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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좋은 수족관도 돌고래에겐 감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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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좋은 수족관도 돌고래에겐 감옥이다

입력
2017.02.2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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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윤의 애니공감]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짐승도 아니고...”라는 말을 처음 들어본 사람은 없으리라. 이 말이 생소하지 않은 것은, 우리 행동이나 사람을 판단하는 많은 기준이 ‘인간본성’에 대한 관점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진화를 거듭하고 산업이 발달하면서 어느샌가 사람은 동물과 분리되어 저 높은 곳에 올라앉았다. 오래 전부터 우리는 사람이 영혼을 가진 유일한 존재이기 때문에 사람에게만 양심, 자의식, 이타심 등이 있다고 생각해왔다. 사람을 제외한 다른 동물은 ‘본능’만 있을 뿐, 추리나 사고를 통한 행동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사람만이 지닌 특성이라고 배워온 것들이 아니라는 것이 판명되고 있다. 다른 동물들도 우리처럼 서로 돌보고 감정을 공유한다. 심리학 실험에서는 여러 동물들에게서 자아개념이 있는 것이 확인됐다. 이런 연구결과는 동물과 사람의 관계가 수직관계가 아니라 수평적 관계임을 말한다.

돌고래는 자의식이 있고 추상적인 개념을 이해하며 도구를 사용할 줄 아는 동물로 '비인간 인격체로' 불린다. 게티이미지뱅크
돌고래는 자의식이 있고 추상적인 개념을 이해하며 도구를 사용할 줄 아는 동물로 '비인간 인격체로' 불린다. 게티이미지뱅크

과학자들은 오랜 연구를 통해 돌고래가 사람은 아니지만 사람과 같은 인격체라는 것을 밝혀냈다. 돌고래는 초음파를 이용해 의사소통을 한다. 가시거리가 한정된 바닷속에서는 시력보다는 소리를 이용한 음파탐지가 더 유용하다. 각자가 고유한 휘파람 소리를 내어 마치 사람이 이름을 부르듯 서로를 부르고 알아듣는다. 돌고래는 수다쟁이다. 끊임없이 소리를 내어 의사소통을 한다.

재미있는 것은 돌고래가 내는 소리가 단순한 소리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돌고래는 그들만의 언어가 있다. 인간이 언어를 사용하는 유일한 동물이라 생각했다면 당황스러울 것이다. 돌고래의 언어는 지금까지 인간에게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게 발달했다. 인간이 3,000여개 이상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고, 또 지역마다 사투리가 있는 것처럼 돌고래도 마찬가지다. 같은 돌고래끼리도 전혀 다른 언어들이 있어서 지역이 다른 돌고래는 서로 의사소통을 하지 못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언어를 구사하는 돌고래들 사이에 소통을 해주는 ‘통역돌고래’도 있다. 넓은 바다를 헤엄치는 돌고래 특성상, 중간 지역의 바다에 사는 돌고래들이 태평양 서쪽과 동쪽에 사는 돌고래들의 언어를 이해하고 통역해준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돌고래는 대뇌피질이 발달했다. 대뇌피질은 뇌에서 언어, 감정, 기억력, 사고 등을 담당하는 부분이다. 돌고래의 발달된 대뇌피질이 복잡한 언어소통체계와 감정교류, 뛰어난 기억력을 추정할 만한 근거가 된다.

또한 돌고래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인식한다. 사고를 하고, 추상적인 개념을 이해하며, 도구를 사용하는 능력도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인간이 나와 다른 사람을 구별하고 이름으로 서로를 구분하듯, 돌고래도 각자 자의식을 갖고 다른 개체를 구분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2013월 5월 인도정부는 이를 근거로 돌고래, 범고래 등 고래목 동물이 사람과 마찬가지로 생명과 자유의 권리를 존중 받아야 하는 ‘비인간 인격체’(nonhuman persons)라는 자격을 부여했다. 칠레와 코스타리카는 고래류의 수조사육을 금지했고, 미국 볼티모어 국립 수족관은 돌고래를 바다로 돌려보내는 계획을 실행 중이다. 조지아에 있는 아쿠아리움도 영구적으로 돌고래를 들여오지 않기로 했다.

