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전화상담 처방 10만건 넘어… 원격의료도 한발 앞으로

알림

전화상담 처방 10만건 넘어… 원격의료도 한발 앞으로

입력
2020.04.22 01:00
2면
0 0

코로나로 ‘한시 허용’ 2달간 효과… 의협 반대해온 원격의료 탄력

서울대병원 본원 중앙모니터링본부 의료진이 지난달 13일 경북 문경 생활치료센터에 입소 중인 코로나19 경증 환자를 화상으로 원격진료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제공
서울대병원 본원 중앙모니터링본부 의료진이 지난달 13일 경북 문경 생활치료센터에 입소 중인 코로나19 경증 환자를 화상으로 원격진료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제공

경기 시흥시에 사는 정선희(70)씨는 고혈압 약을 타기 위해 한두 달에 한 번씩 동네 내과 의원에 들러 처방을 받는다. 벌써 15년이 된 일과이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3개월째 의원 방문 없이도 고혈압 약을 받고 있다. 다니던 의원에 전화해 집에서 측정한 혈압 수치 등을 간호사에게 알려주면 의원이 처방전을 가까운 약국에 보낸다. 그러면 정씨가 약국에 가서 약값과 병원비를 한 번에 내고 고혈압 약을 타는 식이다. 이런 전화 처방은 원래 위법에 해당하지만 신종 코로나 감염 예방을 위해 정부가 한시적으로 규제를 풀면서 가능해졌다. 정씨는 “스스로 확인하는 혈압 수치가 변함이 없는데도 주기적으로 의원을 방문하는 게 번거로웠는데 그러지 않아도 돼 만족스러웠다”며 “앞으로도 계속 전화 진료를 받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 2월 24일부터 전화를 통한 진료를 한시 허용한 이후 최근까지 이뤄진 전화상담 및 처방은 10만건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원격의료 도입을 둘러싸고 10년 넘게 이어진 교착에 돌파구가 될지 주목된다.

보건당국은 신종 코로나 병원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긴급하지 않은 의료기관 방문을 되도록 줄이려 전화상담과 처방을 한시 허용했다. 2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안본)에 따르면 한시 허용 이후 4월 12일까지 전체 전화상담과 처방이 이뤄진 횟수는 총 10만3,998건이었다. 관련 진료금액은 12억8,812만7,000원이다. 참여한 의료기관은 3,072곳으로 종별로 △의원 2,231곳 △병원 275곳 △종합병원 109곳 △상급종합병원 14곳이다.

보건당국은 원격의료에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 등을 의식해 원격의료라는 표현을 피하고 있지만 전화상담과 처방이 기초적 형태의 원격의료라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이번 원격의료 한시 도입으로 적잖은 환자들이 편리함을 경험한 것은 물론, 동네의원들도 원격의료에 대한 거부감을 일부 해소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원격의료에 직접 참여했던 홍윤철 서울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환자와 의료기관 모두 할만 하다며 만족하는 반응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며 “앞으로도 이처럼 동네 의원이 참여해 비대면 진료와 대면 진료를 함께 할 수 있는 스마트 의료기반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홍 교수는 “대형병원의 고급 의료서비스를 원격으로 받게 하겠다는 의미의 원격의료로 흘러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전문가인 김치원 서울와이즈재활요양병원 원장도 “이번 한시 허용을 계기로 정부가 좀 더 강하게 원격진료를 밀어붙일 것으로 보여 정식 도입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재인 대통령은 앞서 비대면 서비스 활성화 일환으로 원격의료 도입 필요성을 수 차례 언급한 바 있다.

여러 선진국이 만성질환자와 경증 환자 등을 대상으로 활용하는 원격의료는 편리성 등 장점이 분명하지만 국내에선 개원의 중심의 의협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 의학적 안전성이 떨어지고 상급종합병원 원격진료에 환자가 몰려 동네 의원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 의협의 논리였다. 몇몇 시민단체도 원격의료가 의료영리화로 가는 수순이라며 반대했다. 그 결과 2010년 이후 원격의료를 허용하기 위한 의료법 개정안이 3차례 발의됐지만 전부 임기 만료 폐기됐다.

다만 원격의료 본격 도입에 앞서 짚고 넘어가야 할 과제들도 있다. 김치원 원장은 “원격진료로 의료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사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손해배상 책임을 한시적으로 정부가 대신 지는 방안과, 1차 의료기관 위주로 원격진료가 이뤄지게 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