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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힘든데...” 종신보험 해약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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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힘든데...” 종신보험 해약 늘어난다

입력
2018.10.26 04:40
수정
2018.10.26 09:31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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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탓 보험료 부담... 지난해만 78만건 해약

종신보험 해약 늘어난다=삽화 박구원기자
종신보험 해약 늘어난다=삽화 박구원기자

자영업자 A(35)씨는 매월 20여만원씩 지난 3년 6개월간 부어 온 P보험사의 1억원짜리 종신보험을 최근 해약했다. 자신이 불의의 사고를 당해 사망했을 때 남겨질 가족의 생계가 걱정돼 가입하긴 했지만 살림이 팍팍해지면서 보험료가 너무 비싸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A씨는 원금 900여만원 중 해지환급금으로 400여만원을 받았다. A씨는 “가족들을 위한 보험금이지만 지금이 더 힘드니 차라리 해지환급금을 받아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갖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며 급성장한 종신보험이 점점 해약이 늘어나며 쇠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경기 불황으로 가계가 고액의 보험료를 부담하기 힘들어 진데다 미래를 위해 희생하기 보다 작지만 확실한 ‘지금 이 순간’을 즐기려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종신보험을 대체할 다른 상품들이 늘어난 것도 한 요인이다.

최근 5년 생명보험 해약 현황
최근 5년 생명보험 해약 현황

25일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종신보험 해약 건수는 2013년 67만3,000건에서 지난해 77만9,000건으로 매년 늘고 있다. 질병보험 해약 건수도 80만8,000건에서 90만7,000건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생명보험 해약 건수가 441만8,000건에서 415만2,000건으로 소폭 감소한 점을 감안하면 종신 및 질병보험 해약 증가세가 뚜렷한 셈이다.

보장성 보험의 일종인 종신보험은 피보험자가 사망하면 유족(수익자)에게 보험금이 지급되는 구조다. 보통 보험금을 억단위로 계약하기 때문에 보험료가 매월 수십만원대에 달해 비싼 편이다. 이러한 종신보험의 쇠락은 불경기 탓에 가계의 구매력이 떨어진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종신보험의 경우 만기가 되기 전 해약하면 원금 환급 비율이 낮기 때문에 여간해선 해약을 마음 먹기 쉽지 않다. 소비 여력이 없어 보험을 해지할 땐 통상 저축성 보험, 보장성 보험의 순으로 해약이 늘곤 한다. ‘최후의 보루’로 여겨졌던 종신보험마저 해약이 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가계 살림이 팍팍하다는 이야기다.

질병에 걸렸을 때 치료비와 입원비 등을 보장받는 질병보험의 해약이 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김세중 보험연구원 연구위원 “실증적으로 부채부담 비율이 올라갈수록 보험의 해지율도 증가하는데, 보장성 보험마저 손을 대고 있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우려할 만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금감원에 따르면 2017년7월∼2018년6월 손해보험사의 장기보험상품 해약 건수는 402만9,737건으로 1년 전보다 8.2% 늘었다. 해약 환급금은 15조7,851억원으로 25.7%나 증가했다. 보험 해약 환급금은 4년 전(2013년 7월∼2014년 6월)엔 9조9,741억원 수준이었다.

보험기간이 평생인 종신보험 대신 약정한 보험계약 기간 중 사망할 경우에 한해 보험금을 지급하는 정기보험 등 대체 상품들이 출시되고 있는 점도 종신보험의 해약을 부추기고 있다. 정기보험의 보험료는 종신보험보다 저렴하다.

반면 같은 보장성 보험인 어린이보험(태아보험)은 해약이 줄어들며 경기 흐름과는 대조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5년 전 36만7,000건이던 어린이보험 해약 건수는 지난해 21만8,000건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어린이보험 가입이 보편화하면서 전체 가입건수가 증가하고 있는데도 해약이 줄고 있는 것은 이례적이다.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성인이 될 때까지 보장을 받는 어린이보험의 장점 덕분이겠지만, 아무리 어려워도 자식을 위한 지출은 줄이지 못하는 부모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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