영화 ‘더 코브: 슬픈 돌고래의 진실’을 보면, 일본 다이지에서 벌어지는 돌고래 살육에 대해 알게 되고, 돌고래쇼나 돌고래 관광을 갈 때마다 미안한 마음과 부끄러움에 돌고래와 눈을 맞추기 어려울 것이다. 일본 다이지에서는 일명 ‘몰아가기’ 포획으로 돌고래를 잡는다. 선박들이 바다를 막고 돌고래가 싫어하는 날카로운 금속음을 내서 고래를 항만 안쪽으로 몰아서 잡는다. 그렇게 잡는 과정에서 수많은 돌고래가 죽임을 당하고, 잡힌 돌고래는 남은 평생을 수족관에서 보낸다.

제돌이와 함께 방류된 삼팔이는 야생에서 번식에도 성공해 새끼와 함께 헤엄을 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제주대-이화여대 돌고래 연구팀 제공
제돌이와 함께 방류된 삼팔이는 야생에서 번식에도 성공해 새끼와 함께 헤엄을 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제주대-이화여대 돌고래 연구팀 제공

2012년 우리는 서울대공원에 있던 남방돌고래 ‘제돌이’를 바다로 돌려보냈다. 자랑스러운 일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더 이상 돌고래를 인간의 이기심으로 가둬두지 않겠다는 상징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올해 2월 울산 남구청에서는 일본 다이지에서 잡힌 야생돌고래를 수입했다. 고래생태체험관에 사육하겠다는 이유다. 그곳은 2009년 개장한 이후 이미 5마리가 죽은 ‘돌고래 무덤’이라 불리는 곳이다. 수조는 수심 3.5m 정도로 몸길이가 4m가량 되는 큰 돌고래가 지내기엔 사람이 평생 욕조에 있는 것과 같다. ‘고래 도시’ 울산의 대표적인 관광시설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이유로 돌고래 잔혹사가 계속되고 있다.

2월 초 울산 남구청이 일본에서 수입한 돌고래가 이송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수입한 2마리 중 1마리는 나흘 만에 폐사했다. 동물보호단체 케어 페이스북
2월 초 울산 남구청이 일본에서 수입한 돌고래가 이송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수입한 2마리 중 1마리는 나흘 만에 폐사했다. 동물보호단체 케어 페이스북

야생 돌고래는 하루 100㎞를 넘게 헤엄치며 50여 년을 산다. 아무리 좋은 사육환경이라 알려진 수족관도 돌고래에겐 감옥이다. 게다가 수족관은 좁고 단순한 구조다. 초음파를 사용하여 길을 찾을 필요도 없고 먹이나 짝을 찾기 위해 동료들과 수다 떨며 몰려 다닐 수도 없다. 수십 년을 감옥에 갇혀 지루함과 답답함으로 서서히 죽어가게 된다. 인간의 즐거움을 위해, 그들을 평생 고통 속에 가두는 것은 너무 잔인하지 않을까.

사람들은 수족관에 갇힌 돌고래와 사진을 찍고 눈을 맞추는 돌고래를 보며 환한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돌고래를 사람과 같은 인격체로 생각해본다면, 돌고래 쇼를 보며 박수를 치고, 돌고래와 함께 헤엄치며 환호하고 기념품 가게에서 돌고래 인형을 사는 우리의 모습이 부끄러워질 것이다.

불편한 진실을 왜 굳이 알아야 하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혹은 동물과 사람이 똑같은 거냐고 되묻는 사람도 있으리라. 동물과 사람 사이에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얼마나 깊게 생각하고 느끼는지에 대한 차이는 여전하다. 하지만 이런 동물에 대한 이해는 차이가 있다고 차별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첫걸음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동물을 아는 것은 우리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이기도 하고, 사람과 다른 모든 생명체들이 공유하며 살아가는 세상을 이해하는 것이다. 우리를 둘러싼 동물에 대해 알게 될수록 자신과 주변의 관계에 대해 감사하는 일도 생긴다.

동물에 대한 배려는 비단 동물만을 위하는 것이 아니다. 지구에서 홀로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생명체는 없다. 관계를 맺지 않고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자주 잊어버린다.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다른 동물과의 공존이 필요하다. 앞으로 이 글을 통해 동물을 이해하면서 더불어 사람의 본성을 이해하는 즐거운 노력을 함께 해보면 어떨까.

박정윤 수의사(올리브 동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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