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어 페이보릿 코리안팀, K팝 센세이션 마이틴!” 미국인 아버지가 이처럼 말하며 공연 표를 건네자 두 딸은 꺄악~ 환호성을 지른다. “어떻게 표를 구했냐?”며 방방 뛴다. 그 뿐이랴. 공연장으로 향할 땐 온 가족이 ‘MYTEEN’이란 그룹명이 적힌 갖가지 색 티셔츠를 챙겨 입었다. 할아버지, 할머니도 예외 없다. 아니, 할아버지는 번쩍대는 응원봉까지 챙겨 들었다. 이 정도면 ‘K팝 덕후 가족’이라 해도 손색없다.
◇미국 드라마 에피소드로 등장한 ‘마이틴’
13일(현지시간) 미국 NBC가 방영한 드라마 ‘아이 필 배드’에 나온 장면들이다. ‘아이 필 배드’는 워킹 맘의 삶을 내세운, 평범한 가족 드라마다. 그런 드라마에서 가족간 관계를 이어주는 끈으로 K팝을 택했다는 건, K팝이 그만큼 현지인들의 삶 속으로 파고들었다는 얘기다. 드라마 속에서 두 딸은 아예 마이틴의 데뷔곡 ‘어마어마하게’(2017) 뮤직비디오를 틀어놓고 거기에 맞춰 춤도 그럴싸하게 따라 춘다. 화면 속 풍경은 분명 미국인데 “예뻐 보여”란 한국어 노랫말이 광광 울려댄다.
더 재미있는 점은 마이틴은 사실, 한국에서도 그리 널리 알려지지 않은 신인 그룹이란 사실이다. 마이틴의 소속사 뮤직웍스측도 “한 달 전 미국 쪽에서 곡 사용 허가 문의가 와 우리도 놀랐다”며 당황한 눈치다. 방탄소년단 이후 미국 스스로 괜찮다 싶은 K팝 그룹을 찾아 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팝스타 레이디 가가의 에이전시 ‘윌리엄 모리스 인데버’와 계약을 맺은 DJ 히치하이커는 “미국에서 K팝은 이미 ‘힙(Hipㆍ개성 있는)’한 문화가 됐다”고 말했다.
◇오마이걸ㆍMXM까지 미국 순회 공연
K팝이 지닌 힙한 이미지 때문에 미국 공연도 크게 늘었다. 레드벨벳은 내년 2월 미국ㆍ캐나다 순회 공연을 연다. 몬스터엑스도 11월과 이달 북미 최대 라디오 방송 아이하트가 기획한 연말 음악 축제 ‘징글볼’에 한국 가수 최초로 참여했다. 징글볼 투어를 지켜본 서현주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이사는 “공연 관계자뿐만 아니라 관객들이 K팝 아이돌 무대를 신기해하고 즐기더라”면서 “K팝도 1980~90년대 J팝처럼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봤다”고 말했다.
불길은 번지는 중이다. 레드벨벳처럼 이미 널리 알려진 그룹뿐 아니라, 이제 막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K팝 그룹까지 미국이 적극 초청하는 분위기다. 오마이걸은 내년 1월 18일 애틀랜타를 시작으로 시카코, 휴스턴 등 5개 도시 순회공연을 연다. Mnet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즌2 출신 두 멤버로 구성된 MXM도 내년 1월 17일 미니애폴리스에서 출발, 산호세 등 6개 도시의 팬을 만난다. 두 그룹엔 당연히 첫 미국 공연이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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