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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 옆에 왜 없을까? 70:1경쟁 뚫은 통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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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 옆에 왜 없을까? 70:1경쟁 뚫은 통역

입력
2018.11.29 07:0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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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 복심 알 때까지 공부” 수습 기간 

지난21일 호주 원정 평가전을 마친 뒤 입국 기자회견을 하는 파울루 벤투 국가대표 감독, 옆에서 메모하고 있는 김충환(오른쪽) 씨. 대한축구협회 제공
지난21일 호주 원정 평가전을 마친 뒤 입국 기자회견을 하는 파울루 벤투 국가대표 감독, 옆에서 메모하고 있는 김충환(오른쪽) 씨. 대한축구협회 제공

국가대표 축구팀 감독의 통역은 단순한 말 전달자가 아니다. 24시간 감독과 동행하며 의중까지 파악하는 그림자 같은 존재다. 감독의 ‘복심’이라 언론의 관심도 집중된다. 2002년 한일월드컵 때 기자들이 가장 인터뷰하고 싶어한 사람은 거스 히딩크 전 감독 통역이었던 전한진 대한축구협회 사무총장이었다.

포르투갈 출신의 파울루 벤투(49) 감독이 지난 8월 중순 대표팀 사령탑에 선임된 뒤 통역은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의 스페인 통역이었던 이윤규 사원이 임시로 맡았다. 스페인과 브라질에서 거주한 이씨는 스페인어 외에 포르투갈어도 능하다.

하지만 국가대표 지원팀 소속인 이씨는 원래 다른 업무가 있는 처지다. 협회는 8월 말 벤투 감독 전담 통역 직원을 채용하겠다고 공고했다. 통역은 감독의 비서 업무도 겸해야 해서 자기 시간이 거의 없는 고된 직업이지만 70명 넘는 지원자가 몰렸다. 협회 조준헌 홍보팀장은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국가대표 현장을 직접 뛴다는 건 로망 아니겠느냐. K리그 구단들의 통역 외에도 포르투갈어를 잘 하는 젊은 인력들이 많이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10월 1일 최종 합격한 사람이 김충환씨다. 벤투 감독도 두 차례 면접관으로 직접 참여해 자신의 복심을 골랐다.

국내 대학에서 포르투갈어를 전공한 김씨는 포르투갈로 유학을 가 현지 대학에서 공부했고 포르투갈 프로축구 3부 리그 아나디아FC에서 일했다. 한국 프로축구 광주FC에서도 1년 간 브라질 선수와 피지컬 코치의 통역을 맡았다. 브라질과 포르투갈 모두 포르투갈어를 모국어로 쓰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는데 김 씨는 브라질이 아닌 포르투갈에서 언어를 익혔다는 점에 벤투 감독이 높은 점수를 줬다고 한다.

지난16일 호주와 평가전을 앞두고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벤투 감독과 통역 이윤규(오른쪽) 씨. 대한축구협회 제공
지난16일 호주와 평가전을 앞두고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벤투 감독과 통역 이윤규(오른쪽) 씨. 대한축구협회 제공

김 씨가 채용된 지 두 달 가까이 지났지만 벤투 감독의 공식 기자회견 등 중요한 행사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통역은 이윤규씨다. 김씨는 이씨가 자리를 비운 호주 원정 평가전 출입국 인터뷰 때만 잠시 통역을 봤다. 나머지 행사에서 김씨는 이씨 옆에서 열심히 메모만 할 뿐이다. 벤투 감독 부임 후 가장 큰 국제 대회인 내년 1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시안컵의 메인 통역도 김씨가 아닌 이씨다.

이는 벤투 감독의 요청이었다. 조 팀장은 “공식 기자회견 같은 중요한 자리에서는 감독 말의 뉘앙스까지 정확히 알아야 제대로 통역을 할 수 있다. 김충환씨가 간접적으로 경험을 하고 충분히 공부한 뒤 적응을 마치면 아시안컵 후부터 메인 통역을 맡기겠다는 게 벤투 감독의 생각이다. 감독님이 듣던 대로 치밀한 성격인 것 같다”고 했다. 지금은 일종의 수습 기간인 셈이다.

벤투 감독은 김충환씨를 처음 만났을 때 “실수해도 괜찮으니까 자신감 있게 했으면 좋겠다.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 물어보라”고 말했다고 한다. 김씨는 “감독님이 저를 편하게 대해주시려는 모습이 보였다”고 말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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