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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2년 전 컨베이어벨트서 동료 잃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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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2년 전 컨베이어벨트서 동료 잃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증언

입력
2018.12.20 17:16
수정
2018.12.20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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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충남 태안군 태안의료원 상례원 앞에서 열린 '위험의 외주화에 따른 충남 노동자들의 현장증언' 기자회견에서 현대제철 비정규직 조정환 씨가 현장 상황을 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충남 태안군 태안의료원 상례원 앞에서 열린 '위험의 외주화에 따른 충남 노동자들의 현장증언' 기자회견에서 현대제철 비정규직 조정환 씨가 현장 상황을 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2년 전 철광석을 이송하는 컨베이어벨트에서 혼자 일하던 동료가 기계에 끼여 숨졌다. 이후 드러난 문제점에 대해 건의했지만 대부분 아직 개선되지 않았다.”

충남지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나도 김용균이다’라 외치고 나섰다. 이들은 자신들이 떠맡은 업무의 위험성과 차별, 일터에서 동료를 잃었던 경험에 대해서 토로했다. 김용균(24)씨 사망에 대해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과 삶은 김용균과 다르지 않다”고 호소했다.

20일 오전 태안보건의료원 상례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당진 현대제철 비정규직, 플랜트건설노조 관계자 등 지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참석해 자신이 현장에서 겪었던 일들을 털어놓았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김씨를 죽음에 이르게 한 원청 책임자를 처벌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 및 ‘기업살인법’ 제정 △위험의 외주화 중단과 자회사 아닌 직접고용 보장을 주장했다.

이들은 “우리는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생명과 안전을 위한 절차와 과정이 무시된 현장에서 우리는 언제든 김씨처럼 죽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원청은 사용자로서 책임을 회피하고 비용을 절감해 막대한 이윤을 창출하고 있다”며 “그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자고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요구했지만, 법안은 (국회) 서랍 어딘가에 처박혀있다”고 호소했다.

20일 충남 태안군 태안의료원 상례원 앞에서 열린 '위험의 외주화에 따른 충남 노동자들의 현장증언' 기자회견에서 고 김용균씨 동료가 대통령에게 위험의 외주화 중단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을 촉구하는 글을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충남 태안군 태안의료원 상례원 앞에서 열린 '위험의 외주화에 따른 충남 노동자들의 현장증언' 기자회견에서 고 김용균씨 동료가 대통령에게 위험의 외주화 중단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을 촉구하는 글을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터에서 동료를 잃었던 기억을 증언하는 이도 있었다. 당진 현대제철 비정규직 조정환씨는 “2년 전 고로로 철광석을 이송하는 컨베이어벨트에서 혼자 일하던 동료가 기계에 끼여 숨졌다”며 “이후 드러난 문제점에 대해 문서 등으로 건의했지만 대부분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조씨는 “원청과 하청,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란 구조 속에서는 절대 (김씨 사망과 같은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며 “제2, 제3의 김용균을 막으려면 정규직화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성철 플랜트건설노조 노안국장은 “2017년 11월 태안화력 3호기에서 보일러 예열기 청소작업을 하던 노동자 1명이 구조물에 끼여 목숨을 잃었는데 조사해보니 사고 예방을 위한 매뉴얼이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며 “이는 실수나 과실에 의한 사고가 아닌 살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발생한 사망 사고에 대해 서부발전은 내부 감사 보고서를 통해 △작업에 대한 위험성 검토 소홀 △사망 사고가 발생한 추가 작업에 대한 승인 없는 하도급 △공사감독자의 계획에 없는 점심시간 무단 작업 등 문제를 인정한 바 있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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