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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왜 빨리 귤 보내지 않느냐”... 문 대통령이 세 차례나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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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왜 빨리 귤 보내지 않느냐”... 문 대통령이 세 차례나 재촉했다

입력
2018.11.23 12:00
수정
2018.11.23 22:0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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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품 뺄 경우 국내 품귀 우려… 소비자에 여파 없는 시점 잡아

11일 오후 제주국제공항에서 공군 장병들이 북한에 보낼 제주산 감귤을 공군 C-130 수송기에 싣고 있다. 국방부 제공
11일 오후 제주국제공항에서 공군 장병들이 북한에 보낼 제주산 감귤을 공군 C-130 수송기에 싣고 있다. 국방부 제공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송이버섯 선물에 대한 답례로 제주산 감귤을 보내는 과정에서 청와대가 야당과 국민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 절치부심했던 뒷얘기가 소개됐다.

여권 관계자는 23일 “귤을 보내는 데 약 5억 7,000만원 정도 들었는데, 1조원가량 되는 남북협력기금을 쓰지 않고 청와대 업무추진비에서 아낀 돈을 썼다”고 전했다. 청와대 1년 업무추진비가 56억 7,000만원 정도 되는데, 총무비서관실에서 10% 절감안을 짰고 이렇게 아낀 5억 6,700만원이 귤 구입과 운송 등에 쓰였다는 것이다.

애초 통일부에선 남북협력기금을 지출하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귤 선물은 정상회담 선물에 대한 답례 차원이기 때문에 남북 협력사업에 사용해야 하는 기금 취지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한다. 여권 관계자는 “만약 남북협력기금을 사용했다면 자유한국당에서 공격하려 벼르고 있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신세계백화점이 오는 12일부터 본점, 강남점, 영등포점 등 주요 점포 식품관에서 항공으로 직송해 최상의 신선함을 품은 노지 감귤과 한라봉을 선보인다고 11일 전했다. 신세계백화점 제공
신세계백화점이 오는 12일부터 본점, 강남점, 영등포점 등 주요 점포 식품관에서 항공으로 직송해 최상의 신선함을 품은 노지 감귤과 한라봉을 선보인다고 11일 전했다. 신세계백화점 제공

200톤이나 되는 막대한 귤 물량을 구하는 과정에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9월부터 ‘왜 빨리 귤을 보내지 않느냐’고 세 차례나 재촉을 했지만 청와대 참모들은 서두를 수 없었다고 한다. 당시 제주에서 나는 극조생종 귤은 상대적으로 물량도 적고, 맛도 떨어지는 품종이었기 때문이다. 북한 선물을 위해 최상품 200톤을 따로 뺄 경우 국내 시장에서 품귀 현상이 일어나는 상황도 걱정이 됐다.

결국 청와대는 제주감귤농업협동조합 측에 최상의 귤 품종 수확 시기를 확인했고, “11월 5일부터 하루 100톤 이상의 좋은 감귤이 나온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에 따라 11일이 귤 수송 D-데이로 잡혔다. 200톤의 물량을 빼내도 좋은 귤을 사려는 국내 소비자에겐 여파가 없는 시점으로 잡은 것이다.

귤 물량은 11일 오전 8시 제주공항에서 공군 C-130 수송기 4대에 실려 평양으로 전달됐다. 10kg 들이 상자 2만개에 담긴 귤은 11, 12일 이틀에 걸쳐 하루에 두 번씩 모두 4차례로 나눠 운반됐다. 하늘 길을 택한 이유도 북측에 최상 품질의 귤을 전달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육로를 택할 경우 대형트럭 수십 대가 필요했는데 운송 과정에서 귤이 짓무를 가능성이 제기됐다. 배로 보내는 방법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북측이 다시 항구에서 육로로 운송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결국 시간도 절약하고, 귤 상태도 최상을 유지하는 방법으로 군 수송기 운송이 채택됐다는 후문이다.

정상원 기자 orn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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