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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오! 베트남] 신남방정책 핵심 ‘사돈의 나라’에 비자 발급 완화 기대반 걱정반

입력
2018.10.25 04:40
수정
2018.10.25 09:1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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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비자 완화 추진 득실은

한국행 비자를 받기 위해 호찌민 총영사관 앞에 줄을 선 베트남 사람들. 오전 7시에 문을 열지만 아침 6시30분부터 몰려들기 시작한 사람들은 긴 줄을 선 뒤에야 총영사관 민원실로 들어가 비자 신청서를 제출한다. 한 공안이 민원실로 들어가기 전 민원인의 신분증을 확인하고 있다.
한국행 비자를 받기 위해 호찌민 총영사관 앞에 줄을 선 베트남 사람들. 오전 7시에 문을 열지만 아침 6시30분부터 몰려들기 시작한 사람들은 긴 줄을 선 뒤에야 총영사관 민원실로 들어가 비자 신청서를 제출한다. 한 공안이 민원실로 들어가기 전 민원인의 신분증을 확인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올해 수교 26주년을 맞은 베트남에 대해 방문비자(사증) 발급 조건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신남방 정책’의 핵심 교두보이자 한국과 세 번째로 많은 무역을 하는 나라, 가장 많은 결혼 이주 여성을 보낸 ‘사돈’의 나라에 대한 배려이자 미래 양국 관계에 대한 정책적 투자로 볼 수 있다. 베트남 한인사회에서는 이 조치로 베트남으로부터 유ㆍ무형의 것을 더 얻을 수 있다는 낙관론이 우세하지만, 가뜩이나 말 많은 한국 내 베트남 국적자의 불법체류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비자 완화가 ODA보다 낫다”

지난 3월 문 대통령과 지금은 고인이 된 쩐 다이 꽝 전 베트남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가진 뒤 두 정상은 양국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욱 심화해 나가기로 했다. 이후 각계 각층의 교류가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한국의 비자 발급 요건 완화 움직임이다.

김도현 주베트남 대사는 “베트남 정부가 비자 발급 요건 완화를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다. 한국의 선제적 조치는 웬만한 공적개발원조(ODA)보다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베트남 국민에 대한 한국행 비자 발급 요건을 완화할 경우 한국은 베트남으로부터 더 큰 유무형의 반대급부를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비자요건 완화 필요성은 이미 베트남 한인사회에 널리 퍼진 상태다. 베트남 사업 파트너를 한국에 데려가야 하는 한국 기업인을 중심으로 베트남 국민을 배려한 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한 관계자는 “현지에서는 굴지의 대기업 임원인 베트남 사업파트너에게까지 의심의 눈초리로 각종 서류를 일률적으로 요구한 뒤 여권을 며칠씩 보관하는 일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사는 “일본은 베트남 노동력을 간호인력으로 받아들이기로 했고, 유럽연합(EU)은 내년 베트남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발효키로 하는 등 베트남 우수 인적자원의 해외 진출이 곧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고령화, 저출산으로 노동력 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한국이 보다 전향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태국처럼 ‘불체자’만 양산할 것”

물론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비자를 완화해줬다가 불체자 문제가 심각해진 태국 사례가 재연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5월 말 기준 한국 내 전체 불법체류자는 31만2,000명인데 이 중 태국인이 10만명에 이른다. 불법체류자 3명 중 1명은 태국인이라는 이야기다. 1981년 비자 없이 일정 기간 머물 수 있는 태국과의 무비자협정이 체결된 뒤 양국 간 소득 수준 격차가 커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불법 체류자 문제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최근엔 태국과의 비자면제협정 폐기 검토 소식이 나오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법무부 한 관계자는 “소득 수준이 2배 이상 벌어지는 나라와의 무비자협정은 실패한다는 불문율을 어긴 대가”라며 “현재 한국의 5분의 1 소득 수준인 태국도 저러한데, 베트남에 대한 무비자 정책은 베트남 불법체류자를 더욱 늘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의 올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500달러로 한국(3만2,000달러) 13분의 1에 그친다.

하지만 ‘불법체류자 증가’라는 어두운 면만 볼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호찌민 총영사관 관계자는 “더 많은 베트남 사람들이 한국을 찾는다면 불법체류자 증가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통해 베트남 사람이 불공평하다는 생각하는 부분을 누그러뜨린다면 그것이 가져다 줄 한국에 대한 이미지 개선과 같은 편익도 살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은 여권만 있으면 베트남에 최대 15일 동안 머물 수 있다.

◇베트남판 비자 완화, 효과 있을까

이에 따라 정부는 거대한 실험 하나를 준비하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의 경우 ‘땀주(거주증)’를 통해 주민들의 거주 관리가 확실하게 이뤄지고 있는 만큼, 대도시 주민들을 대상으로 우선 비자 완화를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하노이, 호찌민, 다낭 등 대도시의 1인당 소득은 베트남 전체 평균을 2배 이상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불법체류 가능성이 낮다. 외교부 관계자는 “불법체류 가능성이 낮은 계층부터 문턱을 낮출 경우 부작용은 거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 입국 베트남 국적자 및 베트남 입국 한국인=그래픽 김경진기자
한국 입국 베트남 국적자 및 베트남 입국 한국인=그래픽 김경진기자

한편 발급 요건 완화 대상 비자는 현재로선 복수 비자가 유력하다. 한 번 방문에 최대 30일까지 체류할 수 있는 5년짜리 복수 비자를 받은 뒤 특별한 사고가 없는 한 자동갱신 된다고 보면, 이 비자 소지자는 무비자와 비슷한 수준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현재 법무부는 주베트남 대사관 측으로부터 베트남 국민의 거주증, 베트남 여권 등의 자료를 넘겨 받아 비자 발급 요건 완화를 위한 사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비자 발급 요건 완화 정책이 현 시스템과 큰 차이가 없는 탓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아무리 그래도 직장 없고, 해외 여행 경험 한 번 없는 사람한테 복수 비자를 내줄 수는 없다”며 “최소한 이 두 가지는 들여다 볼 것이고, 그걸 좀 약하게 보겠다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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