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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 꿈꾸는 아이…부모들은 뒷바라지에 ‘쩔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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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 꿈꾸는 아이…부모들은 뒷바라지에 ‘쩔쩔’

입력
2018.10.05 04:40
수정
2018.10.05 18:0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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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디지털 스타' 유튜버는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 1순위가 되었다. DIATV가 개최하는 키즈크리에이터 선발대회
'미래의 디지털 스타' 유튜버는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 1순위가 되었다. DIATV가 개최하는 키즈크리에이터 선발대회

“언박싱(unboxingㆍ상자를 열어 새로운 물건 공개) 동영상을 찍으려면 매주 아이템이 필요하대요.”

초등학교 3학년 딸을 둔 장유라(42)씨는 최근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아이가 ‘유튜버’를 꿈으로 삼고 석 달 전 유튜브 개인채널을 만들면서다. 각종 연예인 인형(일명 ‘굿즈’)을 사달라, 화장품을 사달라 등 동영상 콘텐츠 제작 명목을 내세운 요구가 끊이지 않는다. 여기에 ‘액체괴물’이라 불리는 슬라임 동영상을 찍기 위해 각종 재료를 사는데도 한번에 2만~4만원은 거뜬히 든다. 장씨는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 아이가 ‘꿈을 위해서인데 이 정도 지원도 못해주냐’고 할까 봐 일단은 사줄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억대 연봉을 자랑하는 1인 방송 크리에이터가 등장하고 유명세를 얻어 지상파 방송에도 출연하는 요즘. 초등학생의 장래희망 1순위는 자연스레 유튜버가 됐다. 어릴 때부터 동영상 콘텐츠를 접하면서 자란 아이들에게는 동영상 제작이 어려운 일이 아니라지만, 대부분 부모 입장에서는 낯설다 보니 지도해줄 수 있는 부분이 적을뿐더러 각종 장비 마련과 콘텐츠 제작에 드는 비용을 대는 일도 부담스럽다.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을 둔 직장인 박모(44)씨는 ‘먹방 유튜버’가 되겠다는 아들과 갈등을 빚다 크게 다투기까지 했다. 박씨는 “먹방 동영상을 찍는다며 집에서 매번 몇 만원씩 배달음식을 시켜 먹는데 그걸 두고만 볼 부모가 어디 있겠냐”며 “유튜버를 직업으로 삼겠다는 것도 못마땅한데, 콘텐츠 자체도 아이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아 일단은 말리고 있다”고 말했다.

유튜버가 되기 위한 공부라면서 종일 휴대폰과 컴퓨터로 유튜브 동영상만 보고 있는 것도 부모로써는 답답한 노릇이다. 뷰티크리에이터가 꿈이라는 초등학교 5학년 아이를 둔 김수진(38)씨는 “메이크업 동영상 그만 보고 공부하라고 했더니, 도리어 ‘동영상을 보는 게 장래에 더 도움된다’고 되받더라”고 허탈해했다.

이런 와중에 부모의 적극 지지에 힘입어 인기 유튜버가 된 아이들의 존재는 또 다른 스트레스다. 아버지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함께 영상 제작에 뛰어들거나, 아이들이 출연하긴 하지만 실질 기획과 제작은 엄마아빠가 도맡거나 하는 경우가 성공방정식으로 회자되면서 박탈감을 호소하는 부모도 있다.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해 일부 부모는 아이 뒷바라지용으로 영상 제작을 배우기도 한다. 11세 딸을 둔 한정석(41)씨는 틈날 때마다 온라인으로 동영상 제작 강의를 듣고, 중고장터를 기웃거리며 조명이나 고가 카메라를 구입해 둔다. 한씨는 “안 그래도 학교에서 동영상 숙제가 나오는 것을 보고 학습지도를 위해 동영상 제작을 배워둬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최근 아이가 유튜버가 되고 싶다고 해 본격적으로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어차피 아이들이 유튜브를 보는 건 막을 수 없고, 차라리 부모가 미리 공부해 방향을 조정해주는 게 낫다”는 것이다. 아이를 스타 유튜버로 키워낸 부모들의 강연에는 ‘성공 팁’을 듣기 위한 부모들의 발걸음으로 문전성시를 이룰 정도다.

지나치게 어린 나이에 불특정 다수에게 개인 신상 노출, 유해한 댓글에 무뎌짐 등 부작용과 악영향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정희 경북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아이들의 경우 무분별한 댓글과 콘텐츠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취약성 때문에 가정과 학교 차원에서 인터넷 언어폭력과 저작권 문제, 주의할 점 등을 충분히 교육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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