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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확산 긴박한 대피 필요한 순간에… 장애인ㆍ외국인 배려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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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확산 긴박한 대피 필요한 순간에… 장애인ㆍ외국인 배려는 없었다

입력
2019.04.07 18:48
수정
2019.04.07 21:4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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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 뉴스 속보 수화통역 안 보이고… 긴급재난문자는 한국어 위주

강원 고성군에 산불이 발생한 지난 4일 밤 트위터에 올라온 영문 재난 정보. 트위터 캡처
강원 고성군에 산불이 발생한 지난 4일 밤 트위터에 올라온 영문 재난 정보. 트위터 캡처

강원 고성군에서 발생한 산불이 급속히 번져 긴박하게 탈출해야 했던 지난 4일 밤 장애인과 외국인 등을 위한 안내는 취약했다. 공영방송 속보에는 수화 통역이 나오지 않았고, 긴급재난문자는 한국어로만 발송됐기 때문이다.

수화 통역은 재난 주관 방송사인 KBS뿐 아니라 공영방송인 MBC 뉴스 속보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불길이 강풍을 타고 시내로 밀려드는 상황이라 신속하게 대피소로 이동해야 했지만, 이런 메신저 역할을 해야 할 방송이 청각 장애인은 배제한 것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즉시 성명을 내고 “지금 당장 화재 뉴스 속보에 수화 통역을 도입하라”고 촉구했다.

이런 지적은 매번 재난 상황마다 반복되고 있지만 여전히 개선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정다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은 “2015년 메르스 사태, 밀양ㆍ제천 화재 참사를 겪은 뒤 장애인 재난ㆍ감염 표준매뉴얼을 작성 및 운영하도록 보건복지부에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으나 3년째 복지부동”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화면 캡처
방송 화면 캡처

한국어에 능숙하지 못한 외국인들도 강원 산불과 관련된 정보를 제대로 전달받지 못했다. 긴급재난문자는 물론 행정안전부의 국가재난안전포털 역시 한국어로만 돼 있다. 2018년 평창 올림픽 당시 강원도 지역에 한해 긴급재난문자에 외국어를 포함시키도록 했지만 이후 원상 복귀됐다.

정부가 제공하는 재난안전 포털 앱인 ‘안전디딤돌’의 경우 외국인 전용 버전(Emergency ready)을 별도로 설치할 수 있다. 하지만 사실상 외국어로 재난 정보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 이 앱 사용자는 7일 현재 1만명 수준에 불과하다. 통계청이 집계한 지난해 3월 말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이 225만명인 것을 감안하면 턱 없이 부족한 수치다. 지난해 평창올림픽 때 한국을 찾았던 독일인 댄 슐츠(25)씨는 “지난해 2월 강원도에서 매일 같이 한파특보 재난문자가 울릴 땐 읽을 줄 몰라도 웃어 넘겼는데, 이번 같은 상황에서는 내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생각하니 아찔하다”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지난 4일 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이용자들이 직접 대피소 정보를 영문으로 번역한 글이 실시간으로 유통되기도 했다. 행정안전부 재난정보통신과 관계자는 “긴급재난문자의 경우 해당 지역 기지국 내에 통신 중인 휴대폰에 일괄적으로 문자를 뿌리는 것이라 수신자가 한국인인지 외국인인지 일일이 구분할 수 없다”며 “관계부처 등과 협의해 국내 체류중인 외국인에게 재난 정보를 보내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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