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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압박 통했나, 지표 악화 부담됐나… 매파 파월의 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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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압박 통했나, 지표 악화 부담됐나… 매파 파월의 변심

입력
2018.11.29 18:00
수정
2018.11.29 21:4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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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준 의장, 이코노믹클럽 연설

“現 금리 중립수준 바로 밑에 있다”

통화긴축 선호 기존 입장서 변화

금리인상 속도 완화 가능성 시사

일부 “기조 변화로 보기 어렵다”

나스닥 급등 등 시장은 일단 환호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28일(현지시간) 뉴욕 이코노믹클럽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욕=UPI 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28일(현지시간) 뉴욕 이코노믹클럽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욕=UPI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정책금리 인상에 대해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금리인상 속도조절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간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성향을 보여온 파월 의장의 변심에 시장은 환호했다.

파월 의장은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이코노믹 클럽’ 연설에서 “기준금리는 역사적 기준에 비춰보면 여전히 낮다”면서도 “경제를 과열시키지도, 둔화시키지도 않는 중립적 수준으로 추정되는 폭넓은 범위의 바로 밑(just below)에 있다”고 말했다. 중립금리는 이상적인 금리 수준을 뜻한다. 이에 가까워졌다면 연준도 더 이상 금리를 올릴 필요가 없어진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2.00~2.25%다. 이 수준이 중립금리의 바로 밑이라면 향후 연준이 금리를 빠르게 인상할 가능성은 적어지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9월연방공개시장위원회금리전망. 그래픽=박구원 기자
9월연방공개시장위원회금리전망. 그래픽=박구원 기자

특히 이날 파월 의장의 발언은 그 동안 통화긴축을 선호하던 입장과는 사뭇 다른 것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그는 지난달 초 한 대담에선 “현 시점에선 (금리가) 중립금리에 도달하려면 아직 멀었다”고 언급했다. 당시 시장에선 연준이 금리인상 기조를 고수하겠다는 뜻으로 여겼다.

파월 의장이 돌연 마음을 바꾸게 된 것은 정치적 압박과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전날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제이(제롬의 약칭)를 선택한 이후 지금까지 전혀 행복하지 않다”며 “누구를 탓할 것은 아니지만 연준은 자신들이 하는 일에 대해 완전히 잘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앞서 트위터 등을 통해서도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가 너무 빨라 미국 경제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공격했다.

연준이 잇따라 악화되는 경제지표에 부담을 느껴 속도조절에 나섰다는 분석도 없잖다. 실제로 상반기 호황을 보였던 미국 경제는 최근 이상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전날 미국 상무부는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수정치가 3.5%라고 발표했는데, 이는 지난 2분기(4.2%)에 비해 크게 낮아진 것이다. 소비지출 증가율과 주택가격 상승 역시 성장세가 주춤해지고 있다. 내년 하반기 미국 경제성장률이 1%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금융기관의 보고서(골드만삭스)도 발표됐다. 이광상 금융연구원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법인세 감면 조치에도 불구하고 3분기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거의 정체하는 등 기업들이 몸을 사리고 있는 분위기”라며 “실물경제 지표가 악화되는데다 통상마찰 문제까지 겹치면서 연준이 금리를 빠르게 올리는 게 부담스러워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미국이 다음달로 예고된 금리 인상은 예정대로 단행하겠지만 향후 인상 스케줄은 조정할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김두언 KB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무역분쟁,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이 격화하면 위험자산 수요 둔화 가능성이 있다고 명시한 만큼 점도표(연말 금리 수준 전망치를 점으로 표시한 도표) 하향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연준은 지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의 점도표를 통해 올해 추가 한 차례, 내년 3차례, 내후년 1차례 추가 금리인상을 예고했다.

다만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섣부른 예측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호상 국제금융센터 해외정보실장은 “이번이 첫 (통화완화) 발언인 만큼 바로 금리인상 기조가 바뀌었다고 판단하기엔 일러 보인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도 이날 “미리 정해진 정책경로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컬럼비아 트리드니들 인베스트먼트의 에드 알 후세이니 선임 분석가는 오히려 “시장이 과잉 반응하고 있다”며 “12월에는 연준 발언이 예상보다 매파에 더 가까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파월 의장의 비둘기적(통화완화 선호) 발언은 증시를 끌어올렸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2.50% 상등한 2만5,366.43으로 거래를 마쳤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95%나 급등했다. 29일 국내에서도 코스피가 0.28% 오른 2,114.10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은 코스피에서만 3,252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미 12월 금리인상 시장 전망. 그래픽=박구원 기자
미 12월 금리인상 시장 전망. 그래픽=박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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