들은 미국이나 일본, 중국 사용자들과 비교해 신기능을 늦게 이용할 수 있거나 아예 이용할 수 없는 사례가 늘면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8월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다음 스마트폰으로 아이폰을 구매하겠다’는 응답자는 지난해 2월 22%에서, 올 7월 17%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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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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