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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올해의 영화

입력
2018.12.25 04:4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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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한국 극장가를 돌아보면, 진부한 표현이지만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다. 성 평등과 현장 노동 환경에 대한 이슈가 있었다. 두 편의 ‘천만 영화’가 나왔지만 흥행의 음지에선 수많은 영화들이 ‘빈익빈 부익부’ 상황에서 고통받았다. ‘보헤미안 랩소디’ 신드롬이 있었고, 마블 영화는 여전히 위세를 떨쳤다. 대작들의 흥행 저조 현상은 뼈 아팠지만, ‘곤지암’이나 ‘리틀 포레스트’ 같은 알찬 성적을 거둔 영화가 있었다. 여성 캐릭터들의 약진도 주목할 만했다.

다양한 입장에서 결산이 가능하겠지만 흥행 트렌드 측면에서 본다면, 세 편의 한국영화를 ‘올해의 영화’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째는 ‘신과 함께’ 시리즈다. 작년 말 ‘신과 함께 – 죄와 벌’에 이어 올해 여름 ‘신과 함께 – 인과 연’까지, 두 편의 영화가 동원한 관객은 2,700만명에 달하고, 매출은 2,000억원을 넘어섰다. ‘신과 함께’를 꼽은 건, 단순히 ‘초대박’ 작품이어서는 아니다. ‘신과 함께’는 한국영화도 이젠 프랜차이즈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는 걸 보여 준다. 이 영화뿐만이 아니다. 속편으로 이어질 ‘마녀’, 전작의 부진을 딛고 흥행에 성공한 ‘탐정: 리턴즈’, 그리고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까지 올해 한국영화 흥행 20위 안엔, 총 다섯 편의 프랜차이즈 영화가 있었다.(12월 마지막 주 주말(21~23일)까지의 스코어)

이것은 산업적으로는 바람직한 현상이다. 마블 영화가 박스오피스를 장악하기 시작한 지 10년만에 한국영화도 서서히 프랜차이즈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셈이다. 한동안 한국영화가 범죄 스릴러와 블록버스터 사극에 올인했다면, 프랜차이즈 무비 특유의 판타지 요소가 만들어 낼 새로운 흐름도 기대할 만하다. 두 번째로 꼽을 영화는 ‘완벽한 타인’이다. 2018년엔 유독 리메이크 영화가 강세였다. 5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완벽한 타인’을 필두로 ‘독전’ ‘지금 만나러 갑니다’ ‘도어락’ ‘골든 슬럼버’ ‘사라진 밤’ ‘바람 바람 바람’ ‘인랑’ 등이 이어졌다. 그런데 프랜차이즈처럼 이 흐름을 바람직하게 봐야 할진 의문이다. 관건은 각색 과정에서의 ‘현지화’와 ‘공감’인데, 이 부분에서 그 성공률은 절반 정도인 상황이다.

그럼에도 흥미로운 건, 프랜차이즈든 리메이크든 한국영화계의 영화 만드는 방법이 조금은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젠 영화가 영화를 만든다. 전작이나 원작에서 새로운 영화가 나오는 방식이다. 그 변화 속도는 매우 빠르다. 올해 한국영화 흥행 20위 안에 속편이나 리메이크가 차지하는 비율은 40퍼센트. 흥행작의 70~80퍼센트를 이러한 영화로 채우는 할리우드 수준까진 아니지만, 올해 한국영화 시장의 구조와 달랐고, 이런 추세는 당분간 유지될 듯하다.

세 번째 영화는 ‘공작’이다. 조선 시대 이전을 배경으로 하는 사극 대작이나 일제 강점기 시기를 다룬 시대극이 한동안 쏟아졌지만, 2018년은 조금 달랐다. 작년 말에 개봉되어 올해까지 흥행몰이를 한 ‘1987’을 비롯, ‘공작’ ‘국가 부도의 날’까지 1980년대 이후 현대사에 대한 접근이 있었다. 사극이 스펙터클로, 식민지 시대극이 멜로로 그 경향성을 드러낸다면, 최근 등장한 현대사를 다룬 한국영화들은 드라마에 초점을 맞춰 가까운 과거를 조망한다. 약간은 관조의 시선이 생긴 셈이며, 이것은 한국 역사 영화의 소박한 진화이다.

2019년에 어떤 영화가 어떤 흐름을 만들어 낼진 예측하기 힘들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트렌드들은 한동안 우리 영화를 이끌지 않을까 싶다. 그 도착점이 어디일지 지금은 가늠하기 힘들지만, 그래도 10년 가까이 정체되어 있던 한국영화가 변화의 길로 들어섰다는 점에 작은 희망을 가져 본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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