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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사학 징계권 남용 막자” 학생ㆍ학부모 헌법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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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사학 징계권 남용 막자” 학생ㆍ학부모 헌법소원

입력
2018.11.28 04:40
수정
2018.11.28 13:1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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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 판단 무시 징계 반복해

동구여중 10개월째 교장 공백

서울 동구여중 학생들이 지난 8월 22일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인근 경희궁 앞마당에서 학교 정상화를 촉구하는 글귀를 담은 손팻말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동구여중 학생들이 지난 8월 22일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인근 경희궁 앞마당에서 학교 정상화를 촉구하는 글귀를 담은 손팻말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리 인사는 교육청이 징계하라 해도 안 하고, 존경 받는 선생님은 징계하지 말라 해도 해임하는 게 모두 ‘합법’이라는 게 말이 되나요?”

10개월째 교장공백사태를 겪고 있는 서울 동구여중의 학생ㆍ학부모ㆍ교사들이 사립학교법인의 징계권 남용을 용인하는 사립학교법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기로 했다. ‘자율성’을 빌미로 교육적 책임보다 사적 판단을 앞세우는 사학에 제동을 걸기로 한 것이다.

동구여중 학부모회는 사립학교법의 일부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을 30일 헌법재판소에 낼 계획이라고 27일 밝혔다. 김경아 부회장은 “교육청이 교장 직위해제가 부당하다고 판단했지만 동구학원은 이를 무시하고 징계를 반복해 왔다”며 “교장공백으로 헌법 상 기본권인 교육권이 침해됐다고 보고 청구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청구인단에는 학부모 199명과 전교생, 교사 일부가 참여한다.

동구여중 사태는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동구학원은 안종훈 동구마케팅고 교사의 공익제보로 서울시교육청 특별감사를 받았다. 횡령 등 17건의 비위 사실이 적발됐고 이사 전원이 물러났다. 이후 교육당국은 관선이사를 파견해 정상화를 유도하는 한편, 동구여중은 교장공모제를 거쳐 지난해 5월 평교사였던 오환태 교사를 교장으로 임용했다. 하지만 재단이 시교육청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승소하면서 복귀한 구 이사들은 지난 2월 오 교장을 해임했다. 교원소청심사위가 재단 처분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오 교장은 지난 9월 복귀했지만 재단은 다시 직위해제 했다.

학교 구성원들은 사학법인의 자체 징계결정에 대해 교육청이 감독권한을 행사할 수 없는 것이 입법부작위라 보고 있다. 법인의 징계근거나 수위가 부적절한지에 대해 교육당국이 관여할 수 없는 폐쇄적 구조라 보복성 징계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교원이 소청심사로 지위를 회복하더라도 법인이 이를 무시하고 다시 징계를 반복하면 소용없다. 오 교장과 안 교사 모두 이로 인해 수 차례 파면 및 직위해제를 당했다.

사학법인이 교육청의 징계요구를 무시해도 법적으로 제재할 수 없는 현행 규정(제62조의 2)도 헌법소원대상이다. 이는 사학 비리를 용인하는 대표적 독소조항으로 꼽힌다.

학교 구성원들은 헌법소원이 학교 정상화를 위한 마지막 수단이라 보고 있다. 이들은 지난 1년간 재단에 수 차례 학교 정상화와 오 교장의 복직을 요구했고, 시교육청ㆍ국회의원을 찾아 다니며 해결책을 강구했다. 지난 8월에는 학생 193명이 체험학습의 형식으로 서울시의회와 교육청을 방문해 오 교장 복직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태는 제자리다. 오 교장은 “혁신학교 과정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 내년에도 재신청하려 했지만 교장 공석으로 없던 일이 되는 등 여러모로 교육권이 침해됐다”고 말했다.

만약 이번 헌법소원이 인용될 경우 정부는 동구학원이나 서울미술고처럼 사학비리로 고발된 교육기관을 감독할 수 있게 된다. 사립유치원 회계비리나 숙명여고 같은 사립고 내신비리, 이른바 ‘스쿨미투’ 등에 대해서도 실속 있는 제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청구대리인인 이정일 변호사(법무법인 동화)는 “청구내용이 사학 자율성이라는 법익과는 충돌하지만, 사립학교 재정 대부분이 국고로 지원되기 때문에 공적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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