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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질 권리 vs 표현의 자유, 영화 ‘암수살인’ 법정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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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질 권리 vs 표현의 자유, 영화 ‘암수살인’ 법정공방

입력
2018.09.28 16:59
수정
2018.09.28 21:46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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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수살인'. 쇼박스 제공
영화 '암수살인'. 쇼박스 제공

다음달 3일 개봉하는 영화 ‘암수살인’의 동기가 된 실제 살인 사건의 피해자 유족과 영화 투자배급사가 상영 금지 여부를 놓고 법정 공방을 펼쳤다. ‘잊혀질 권리’와 ‘표현의 자유’가 정면 충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수석부장 김상환)는 28일 유족 최모씨가 쇼박스를 상대로 낸 영화상영금지가처분신청에 대한 심문 기일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헌법상 기본권이 중대하게 제한된다는 높은 정도의 소명이 있을 때만 영화 상영의 사전 금지가 가능하다는 것이 일관된 대법원의 입장”이라며 “고인이 돌아가신 장면을 99% 재연했다는 이유로 영화 상영을 사전 금지할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라고 밝혔다.

유족 측은 자신들의 동의 없이 제작된 영화라는 점을 강조했다. 대리인은 “동의 없이 실제 범행 장면이 영화로 제작된다면 범죄 피해자, 유족들의 인격권이 침해돼 상당한 고통을 겪게 된다”라며 “유족들이 기억을 더 이상 환기하지 않고, 대중매체를 통해 대중이 알지 않게 할 ‘잊혀질 권리’가 있다”고 상영 금지를 요구했다. “실제 범행 수법과 장소, 시간, 피해 상태 등을 99% 동일하게 재연한 이 영화를 창작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유족에게 사전 협의를 요청하지 않는 등 인격권 침해를 줄이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쇼박스 측 변호인은 “제작사가 가족 동의를 못 받은 것은 변론에 앞서 사죄를 드린다”라면서도 “어깨가 부딪히는 장면은 일상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라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실제 영화 제작 과정에서 피해자가 연상되지 않도록 모든 장치를 했다”고 주장했다.

과거 법원은 가수 김광석씨의 부인을 타살 용의자로 지목한 영화 ‘김광석’, 이형호군 유괴 사건을 다루는 과정에서 이군 어머니의 목소리를 그대로 넣은 영화 ‘그놈 목소리’ 등에 대한 상영 금지 사건에서도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박정희 전 대통령 암살을 다룬 영화 ‘그때 그 사람들’에 대해서는 일부 장면을 삭제하라는 조건부 상영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영화 개봉날짜를 고려해 이르면 다음달 1일 상영 금지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영화 ‘암수살인’은 2007년 부산에서 일어난 실제 살인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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