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경기침체+트럼프’ 공포 덮쳐… 세계 증시 블랙 크리스마스

알림

‘경기침체+트럼프’ 공포 덮쳐… 세계 증시 블랙 크리스마스

입력
2018.12.26 04:40
1면
0 0

다우지수 성탄절 전날 2.9%↓… 日증시도 성탄절 5% 급락

경기침체 우려ㆍ트럼프發 셧다운 악재 겹쳐… 국제유가도 폭락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어두운 표정으로 증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뉴욕=신화통신·연합뉴스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어두운 표정으로 증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뉴욕=신화통신·연합뉴스

‘크리스마스의 악몽’이 세계 주식시장을 덮쳤다. 미중 무역분쟁, 미국 통화긴축 정책 등으로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경제가 내년 침체 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우려 속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하는 정치적 혼란까지 금융시장의 위협 요인으로 부상한 탓이다. ‘R(recessionㆍ경기침체)의 공포’와 ‘T(Trumpㆍ트럼프)의 공포’가 세계 경제에 짙은 먹구름을 드리우는 형국이다.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우량주 중심의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653.17포인트(2.91%) 급락한 21,792.20에 거래를 마쳤다. 다우지수가 크리스마스 이브에 급락한 것은 122년 역사상 처음으로, 대공황 시작 전인 1918년 12월24일 낙폭(1.13%)보다 더 크다.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 역시 각각 2.71%, 2.21% 급락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등 국제유가 역시 이날 6% 넘게 폭락했다. 유럽에서도 프랑스 CAC 40지수와 영국 FTSE 100 지수가 각각 1.45%, 0.52% 하락 마감했다.

아시아 증시도 ‘블랙 크리스마스’를 맞았다. 25일 일본 닛케이 지수는 개장 직후 2만선이 무너지며 급락한 끝에 전 거래일(21일)보다 1,010.45포인트(5.01%) 하락한 1만9,155.74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해 4월 이후 1년8개월 만의 최저치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전 거래일(24일)보다 0.88% 하락한 2,504.82로 마감했다. 크리스마스 전후로 소비와 기업 매출이 증가하면서 연초까지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산타랠리’에 대한 기대는 실종된 상황이다.

글로벌 증시 하락률/ 강준구 기자/2018-12-25(한국일보)
글로벌 증시 하락률/ 강준구 기자/2018-12-25(한국일보)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축 요인으로는 ‘트럼프 리스크’가 우선적으로 거론된다. 예측불가능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세계 금융시장의 위협으로 부상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셧다운(정부 부분 폐쇄) 리스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 문제로 셧다운을 강행한 상태에서 장기화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연준이 미국 경제의 유일한 문제”라고 재차 공격하며 노골적으로 통화정책에 개입하고 있는 점도 시장의 불안감을 키웠다. 트럼프의 ‘연준 흔들기’가 중앙은행의 독립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떨어뜨려 금융시장에 악재로 작용한다는 의미다. 미 CNBC방송은 “시장이 워싱턴을 바라보면 겁을 먹게 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불확실성의 근원이 됐다”고 평가했고, 블룸버그 통신은 “워싱턴의 혼란이 투자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이날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대통령의 ‘금융시장 실무그룹’을 전화로 소집하는 등 진화에 나섰지만 이 역시 시장의 공포감만 키웠다는 분석이다. 이들이 마지막으로 소집된 것이 금융 위기 여파로 주가가 폭락했던 2009년이었던 탓에 또 다른 ‘경제위기’ 상황으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아키노 미츠시게 이치요시자산운용 대표는 “미국 주식시장을 끌어올리고 달러를 견인했던 트럼프 거품(버블)이 붕괴하고 있다”며 “앞으로 주가가 더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리스크는 우리나라에도 악재다. 내년 3월1일로 예정된 미중 무역협상을 앞두고 셧다운 사태가 길어진다면, 미국 측의 회담 준비가 차질을 빚어 협상 스케줄이 연기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남경옥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셧다운이 장기화할 경우 시장 불안은 더 확대될 소지가 있다”고 분석했고,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미중 갈등이 장기화하면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위험은 더 커지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내년 한국 경제가 나빠지는 건 이미 기정사실인 상태에서 어디까지 나빠질 수 있을지를 걱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내년 세계 경제에 대한 불투명한 전망은 금융시장을 위축시키는 보다 근본적 요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 등 주요 경제기관들은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이 올해보다 0.2%포인트 낮아진 각각 3.5%, 3.7%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2분기 연율 기준 4.2% 성장세를 보이며 ‘나홀로 호황’을 이어왔던 미국 경제마저 최근 각종 경제 지표가 부진한 모습을 보인데다 국채 장단기 금리차도 축소되면서, 경기가 고점을 찍고 침체 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석도 잇따르고 있다. 여기에 연준의 통화 긴축까지 가세하면서 형성된 내년 경기 침체 공포에 투자심리는 급격히 얼어붙는 형국이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