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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매출 8억 점포도 카드수수료 ‘0’… "사실상 보조금"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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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매출 8억 점포도 카드수수료 ‘0’… "사실상 보조금" 논란

입력
2018.12.03 04:4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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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용카드 세액공제 한도 1,000만원 확대 효과 

 제로페이 가맹점이라면 연매출 10억까지 ‘0’ 

 소득주도 성장 탓에 자영업 경기 안 좋아졌는데 

 해법은 세금 지원 더한 카드수수료율 인하 

수수료율 인하 및 매출세액공제. 박구원 기자
수수료율 인하 및 매출세액공제. 박구원 기자

정부가 최근 발표한 신용카드 수수료 개편안의 효과를 분석한 결과 내년부터 연 매출 8억원 이하 가맹점의 실질 수수료율이 0~0.15%로 확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연 매출 5억원이 넘는 일반가맹점의 수수료율을 크게 낮춘 것은 물론이고 연 매출 10억원 이하 사업자를 수혜 대상으로 하는 카드 부가가치세 세액공제 한도를 두 배로 늘렸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를 두고 정부가 카드 수수료율을 또다시 끌어내리며 시장 가격에 인위적으로 개입한 걸로 모자라, 세액공제 확대를 통해 소비자가 낸 세금(부가세)으로 딱히 영세사업자라고 보기 힘든 가맹점에까지 ‘보조금’을 줬다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26일 발표한 카드 수수료 개편안에 따라 연 매출 5억원 초과~10억원 이하 일반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현행 평균 2.05%에서 내년 1월 말 1.4%의 단일 수수료율로 조정된다. 신용카드 결제로 연간 7억원의 매출을 올린 가맹점주라면 카드사에 내야 할 수수료가 연 1,434만원에서 979만원으로 455만원 줄어든다는 얘기다.

이뿐 아니다. 같은 날 당정은 카드매출 부가세 세액공제 한도를 현행 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늘리는 방안을 내놨다. 현재 연 매출 10억원 이하 점포에 대해 신용카드 매출의 1.3%로 책정된 부가세 납부액을 최대 500만원까지 덜어주는데 내년부턴 이를 1,000만원까지 공제하겠다는 것이다. 정부 뜻대로 국회가 심사 중인 내년 세법 개정안에 이 안이 반영(2020년 말까지 한시 적용)될 경우 연 7억원 매출 점주의 내년도 카드 수수료 부담은 69만원으로 줄어든다. 매출액 대비 실질 수수료율이 0.1%로 뚝 떨어지는 것이다.

이처럼 수수료율 인하와 세액공제 확대가 동시 적용되면서 카드 매출액 기준으로 연 매출액이 8억원 이하인 가맹점은 내년 실질 카드 수수료율이 0.15% 이하로 경감될 전망이다. 현행 세액공제 한도(500만원)에선 연 매출 5억원 이하 가맹점만 실질 수수료율이 0% 수준으로 떨어지는 효과를 봤는데, 제도 개편에 따라 이 범위가 연 매출 8억원까지 늘어나는 셈이다.

연 매출 8억원 가맹점이라면 수수료율 인하(2.05%→1.4%)에 따라 현행 1,640만원보다 520만원 적은 1,120만원을 카드사에 수수료로 내는 동시에, 세액공제에 따라 국세청에 내야 할 부가세 1,040만원(8억원×0.13%) 가운데 1,000만원을 면제 받게 된다. 세제 혜택을 감안하면 8억원 매출을 올리고 실제로 낸 카드 수수료는 120만원(1,120만원-1,000만원)에 그친다. 매출액 대비 실질 수수료율로 따지면 명목상 수수료율(1.4%)의 10분의 1 수준인 0.15%다. 연 매출 10억원 가맹점이라도 실질 수수료율이 0.4% 수준으로 떨어진다.

서울시가 내달 선보이는 제로페이 가맹점이라면 ‘수수료율 0%’의 혜택이 연 매출 10억원까지로 확대된다. 제로페이 수수료율이 신용카드보다 낮기 때문이다. 가령 어떤 가맹점이 제로페이 결제를 통해 연간 1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면 연간 내야 할 수수료가 300만원(수수료율 0.3%)으로 세액공제액(1,000만원)보다 오히려 적다. 수수료와 절세액을 비교하면 700만원 이익을 보는 셈이다.

하지만 영세 자영업자로 보기 어려운 수준의 매출을 올리는 가맹점까지 대폭적인 실질 수수료 인하 혜택을 안기는 것은 합당치 않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특히 세액공제 확대를 두고 세금으로 가맹점에 무차별적 혜택을 안긴다는 비판이 나온다. 더구나 부가세는 형식적으로는 점주가 납부하지만 실질적으론 소비자가 부담한 세금을 점주가 대신 내는 것이고, 카드매출 세액공제는 애초 세원 양성화를 위해 카드 사용을 유도하려 도입된 제도라 여러모로 자영업자 지원의 명분이 서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한 카드업계 임원은 “연매출 8억~10억원 가맹점까지도 혜택을 보는 구조인데 벌이가 좋은 이런 가맹점까지 정부가 인위적 시장 개입을 통해 혜택을 주는 게 맞는지 납득이 안 된다”고 말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 실패로 경기가 안 좋아진 건데 정부는 엉뚱하게 이를 바로잡겠다며 카드 수수료 인하를 추진했다”며 “과연 세금 혜택을 동원해 인위적으로 수수료율을 낮춘다고 해서 자영업자 체감경기가 얼마나 좋아질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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