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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친구와 통화할 때 중국이 듣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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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친구와 통화할 때 중국이 듣고 있었다”

입력
2018.10.25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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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휴대폰을 도청해 대미 로비에 활용해왔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4일 폭로했다. 입심 좋은 트럼프 대통령이 보안에 취약한 개인 아이폰으로 친구들과 통화하길 즐기는 독특한 취향을 노린 것이다. 대통령의 인맥을 지렛대 삼아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치려는 건 기존과 다를 바 없지만, 도청으로 로비 대상을 특정해 화력을 집중한다는 점에서 중국의 로비전이 한층 교묘해졌다.

NYT는 전ㆍ현직 관리들이 전한 미 정보기관 보고서를 인용해 “트럼프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어떤 주장에 흔들리고 누구의 말을 귀담아 듣는지 알기 위해 중국 스파이들이 대통령의 사적 대화를 몰래 엿듣고 있다”며 “자주 통화하는 인사들의 명단을 추려 무역전쟁이 한창인 미국을 상대로 한 로비에 활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표적인 타깃은 세계 최대 사모펀드 투자회사인 블랙스톤 그룹 스티븐 슈워츠먼 창업자 겸 회장과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 거물인 스티브 윈 회장이다. 특히 슈워츠먼 회장은 지난해 4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마라라고 정상회담에도 모습을 드러내 친분을 과시했다. 그는 친중 성향인데다 자유무역을 강조하고 있어 오래 전부터 중국의 이상적인 표적으로 부각됐다.

이에 중국은 두 사람과 가까운 인사들을 파악해 자국의 입장을 꾸준히 전달했다. 이를 통해 두 사람이 다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국에 유리한 말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물론 당사자들은 이 같은 중국의 활동을 눈치채지 못했다. NYT는 “도청을 통해 누가 트럼프에게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뚜렷이 정해놓고 로비에 나선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방식”이라며 “지난 수십 년간 미국의 지도자를 움직이기 위해 저명한 기업인이나 학자 등 비공식네트워크를 활용해온 것의 21세기 버전”이라고 평가했다. 간첩행위와 합법적인 로비가 뒤섞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휴대폰은 3대로, 이중 2대는 국가안보국이 관리해 도청 우려가 없고 사진 촬영, 문자 전송, 전화번호 저장을 할 수 없는 공용폰이다. 반면 다른 하나는 미국 일반 시민이 사용하는 것과 똑같다. 그나마 안드로이드폰을 대통령 당선 이후 보안이 강화된 아이폰으로 바꿨지만 휴대폰 기지국이나 케이블을 지날 때는 쉽게 해킹될 수 있다는 게 정보요원들의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 회의나 보고 채널보다 사적 관계를 활용해 중요한 결정을 내리다 보니, 중국은 일찌감치 그의 개인용 아이폰에 눈독을 들였다. 시 주석과 대화가 잘 통하지 않는 껄끄러운 관계도 영향을 미쳤다. 반면 러시아도 트럼프 대통령 개인전화 도청이 발각됐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는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터라 굳이 트럼프 대통령의 사적 통화에 매달릴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게 NYT 보도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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