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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체앤가바나 사태 불매운동 사안 아냐” 중국 정부, 애국심 부추겨 놓고 상황 관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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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체앤가바나 사태 불매운동 사안 아냐” 중국 정부, 애국심 부추겨 놓고 상황 관리만

입력
2018.11.23 16:08
수정
2018.11.23 22:31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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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영매체들, 논란 확산되자

“애국심 낭비할 필요 없다” 발 빼

돌체앤가바나는 중국어로 사과

중국 문화 비하 논란을 빚은 돌체앤가바나의 홍보영상. 웨이보 캡처
중국 문화 비하 논란을 빚은 돌체앤가바나의 홍보영상. 웨이보 캡처

중국 공산당 정권이 중국인들의 맹목적 ‘애국주의’를 정치적 목적으로 저열하게 이용하고 있다. 미국과의 무역전쟁 격화나 불량백신 파동 등 위기 상황에서는 의도적으로 애국주의를 부추겨놓고 정작 논란이 커지면 객관적 태도를 강조하며 상황 관리에 주력하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23일 최근 중국인 비하 논란을 빚은 이탈리아 명품브랜드 돌체앤가바나(Dolce&Gabbana) 사태와 관련해 “돌체앤가바나가 잘못은 했지만 불매운동으로까지 이어질 사안은 아니다”면서 “이런 일에 애국심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겅솽(耿爽) 외교부 대변인의 전날 논평과 맥을 같이 한다. 겅 대변인은 “외교적 이슈가 아니라 논평하기 부적절하지만 사태가 더 악화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돌체앤가바나의 공동창업자들도 이날 함께 직접 영상에 출연해 중국어로 “죄송하다(對不起)”라고 사과했다.

사실 환구시보를 비롯한 일부 관영매체는 돌체앤가바나 사태 초반 비난여론을 부추기는 데 주력했다. 돌체앤가바나가 홍보 영상물에 중국 여성모델이 젓가락으로 피자와 스파게티를 우스꽝스럽게 먹는 장면을 담고 창업자 겸 디자이너인 스테파노 가바나가 중국을 욕하는 메신저 대화를 보낸 사실이 공개되자 이를 강력 비난하며 대중의 분노를 끌어올리는 데 몰두한 것이다. 그 결과 유명 연예인들까지 불매운동에 나서고 알리바바ㆍ징둥(京東)닷컴 등 주요 전자상거래 업체들도 관련 제품을 모두 내리는 등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그런데 중국 정부가 사태 악화를 원하지 않는다는 공개 메시지를 보내자 언제 그랬냐는 듯 태도를 바꿨다.

사실 중국 정부나 관영매체는 그간 의도적으로 애국주의를 부추겨왔다. 인민일보가 무역전쟁 발발 직후 1면에 “어려움과 고생은 성공의 요소”라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발언을 대서특필한 게 단적인 예다. 당시 CCTV와 글로벌타임스, 환구시보 등 다른 관영매체들은 중국 최동단 섬을 30여년간 지키다가 숨진 왕지차이(王繼才)를 영웅시하며 “우리는 이런 애국정신을 대대적으로 기리고 새 시대 투쟁가의 가치로 추구해야 한다”고 분위기를 띄웠다.

지난 18일 중국 쑤저우(蘇州)에서 열린 마라톤대회에서 에티오피아 선수와 막판 접전을 벌이던 중국 선수 허인리(何引麗)가 자원봉사자가 건넨 국기를 받다가 균형을 잃으면서 금메달을 놓친 사건도 중국 사회에 일반화한 싸구려 애국주의의 상징이자 국제적 망신 사례로 꼽힌다. 중국육상협회는 당시 대회 주최 측을 통해 국기를 전달하라고 지침을 내려놓고 뒤늦게 “앞으로는 어떠한 경기 방해 행위도 금지한다”고 엄포를 놓았다.

‘798so**’이란 아이디를 쓰는 한 네티즌은 웨이보(微博)에 올라온 관련 뉴스에 “궁지에 몰릴 때는 군중심리를 부추겨놓고 막상 논란이 커지면 점잖게 훈수한다”는 댓글을 달았다. 물론 이 네티즌은 사후 보복을 우려한 듯 그 주체를 중국 정부라고 명기하지는 않았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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