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입원 대기 3명 숨진 뒤에야… 정부 “경증은 생활치료센터 격리”

알림

입원 대기 3명 숨진 뒤에야… 정부 “경증은 생활치료센터 격리”

입력
2020.03.02 01:00
1면
0 0

 대구 병상 대란에 지침 개정… 확진자 4단계 분류, 중등도 이상만 입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진자 3명이 자가격리 중 사망하는 등 대구 지역의 병상부족 사태가 악화되면서 1일 정부는 그동안 유지해온 신종 코로나 확진환자에 대한 전원 입원 치료 원칙을 수정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증상이 경미한 신종 코로나 경증환자들은 의료기관이 아닌 공공ㆍ숙박시설을 활용한 생활치료센터에서 지내며 격리 치료를 받게 된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후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 회의 결과 발표 브리핑에서 “신종 코로나 치료체계는 모든 확진환자를 병원에 입원시켜 관리하는 것을 기본 전제로 해왔다”라며 “이번에 중증도에 맞는 치료체계로 변환하는 지침 개정을 결정했다”고 말하며 이같이 밝혔다.

경증환자들의 이동으로 자리가 생기는 음압병상 등은 병원 밖에서 입원을 대기 중인 중등도 이상의 중증환자들에게 우선 배정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확진환자를 경증ㆍ중등도ㆍ중증ㆍ최중증의 4단계로 분류할 예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는 27일 경기 고양시 주교동 내 공용주차장에 마련된 차에 탄 채로 검사받는 '드라이브 스루(Drive Thry)' 식 선별진료소인 '고양 안심 카 선별진료소'가 운영되고 있다. 고양=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는 27일 경기 고양시 주교동 내 공용주차장에 마련된 차에 탄 채로 검사받는 '드라이브 스루(Drive Thry)' 식 선별진료소인 '고양 안심 카 선별진료소'가 운영되고 있다. 고양=뉴시스

경증환자의 생활치료센터 치료 원칙을 골자로 하는 신종 코로나 대응지침 개정 7판은 2일부터 시행된다. 이에 따라 경증환자의 치료를 전담하는 생활치료센터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국 시도별로 운영될 예정이다. 환자가 많은 대구에는 인근 지역까지 합쳐 1곳 이상 운영할 계획이다. 2일부터 대구에선 우선적으로 중앙교육연수원이 생활치료센터로 가동된다.

환자의 중증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입원치료가 필요한 환자(중등도 이상)는 적절한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입원시켜 집중치료를 하고, 경증환자에 대해선 바이러스 전파 차단을 목적으로 생활치료센터에서 의학적 모니터링(관찰)과 치료를 진행한다. 모니터링에는 서울대병원 등 ‘빅(BIG)5’ 병원을 비롯해 상급종합병원들이 참여토록 할 계획이다.

정부는 경증환자 비율이 높은 신종 코로나의 특성이 드러남에 따라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는 물론 중앙임상위원회와 범학계 코로나19 대책위원회와 협의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최근 중국에서 실시한 대규모 연구와 국내 확진환자 예후를 살펴본 결과, 중증(14%) 또는 치명률이 높은 위중 환자(5%) 비율이 확인돼 이들에게 병상과 의료진을 집중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입원치료가 불필요한 경증환자(81%)에까지 부족한 병상을 배정한다면 의료진이 피로해지는 것은 물론, 의료진 감염 사태까지 일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의료계에서는 정부의 대책이 더 빨랐으면 좋았다는 아쉬움이 있다. 지난달 중순부터 의료계에서 환자 급증을 대비해 경증환자의 병원 외 시설격리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지난달 24일에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병원 이외의 격리는 상정하고 있지 않다”라고 밝힌 바 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의 태도변화는 긍정적이지만 아직 이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라며 “전국적으로 확진환자로부터 감염이 됐지만 잠복기가 진행 중인 환자들이 많아 이달 초순에는 사회적 격리를 강하게 해야 국가적인 비극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증등도 이상 확진환자를 의료기관으로 우선 이송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향후 방역 초점을 사망자 발생 등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두겠다는 의지의 일환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브리핑에서 “신종 코로나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과 달리 증상이 경미한 경우에도 확산이 빠르고 고령자 등 기저질환자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라며 “지역사회 전파 단계에서 피해 최소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은 위험군에 대한 집중지원과 더불어 적절한 자원 운영을 위해 역학조사 인력을 확산방지 분야로 전환하고, 개별 사례조사는 지방자치단체가 일임하도록 했다.

한편 이날 질병관리본부와 대구시에 따르면 오후 4시 기준 신종 코로나 누적 확진환자는 3,736명으로 전날 같은 시간보다 586명 늘었다. 이날 입원을 기다리던 확진환자 등 대구ㆍ경북에서만 5명이 사망해 국내 신종 코로나 사망자는 22명으로 늘었다.

대구ㆍ경북지역의 확진환자 비율은 여전히 높았다. 이날 오후 신규 확진환자 210명 가운데 177명이 이 지역에서 나와 대구ㆍ경북지역 누적 확진환자는 3,260명에 달했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확진환자 발생 상황에 대해 “당초 우려했던 빠른 속도의 신종 코로나 전국 확산은 나타나고 있지 않다”면서도 “산발적인 감염은 지역별로 계속 발생하고 있어 전국 확산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하며 앞으로 1, 2주가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천지 교인 23만9,000여명에 대한 증상 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신천지 관련 환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