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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식당ㆍ술집 매출 15%↓… ‘회사 근처 한잔’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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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식당ㆍ술집 매출 15%↓… ‘회사 근처 한잔’ 줄었다

입력
2018.10.02 17:00
수정
2018.10.02 23:3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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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서울 광화문에 있는 대기업에 다니는 김지혜(32)씨는 저녁 6시면 사내 포털사이트에서 ‘업무종료’ 버튼을 누르고는 동네 헬스장으로 출발한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4개월 전인 3월부터 회사가 시범운영에 들어간 덕에 제법 바뀐 일상에 적응이 됐다는 김씨는 “야근 때문에 동료와 같이 저녁을 먹고 다시 회사로 들어오거나 퇴근 후에도 한잔하는 일이 일과처럼 반복됐지만, 이젠 자기 시간 보낸다고 다들 일찍 뜬다”며 “회사 근처 음식점은 한산해지고 집 근처 러닝머신만 북적거린다는 말에 다들 공감할 정도”라고 말했다.

종업원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에서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7월 2일)된 지 3개월이 흘렀다. 근무시간 감소로 직장 근처에서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 줄어들면서 저녁 시간대 음식, 주류업종 관련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대기업과 공공기관이 많이 자리 잡은 지역에서는 헬스장, 영화관 등 개인적 여가 활동과 관련된 업종의 매출도 같이 줄었다.

2일 KT와 BC카드가 발표한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전후 생활패턴 빅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8월 19일부터 9월 15일까지 저녁 6시 이후 서울 광화문과 경기도 판교 지역 BC카드 가맹점 중 음식, 주류 관련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3%(판교), 14.7%(광화문) 감소했다. 광화문 일대는 다수의 대기업과 공공기관이 있고, 판교에는 정보기술(IT), 게임 업계 기업이 몰려 있다. 금융 업계 대기업이 많은 여의도와 중소ㆍ벤처기업이 밀집한 가산디지털단지의 관련 매출은 작년과 대체로 비슷했다.

주52시간 시행 후서울 주요 지역 여가활동업종 매출 증감률. 강준구 기자
주52시간 시행 후서울 주요 지역 여가활동업종 매출 증감률. 강준구 기자

이 같은 매출 감소 폭은 해당 지역에 직장인이 머무는 시간의 길이와 일치한다. KT 유동인구 빅데이터 분석에서 광화문 일대 직장인의 하루 평균 근무시간(체류시간)은 전년 동기보다 55분 줄었고, 판교 경우 11분 가량 감소했다. 여의도 감소폭은 6분에 그쳤고, 가산디지털단지는 오히려 약 5분 늘었다. 금융 업계 대기업은 주 52시간 근무제 유예 대상이고 중소ㆍ벤처기업 등 300인 미만 사업장 역시 2020년 1월 도입 예정이기 때문에 주 52시간 근무제가 정착한 대기업 밀집 지역과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보이는 것이다.

출퇴근 시간 변화도 컸다. 광화문 직장인 중 오전 7시 30분~8시 출근하는 비중이 작년 26%에서 올해는 15%로 줄은 반면, 8시 30분~9시 출근 비중은 같은 기간 21%에서 38%로 늘었다. 광화문 판교 등에서 저녁 6, 7시 퇴근 비중은 작년보다 7% 증가한 31.4%였다. 빨라진 퇴근으로 여유가 생긴 결과, 서점 헬스장 영화관 등 여가 활동 관련 BC카드 가맹점 매출은 서울 전역 평균 9.2%(16억원)가 늘었는데, 직장인 근무지가 많은 종로구 금천구는 각각 7.7%, 6.7% 줄었다. 주택 비중이 높은 동작구(70.3% 증가), 강서구(66.3%)와 비교하면 두드러지는 감소 폭이다.

전체적 여가 활동 소비가 증가했고, 회사 근처에서 여가활동 혹은 식사를 즐기던 직장인들이 퇴근 후 집 근처로 이동해 저녁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게 빅데이터 분석으로 확인된 셈이다. 윤혜정 KT 빅데이터사업지원단장(상무)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한 달에 10일 이상 휴대폰 신호가 같은 기지국에 4시간 이상 규칙적으로 연결된 경우는 해당 지역에서 근무하는 직장인으로 볼 수 있으며, 이들의 유동 현황과 일대 매출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분석한 결과”라며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실제 출퇴근 시간 감소와 ‘나인투식스’(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에 맞춰 바뀌는 생활 패턴이 빅데이터로 확인된 것”이라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주52시간 시행 전·후지역별 직장인 일 평균 근무 시간. 강준구 기자
주52시간 시행 전·후지역별 직장인 일 평균 근무 시간. 강준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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