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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벵갈 고양이’ 김진태, ‘선동열 역풍’ 손혜원의 무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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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벵갈 고양이’ 김진태, ‘선동열 역풍’ 손혜원의 무리수

입력
2018.10.13 10:0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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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초반 주요 이슈와 여야 공방 및 정부측 답변 그래픽=송정근 기자
국감 초반 주요 이슈와 여야 공방 및 정부측 답변 그래픽=송정근 기자

문재인 정부 국정을 중간평가하는 국회 국정감사가 지난 10일 시작돼 여야 난타전이 한창이다. 취임 5개월 만에 실시된 작년 국감과 달리 남북관계와 외교안보, 경제, 사회정책 등 현 정부에서 추진된 국정 전반을 따져 묻는 사실상 첫 국감이다. 여야 격전장은 고용부진이나 소득주도성장 등 경제정책 외에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임명 강행, 심재철 의원의 비공개 예산정보 열람 및 유출 논란, 탈원전 정책 등 전방위에 펼쳐져 있다. 대부분 야당이 공세를 펴고 여당은 방어하는 모양새다. 대의기관인 국회는 민의의 입장에서 정부와 공공기관이 제대로 일하는지 꼼꼼히 따지고 추궁해야 한다. 하지만 국감이 생산적으로 진행되기는커녕 소모적 정쟁으로 흐르는 경우가 다반사다. 국감이 한창인 국회 현장에서 본보 국회취재팀이 카톡방에 모였다.

광화문 불나방(불나방)=국감 초반 여야가 가장 뜨겁게 맞붙은 상임위는 외교통일위 아닐까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5ㆍ24조치 해제 발언으로 논란이 됐고,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이 빠진 자리에 ‘강경화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는데.

여당탐구생활(탐구생활)=정부는 곧바로 진화에 나섰지만 외교수장의 입에서 나온 돌출발언의 진의에 여전히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강 장관은 지난 8월 국회 외통위에 출석해서도 북핵 문제에 대해 “미국과 우리가 완전한 인식 일치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얘기했죠. 10일 발언도 이런 맥락에서 실수가 아닌 한미 간 이견에 대한 소신 발언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당나귀)=5ㆍ24조치 해제 발언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나온 만큼 깔린 포석이 없지는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복선이 있다 하더라도 통일부 장관의 입에서 나왔어야 하지 않냐는 지적이 있습니다. 정부ㆍ여당의 말마따나 70년 분단체제에서 평화공존체제로 가는 중요한 시기인 만큼 말을 아끼는 게 미덕이지 싶습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0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홍인기 기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0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홍인기 기자

호밀밭의 세탁기(세탁기)=야당 입장에선 뜻밖의 횡재라고 할까요. 5⋅24조치 해제 발언 외에도 논란이 될 만한 발언들이 더 있었죠.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외신을 인용해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남북 군사합의에 대해 강 장관에게 항의 전화를 걸어서 불만을 표시한 것이 사실이냐’고 묻자 강 장관이 대뜸 “맞습니다”라고 시인을 했습니다. ‘기름장어’라 불린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등 여타의 외교부 수장들이 보여준 외교적 수사 능력과는 확연히 비교되는 태도였죠.

사이다 말고 탄산수(탄산수)=외통위 공방도 치열했지만 교육위 국감장의 신경전도 못지 않았습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취임 후 첫 출석한 국감자리였는데 한국당 의원들이 장관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증인선서까지 반대하고 퇴장한 겁니다. 야당 의원들은 다시 돌아와서도 장관이 아닌 박춘란 교육부 차관에게만 집중적으로 질의를 쏟아냈습니다.

불나방=각 부처 공무원들이 국회 회의장마다 복도에 늘어서 자료를 준비하는 풍경은 올해도 여전한가요.

탐구생활=국감장 밖은 사무실을 방불케 하는 수준입니다. 각 기관에서 출장 온 이들이 국감장과 가장 가까운 로비와 복도를 놓고 자리쟁탈전을 펼치고 있죠. 앉을 자리가 없어 바닥에 앉거나 서있는 경우도 많고요. 여행용 캐리어에 짐을 가득 넣어 온 공무원, 모니터 등으로 감사 상황을 살피며 자료를 작성하는 공무원 등 분주한 모습입니다.

