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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에게 말하라”… 카슈끄지 암살 배후 드러낼 ‘스모킹 건’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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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에게 말하라”… 카슈끄지 암살 배후 드러낼 ‘스모킹 건’ 되나

입력
2018.11.13 18:20
수정
2018.11.15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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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 연루 입증할 증거”

CIA도 ‘보스=빈살만’ 추정… 터키는 ‘신중론’ 입장

지난달 25일 터키 이스탄불 내 사우디아라비아 총영사관 앞에서 열린 사우디 출신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 규탄 시위 중 한 참가자가 이 사건의 배후로 의심받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가면을 쓰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스탄불=로이터 연합뉴스
지난달 25일 터키 이스탄불 내 사우디아라비아 총영사관 앞에서 열린 사우디 출신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 규탄 시위 중 한 참가자가 이 사건의 배후로 의심받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가면을 쓰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스탄불=로이터 연합뉴스

“당신의 보스(Boss)에게 말씀하세요.”

지난달 초 사우디아라비아의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살해된 직후, 사우디 암살단원 15명 중 한 명이 ‘윗선’과의 전화통화에서 “임무 수행을 끝냈다”며 이렇게 말했다. 터키 이스탄불 내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이뤄진 카슈끄지 사망은 우발적 사고가 아니라, 누군가의 ‘지시’로 치밀하게 계획된 ‘암살 작전’이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리고 이 발언의 당사자는 사우디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여행에 자주 동행했던 경호원 출신 ‘마헤르 압둘아지즈 무트레브’이며, 통화 상대방은 빈 살만 왕세자의 측근이라는 게 터키 정보당국의 결론이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카슈끄지 암살 당시 상황이 담긴 터키 정보기관의 감청 기록에 정통한 소식통 3명을 인용해 이같이 전하면서 “빈 살만 왕세자가 카슈끄지 살해에 매우 강하게 연루돼 있다는 증거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빈 살만’이라는 이름이 직접 거론되진 않았으나, 미 정보당국은 ‘당신의 보스’가 그를 지칭하는 표현이라고 본다는 것이다.

NYT에 따르면 해당 녹음 파일은 지난달 말 터키에 급파된 지나 헤스펠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비롯, 미국과 서방 국가의 정보기관 관리들 앞에서 직접 재생됐다. 터키 측은 또, 이들에게 “무트레브는 상관과의 전화통화에서 ‘범행 완료’의 효과에 대해서도 언급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전직 CIA 요원인 브루스 오 리델은 “이런 전화 통화는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최대한의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라고 평했다. 다만 터키는 미국 등에 녹음 파일 자체는 제공하지 않고, 녹취록 정도만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현 상황에서 빈 살만 왕세자의 개입이 100% 확실해졌다고 못 박긴 어렵다. 예컨대 무트레브가 빈 살만 왕세자의 명령으로 믿었다 해도, 이는 명령의 출처를 잘못 이해했던 데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터키 정보당국 관리들도 “빈 살만 왕세자를 결정적으로 연상시키는 표현은 아니다”라는 신중론을 펴고 있다. 사우디는 아예 이날 성명에서 “우리도 터키에서 녹음 파일을 받았지만, ‘보스에게 말하라’ 같은 문구는 없었다”며 “왕세자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모른다”고 의혹을 통째로 부인했다.

하지만 이런 흐름은 결국 백악관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NYT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빈 살만 왕세자와의 우호적 관계 유지 때문에 그의 개입을 입증할 구체적 증거가 없길 바란다”며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탈환한 민주당의 대(對)사우디 제재 강화 움직임도 백악관을 압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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