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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관에 귓속말로 공연 얘기 했더니 눈물 주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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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관에 귓속말로 공연 얘기 했더니 눈물 주르륵"

입력
2018.12.28 17:10
수정
2018.12.28 23:36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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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여름가을겨울’ 전태관 암투병 별세

김종진 “가장 선한 친구 잃었다”

‘브라보 마이…’ 등으로 4050 위로

정확하고 모던한 연주실력 독보적

27일 세상을 떠난 록밴드 봄여름가을겨울의 드러머 전태관의 영정 사진. 빈소는 28일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그의 단짝인 김종진은 전태관에 마지막으로 “네 딸은 걱정하지마”라고 했다. 연합뉴스
27일 세상을 떠난 록밴드 봄여름가을겨울의 드러머 전태관의 영정 사진. 빈소는 28일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그의 단짝인 김종진은 전태관에 마지막으로 “네 딸은 걱정하지마”라고 했다. 연합뉴스

록밴드 봄여름가을겨울의 드러머인 전태관은 영정 사진에서 반달 눈을 한 채 웃고 있었다. 사람 좋기로 소문난 그의 밝고 가벼운 웃음소리가 금세 터질 듯했다.

28일 오후 3시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 장례식장. 전태관의 오랜 지우이자 동료 멤버인 김종진이 조문객을 맞고 있었다. “아직도 안 믿어져요. (전)태관이 떠난다는 생각을 못 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김종진은 한숨을 쉬었다.

노래 ‘어떤이의 꿈’과 ‘브라보 마이 라이프’ ‘사람들은 모두 변하나 봐’ 등으로 4050세대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었던 전태관이 지난 27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56세. 전태관은 2012년 신장암 수술을 받은 뒤 6년째 치열하게 병마와 싸웠다. 암세포가 뇌와 척추 등으로 전이돼 2014년엔 밴드 활동도 중단한 터였다. 1998년 6월, 초여름에 봄여름가을겨울 1집 ‘봄여름가을겨울’로 세상에 나온 전태관이 겨울에 하늘로 떠났다.

김종진은 27일 오후 11시 50분 서울 양천구 신월동의 한 병원에서 전태관이 숨을 거둘 때 그의 옆에 있었다. “태관이가 열흘 전부터 중환자실에 있을 땐 기력이 쇠해져 말을 제대로 못했어요. 태관이한테 귓속말로 ‘야 우리 전 세계 돌아다니면서 연주했는데’라고 했더니 눈물을 주르륵 흘리더라고요.” 김종진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김종진에게 전태관은 “세상에서 제일 선한 친구”였다.

전태관은 지난 20일 나온 봄여름가을겨울 30년 기념 리메이크 앨범인 ‘친구와 우정을 지키는 방법’ CD를 보곤 엷은 미소를 지었다고 한다. ‘친구와 우정을 지키는 방법’은 병마와 싸우고 있던 전태관을 위해 윤종신, 윤도현, 장기하 등 후배 음악인들이 함께 제작에 참여한 앨범이었다.

전태관은 1986년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에서 음악 인생을 시작했다. 김종진(기타), 유재하(건반), 장기호(베이스)가 초기 멤버였다. 그룹 빛과 소금 출신 장기호는 이날 한국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태관이는 당시 미국의 칙 코리아 일렉트릭 밴드의 드러머였단 데이브 웨클을 정말 좋아했다”며 “그래서 드럼 연주가 정확했고 깔끔했으며 모던했다”고 말했다. 작곡은 김종진이 주로 했지만, 전태관은 봄여름가을겨울 사운드의 중심이었다. 전태관은 봄여름가을겨울로 국내 퓨전 재즈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2002년엔 노래 ‘브라보 마이 라이프’로 외환위기로 실의에 빠진 이들을 보듬기도 했다.

전태관은 탄탄한 연주 실력뿐 아니라 부드러운 인품으로 음악계에서 신망이 두터웠다. 록밴드 산울림 멤버인 김창완은 이날 SBS 라디오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에서 “태관이의 문풍지 같은 웃음소리가 기억난다”며 고인의 따뜻함을 추억했다. 전태관은 성격이 워낙 둥글둥글해 동료들 사이 윤활유 역을 했고 그래서 따르는 후배도 많았다. 가수 나얼은 김종진과 함께 빈소를 지켰다. 나얼은 두 달 전부터 장기호를 비롯해 가수 김현철, 재즈 피아니스트 곽윤찬 그리고 전태관과 함께 성경 모임을 하며 전태관의 쾌차를 지척에서 바랐다. 빈소엔 선후배 및 동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배우 김고은을 비롯해 김현철, 작곡가 손무현, 어반자카파의 박용인, 피아니스트 김광민, 사랑과 평화 출신 베이시스트 송홍섭 등이 빈소를 찾아 고민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윤종신, 싸이, 김동률, 선우정아 등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추모글을 올려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발인은 31일 오전 9시. 장지는 용인평온의숲이다. 아내 옆에 묻히고 싶다는 전태관의 유지로 정해졌다. 전태관의 아내는 지난 4월 암으로 먼저 세상을 떠났다. 유족으로는 딸 하늘씨가 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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