21세기소년백서(백서)=복도에서 스마트폰으로 국감 생중계를 보는 공무원들도 상당합니다. 사람이 갑자기 늘어나다 보니 구내식당 저녁 반찬이 모자란 경우도 생기고 있어요.

지난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오른쪽)이 고양이를 놓고 대전동물원 푸마 사살 관련 질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오른쪽)이 고양이를 놓고 대전동물원 푸마 사살 관련 질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불나방=선동열 야구대표팀 감독이 증인출석하고 벵갈 고양이도 등장했는데 이색적인 장면은 뭐가 있었나요.

탐구생활=벵갈 고양이 등장이 국감 첫날 화젯거리였죠. 이후 후폭풍이 엄청났습니다. 여당 의원실에도 종일 문제제기를 요구하는 전화가 넘쳐났다고 해요. 동물학대일뿐 아니라 고양이의 생명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들이었는데 급기야 당사자인 김진태 한국당 의원이 고양이의 근황을 공개하는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죠.

탄산수=송희경 한국당 의원이 실리콘 손가락으로 휴대폰 잠금장치를 풀기도 했고요, 사투리가 말투에 남아있는 박성중 한국당 의원은 인공지능 AI스피커를 실행하기 위해 수차례 “헤이 클로이~”를 불러야 했습니다. 요즘 어린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액체 괴물’을 주무르며 가습기 살균제에 함유된 유해물질이 들어있다고 지적한 김성환 민주당 의원도 있었죠.

광화문 찍고 여의도(찍고)=국감을 단순히 이슈 몰이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게 아닌지 우려됩니다. 특히 야구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 없이 선 감독에게 보여주기식 질타만 쏟아내던 손혜원 민주당 의원은 ‘국감 무용론’에 기름을 부었죠. “판공비는 무제한으로 지급되지 않느냐”며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따져 묻는가 하면, “출근도 안 하면서 (연봉으로) 2억원을 받느냐” “선수선발 과정에 청탁이 있었느냐” 등 본질과 동떨어진 질문을 해 야구팬들의 뭇매를 맞았습니다.

불나방=여당은 민생국감을 4대 원칙 중 하나로 내세웠는데, 이 취지대로 운영된 상임위는 어디인가요.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백서=산업통상자원중기벤처위 산자부 국감은 저녁 전까지만 해도 정치적 쟁점으로 여야가 설전을 주고 받았지만, 밤이 되면서 정책 질의를 주고 받으며 정책대결을 벌였습니다. 탈원전, 에너지 정책을 두고 정쟁 몰이만 하던 여야였지만, 이전과 다른 모습이 의아하기도 했습니다. 밤늦은 시간까지 이어지는 바람에 배석한 공무원들의 조는 모습이 카메라에 여럿 잡혔습니다. 하지만 의원과 장관은 끝까지 성의껏 질의를 주고 받았습니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같은 여권이지만 장관을 향해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이 너무 미흡하다며 강하게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불나방=국감 초반 맹활약을 펼친 의원들은 누가 있나요.

찍고=국정 농단 장본인인 최순실의 ‘황제 수감생활’을 밝혀낸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의 활약이 눈에 띄었습니다. 채 의원이 분석한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최씨는 2016년 11월 1일 구속 수감된 후 올 8월 31일까지 669일 동안 553회 변호인 접견을 했고, 1회 평균 1시간 2분을 쓴 것으로 확인됐어요. 수감된 재벌이나 유명인들이 변호인 접견 시간을 사실상 ‘휴식시간’으로 쓰는 점을 감안하면 최씨가 다른 수감자에 비해 얼마나 편한 생활을 하고 있는지가 수치로 드러난 거죠.

세탁기=가성비로 따지면 외통위에서 활약한 정진석 의원이죠. 대부분의 의원들과 보좌진들은 국감 시즌이 되면 정부부처에 자료를 끈질기게 요구하고, 주말과 휴일, 낮과 밤 구분도 없이 질의서를 만들고 언론에 배포할 보도자료를 작성합니다. 상당한 시간이 걸릴 뿐더러 품도 많이 들이는 일이지만 해당 정부부처 말고는 알아주는 이도 없습니다. 오죽하면 벵갈 고양이를 데리고 나오겠어요. 그런데 정 의원은 자료가 아닌 순수 질의로서만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허점을 노출시켰죠. 4선 관록이 묻어난 가히 ‘질의 명장’이라고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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