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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눈엣가시’ 법관을 정신질환자로 몬 양승태 사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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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눈엣가시’ 법관을 정신질환자로 몬 양승태 사법부

입력
2018.11.23 19:10
수정
2018.11.23 19: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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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 인사기록 날조 혐의 수사 중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사법부에 비판적인 법관을 허위 사실을 근거로 의사 자문까지 받아 인사기록에 정신질환자로 둔갑시킨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검찰은 ‘눈엣가시’인 법관의 재임용을 막기 위한 인사기록 날조로 보고 수사 중이다.

23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2016년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실은 ‘물의야기 법관 인사조치 검토’ 문건을 작성하며 그 중 한 명인 김동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에 대해 물의야기 사유로 ‘조울증’이라고 적시했다. 문건에는 김 부장판사가 조울증 때문에 정신건강상 문제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앞서 김 부장판사는 수원지법 성남지원에 재직 중이던 2014년 9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1심 판결을 두고 ‘지록위마(指鹿爲馬ㆍ사슴을 가리키며 말이라 한다는 고사성어로 진실을 가리는 거짓이라는 의미)’라며 비판 글을 법원 내부망에 올려 그 해 말 정직 2개월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그로부터 5개월 뒤인 2015년 4월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김동진 부장판사 특이사항 보고’와 ‘김동진 부장판사 최근 특이동향 관련 대책’이라는 대외비 문건에 따르면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실이 김 부장판사의 정신건강 상태에 관해 유명 국립대 정신건강 전문의 자문을 받았다. △’지록위마’ 비판 글로 인해 최근 징계를 받았다는 사실 △과거 불안장애로 치료를 받은 병력이 있는 사실 △지인들에게 자신의 입장을 호소하는 이메일을 보낸 점 등을 정신과 전문의에게 알리고 자문을 받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김 부장판사가 조울증 치료에 쓰이는 리튬을 복용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전문의는 ‘(편집증과 피해 망상 등으로) 치료가 필요한 상태’라는 취지로 진단했으며 법원행정처는 이러한 의사 진단 내용을 인사조치 후 김 부장판사 상사로 있던 인천지법원장에게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검찰 조사 결과 김 부장판사는 불안장애로 치료 받은 사실도, 리튬을 복용하지도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사자인 김 부장판사는 행정처가 자신의 정신건강 상태에 대한 자문을 받은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행정처가 본인 동의도 받지 않고 의사에게 허위 사실을 제시하고 진단을 받아낸 것이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국정농단 수사팀은 지난 20일 김 부장판사를 비공개 조사해 이러한 사실관계를 확인했으며, 해당 전문의와 자문을 구한 당시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도 불러 거짓 진단을 뒷받침하는 진술을 확보했다.

문제의 문건에는 김 부장판사가 법원 인사 원칙상 서울 시내 법원에서 근무할 수 있지만 ‘인사패턴에 반해 지방 근무하도록 해야 한다’는 권고도 포함돼 있다. 실제로 김 부장판사는 2015년 2월 거주지에서 1시간30분 이상 소요되는 인천지법으로 전보됐다.

검찰은 양승태 사법부가 김 부장판사의 판사 재임용을 막아 법원에서 쫓아내기 위해 정신질환 조작과 함께 인사 불이익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부장판사 재임용은 2019년이며 현재 김 부장판사의 연임심사 절차가 진행 중이다.

김 부장판사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판사 신분을 가진 분들이 한 인간을 법조계에서 매장시키기 위하여 조직적으로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몰고 가려 했다는 점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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