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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현 “아시아 배우 할리우드 활약…책임감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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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현 “아시아 배우 할리우드 활약…책임감 느낀다”

입력
2018.10.29 04:40
수정
2018.10.29 14:5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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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현은 “지난해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를 찍느라 1년간 한국에 한번도 오지 못했다”며 “조만간 한국에서도 좋은 작품에 출연할 기회가 주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문화창고 제공
수현은 “지난해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를 찍느라 1년간 한국에 한번도 오지 못했다”며 “조만간 한국에서도 좋은 작품에 출연할 기회가 주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문화창고 제공

“제 캐릭터를 ‘해리포터’ 팬들에게 알릴 생각을 하니까 두근두근 떨려요. 끝까지 정체를 감춰야 하는 비밀스러운 캐릭터거든요.”

배우 수현(33)의 목소리가 설렘과 긴장감으로 살짝 들떴다. 메가 히트작 ‘해리포터’ 시리즈를 잇는 영화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11월 14일 개봉)에 쏠린 전 세계 열성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수현은 익히 체감하고 있었다. 23일 서울 용산구 멀티플렉스에서 만난 수현은 “해외에서 또 한 번 좋은 기회가 주어져 기쁘다”며 생긋 웃음 지었다.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는 2016년 한국에서 466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신비한 동물사전’의 속편이다.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는 ‘해리포터’ 시리즈보다 70년 앞선 마법 세계를 다룬 스핀오프(외전)로, ‘해리포터’에 등장하는 교과서 ‘신비한 동물사전’을 쓴 마법사 뉴트 스캐맨더(에디 레드메인)가 주인공이다.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는 스캐맨더와 스승 덤블도어(주드 로)가 힘을 합쳐 어둠의 마법사 그린델왈드(조니 뎁)의 음모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원작자 J. K. 롤링이 각본도 맡았다.

수현은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는 뱀 내기니 역을 맡는다. ‘해리포터’ 원작에 악의 마법사 볼드모트가 늘 곁에 두는 애완 뱀으로 자주 등장해 친숙한 캐릭터다. 수현은 오디션을 보고 당당히 배역을 따냈다. “처음엔 혼자 영상을 찍어서 보냈고, 다음엔 화상 연결로 데이빗 예이츠 감독님에게 독백 연기를 보여 드렸어요. 마지막에 영국에 가서 면접을 봤죠. 뱀으로 변하는 모습을 연기해 보라는 주문에 아주 애먹었어요.”

수현은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에서 강력한 마법에 걸려 인간에서 뱀으로 변한 내기니.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수현은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에서 강력한 마법에 걸려 인간에서 뱀으로 변한 내기니.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내기니 역에 수현이 출연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예상치 못한 논란이 일었다. 백인 남성 마법사에 순종하는 캐릭터에 아시아 여성 배우를 캐스팅한 것이 인종차별이라는 지적이었다. 수현은 담담하게 자신의 견해를 꺼냈다. “할리우드에 진출한 뒤로 아시아 배우로서 책임감을 느끼면서 일해 왔어요. 학창 시절에도 인종 차별 문제에 관심 많았고요. 내기니가 그런 논란을 겪을 거라고 생각 못했어요. 단순히 애완 뱀이 아니라 내면에 강한 힘을 지닌 존재이거든요. 덤블도어 못지않게 중요한 캐릭터예요. 롤링 작가님은 항상 작품 안에서 소외된 이들에게 애정을 보여 주셨어요. 작가님을 믿어요. 멀리 보면 분명 오해가 풀릴 거예요.”

인간에서 뱀으로 변하는 내기니의 강렬한 모습은 예고편에서 미리 볼 수 있다. 뼈가 없는 듯한 동작, 감정 변화가 신체 변화로 이어지는 움직임 등을 연습해 표현했다. 고난도 동작은 전문가의 도움도 받았다. 극중에서 크레덴스 베어본(에즈라 밀러)과 붙어 지내는 내기니를 수현은 “무언가를 휘감는 괴물 같은 느낌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림 3 수현(왼쪽 두 번째)은 에디 레드메인, 주드 로, 조니 뎁, 에즈라 밀러 등 유명 배우들과 어깨를 견주며 연기 호흡을 맞췄다.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그림 3 수현(왼쪽 두 번째)은 에디 레드메인, 주드 로, 조니 뎁, 에즈라 밀러 등 유명 배우들과 어깨를 견주며 연기 호흡을 맞췄다.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는 전체 다섯 편으로 계획됐다. 앞으로 이어질 세 편에 수현이 출연하게 될지는 ‘철통보안’ 사안이라 알 수 없지만, 할리우드에서 수현의 인지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을 시작으로 ‘이퀄스’(2015)와 ‘다크 타워: 희망의 탑’(2017)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차곡차곡 쌓아 왔다. 넷플릭스 드라마 ‘마르코 폴로’(2014)에서도 주요 배역을 맡았다. 어린 시절 미국에서 생활해 언어는 물론 문화 적응에도 어려움이 덜했다. 그는 “한국에 돌아온 뒤 정체성 혼란을 이겨내기 위해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대학 때는 영자신문사에서 활동했는데 과거 경험이 이런 방식으로 도움이 될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인생이 참 재미있다 싶어요. 2005년 슈퍼모델로 데뷔해 연기를 시작하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제가 생각하지 못한 길을 걸어왔어요. 이번 영화가 또 한 번 터닝포인트가 될 거 같아요. 그동안 ‘어벤져스 수현’이라 불렸는데 앞으로는 ‘내기니 수현’이라 불렸으면 좋겠어요.”

수현은 “지금은 도전해야 할 때”라고 했다. “캐릭터도 중요하지만 백인 배우가 대부분인 시리즈 영화에 아시아 배우가 참여하는 건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어벤져스’ 시리즈에 대한 욕심도 감추지 않는다. “저를 캐스팅한 조스 웨던 감독님이 마블을 떠나 (마블의 라이벌인) DC로 가셨지만, 마블 영화의 세계가 점점 더 넓어지고 있으니 아직은 희망을 가져도 되지 않을까요.”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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