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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일 돈으로 환산하면... 3인가구 전업주부 월급 175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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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일 돈으로 환산하면... 3인가구 전업주부 월급 175만원

입력
2018.10.08 12:00
수정
2018.10.09 11:5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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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급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 김경진 기자
무급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 김경진 기자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에 사는 이지영(34)씨는 만 14개월 아이를 둔 전업 주부다. 이씨는 아이가 깨는 아침 7시부터 부동산 컨설팅 회사에 다니는 남편이 퇴근하는 저녁 7시까지 아이 음식을 만들어 먹이고 재우고, 이를 틈타 빨래하고 청소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는 “주말에는 친정 어머니, 퇴근 후엔 남편이 가사를 많이 도와주는 편”이라고 말했다. 평일 기준 이씨의 가사노동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까. 통계청이 2014년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시간당 가사노동의 가치는 1만569원으로, 당시 최저임금(5,210원)의 2배였다. 월급으로 계산하면 약 275만원(주말 제외)의 가치를 지닌 셈이다.

식사준비, 빨래, 설거지와 같이 보수를 받지 않는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가 360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24%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연간 1인당 가사노동의 가치는 약 710만원이었다.

통계청은 8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가계생산 위성계정 개발결과’(무급 가사노동 가치 평가) 자료를 발표했다. 정부가 국내 경제주체가 창출한 부가가치의 총합인 GDP에 포함되지 않는 가사노동의 ‘숨은’ 가치를 경제적으로 측정ㆍ평가한 것은 처음이다.

먼저 2014년 기준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는 360조7,000억원으로 2009년(270조6,000억원)보다 33.3% 늘었다. 이는 전업 주부, 살림을 같이 하는 맞벌이 부부, 자취생 등이 한 요리, 청소 등 연간 가사노동 시간(하루 평균 2시간 15분)에 직종별 임금 수준과 15세 이상 장래인구추계를 곱해 산출한 값이다. 무급 가사노동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4.3%로, 5년 전(23.5%)보다 0.8%포인트 증가했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가사노동 가치는 5년 전(548만8,000원)보다 29.5% 늘어난 연 710만8,000원(월 약 59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가사노동 가치(360조7,000억원)를 2014년 전체인구(약 5,000만명)로 나눈 값이다. 가사노동에 기여하지 않는 어린아이도 계산에 포함된 만큼 실질적인 1인당 무급 가사노동 가치는 이보다 훨씬 높다. 가구 기준으로 가사노동 가치를 계산하면 3인 가구 약 2,100만원, 4인 가구 2,800만원이다. 만약 3인 가구의 전업 주부가 청소, 빨래, 음식, 아이 돌보기 등을 모두 ‘전담’한다고 가정하면 해당 주부의 가사노동 가치를 월 175만원 이상으로 추정할 수 있다.

가사노동을 세분화해 보면 빨래, 청소 등 가정관리가 277조원으로 전체의 62.8%를 차지했다. 아이나 부모를 돌보는 가족ㆍ가구원 돌보기(25.9%), 참여 및 봉사활동(1.4%) 등이 뒤를 이었다. 다만 가족ㆍ가구원 돌보기 비중은 1999년 29.3%→2004년 28.6%→2009년 27.3% 등으로 매년 줄었다. 국가에서 지원하는 육아ㆍ간병 서비스가 대폭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성별로는 여성의 가사노동 가치가 272조5,000억원으로 남자(88조3,000억원)의 세 배였다. 1인 기준으로 계산하면 남자는 346만8,000원, 여자는 1,076만9,000원이었다. 여성의 가사노동 부담이 남성에 비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다만 전체 가사노동에서 남자 비중은 2009년 23.6%에서 2014년 24.5%로 0.9%포인트 늘어난 반면, 여자는 같은 기간 0.9%포인트(76.4→75.5%) 감소했다.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 증가로 남자가 가사노동에 참여하는 시간이 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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