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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속의 어제] ‘5대 4’ 가까스로 쟁취한 미국 동성혼 합법화, 전 세계로 퍼져 나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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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속의 어제] ‘5대 4’ 가까스로 쟁취한 미국 동성혼 합법화, 전 세계로 퍼져 나가다

입력
2018.06.24 14:27
수정
2018.06.24 20:13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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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미국 연방대법원, 동성혼 합법화 판결

2015년 6월26일 미국 연방대법원의 동성 결혼 합헌 판결 직후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주인인 백악관이 동성애를 상징하는 ‘무지갯빛’ 조명으로 장식돼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5년 6월26일 미국 연방대법원의 동성 결혼 합헌 판결 직후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주인인 백악관이 동성애를 상징하는 ‘무지갯빛’ 조명으로 장식돼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수정헌법 14조에 따라, 모든 미합중국 소속 주는 동성혼을 인정해야 하고 다른 주에서 허가한 동성혼의 효력도 인정해야 한다.

2015년 6월 26일, 미국 연방대법원은 ‘오버거펠 대 호지스’ 사건에 위와 같은 최종 판결을 내렸다. 연방대법원이 ‘진보 4인 대 보수 4인’으로 갈린 가운데,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이 ‘캐스팅보터’로서 동성혼 합법화 지지 입장을 내면서 5대 4로 아슬아슬하게 통과된 다수 의견이었다. 판결만큼이나 여론도 양분됐고, 정치적ㆍ종교적 입장에 따라 논쟁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동성혼 합법화를 이끌어 낸 재판은 2013년 이미 동성혼이 합법화된 메릴랜드주에서 결혼식을 올린 짐 오버거펠과 존 아서 부부가 자신들이 거주하는 오하이오 주정부에도 혼인 관계를 인정해 달라고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불치병에 걸렸던 아서는 소송을 낸 그해 숨졌지만 오버거펠은 아서의 사망증명서에 자신을 배우자로 기명하기 위해 법정 투쟁을 계속했다.

다수의견을 집필한 케네디 대법관은 “결혼은 죽음 후에도 지속될 수 있는 사랑을 상징한다”라며 “동성애자들은 결혼 제도를 존중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 결혼하고 싶어할 정도로 결혼을 깊이 존중하기 때문에 청원하는 것”이라고 적었다. 판결이 나온 날 미국의 성소수자 및 지지 단체는 “사랑이 승리했다(Love Wins)”라며 환호했다. 일찍이 2012년 동성혼 지지 입장을 공개한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은 백악관 외부 조명을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색으로 바꿨다.

하지만 논쟁은 줄어들기는커녕 격화하고 있다. 보수 성향인 공화당은 2016년 전당대회에서 연방대법원의 동성혼 합법화 판결을 겨냥해 각 주에 결혼제도를 통제할 권한을 되돌려 줘야 한다는 당론을 채택했다. 2016년 동성 부부에 결혼증명서 발급을 거부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징계를 받고 사임한 앨라배마주 대법원장 로이 무어는 이듬해 상원의원 후보까지 출마해 낙선했다.

지난 4일 연방대법원은 제과점 주인이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동성 부부에 웨딩 케이크를 판매하는 것을 거부한 사건에 제과점 주인의 손을 들어줬다. 이 판결의 다수의견을 작성한 대법관은 동성혼 합법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앤서니 케네디였다. 워싱턴포스트 등 자유주의 성향 언론조차 대법원의 판결을 지지하면서 “두 진영이 투쟁 대신 대화를 하라는 신호”라고 비평했다.

이런 논쟁에도 불구하고 동성혼 합법화가 뒤집힐 가능성은 낮다. 2018년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67%가 동성혼을 지지하고 31%가 반대해 찬성이 우위에 있다. 반동성애 진영의 핵심인 복음주의 기독교 진영의 강력한 지지를 받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조차 대선 후보 수락연설에서 성소수자 공동체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온라인 지지 기반인 ‘알트라이트’ 가운데는 유명 동성애자가 상당수 존재하며, “나는 게이라 자랑스럽다”고 연설한 실리콘밸리 사업가 피터 틸은 대표적인 트럼프 후원자다.

미 연방대법원의 동성혼 합법화 판결은 세계적으로도 영향을 미쳤다. 아일랜드는 이해 11월 국민투표로 동성혼을 합법화했고, 동성애자임을 공개한 리오 버라드커가 2017년 총리로 취임했다. 2016년엔 콜롬비아가, 2017년엔 핀란드ㆍ독일ㆍ호주가 동성혼 인정 입법을 완료했다. 아시아에서는 대만의 헌법재판소에 해당하는 사법원 대법관회의가 2017년 동성혼을 허용하지 않은 민법에 위헌 판결을 내려 늦어도 2019년에는 동성혼이 합법화된다. 반면 올해 2월과 4월 총ㆍ대선을 치른 코스타리카에선 동성혼 합법화 문제가 최대 정치 쟁점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저작권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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