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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核 해법 징검다리로 ‘핵동결 협상’ 제안…美 외교가 변화 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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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核 해법 징검다리로 ‘핵동결 협상’ 제안…美 외교가 변화 기류

입력
2016.09.2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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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9ㆍ19 공동성명 재확인하고

핵무기ㆍ미사일 실험 중단 땐

식량 지원ㆍ한미훈련 축소 권고

‘핵동결ㆍ사찰단 복귀’ 요구한

6자 재개조건 비해 대폭 양보

“북핵 폭주에 위기감 반영” 분석

윤병세(왼쪽부터)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매리엇 이스트 사이드 호텔에서 열린 북핵 회담 직후 손을 맞잡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윤병세(왼쪽부터)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매리엇 이스트 사이드 호텔에서 열린 북핵 회담 직후 손을 맞잡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북한 핵 문제를 풀기 위한 징검다리 성격의 대안으로 ‘핵동결 협상’이 떠오르고 있다. 미국의 유력 외교안보 전문가그룹인 미국외교협회(CFR)는 최근 발간한 대북 특별보고서에서 그간 미국 내 소수 목소리에 그쳤던 ‘핵동결 협상’을 북한 비핵화의 중간 단계로 설정해 차기 정부에 제안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가 대북 정책인 ‘전략적 인내’를 고수하면서 핵 동결을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삼은 것과는 상반된 협상안이다.

특별보고서가 4개월 뒤 집권할 차기 정부에게 정책 수정을 권고한 것은 미국 여론 주도층의 기류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를 막기 위한 실질적인 대화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 차기 정부도 대북 압박과 동시에 전향적인 대화 가능성을 열어 놓을 가능성이 커, 내년에 북핵 국면이 급진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의 대북 전문가 17명이 초당파적으로 참여한 CFR의 대북 특별보고서의 골격은 대화와 압박 병행론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북한에 실질적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며 문턱을 대폭 낮춘 협상 프로세스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대목이다.

보고서는 우선 비공식 대화의 전제 조건을 두거나, 공식 협상에 앞서 일방적 조치를 요구하는 잘못된 관념을 버릴 것을 충고한 뒤, 공식 협상 재개를 위한 세 가지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2005년 9ㆍ19 공동성명의 재확인, 협상 단계별 점진적 행동 조치 방침, 마지막으로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실험 중단(모라토리엄)이다. 이에 대한 대가로, 한미는 북한 주민들에 대한 식량을 지원하고 한미 군사훈련의 규모와 내용을 수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이런 교환으로 본 협상이 시작되면 초기 단계에선 플루토늄 재처리 및 우라늄 농축 중단, 핵 동결 검증을 위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입국 등 핵능력 동결을 검증하는데 집중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어 북한 비핵화와 인권 개선 및 평화협정 체결과 관계 정상화 등의 포괄적 합의라는 최종 목표를 향해 단계적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협상안은 현재 한미 양국 정부가 고수하고 있는 6자 회담 재개의 전제 조건을 대폭 양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협상 재개 조건이 핵 동결, 본 협상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목표로 했던 그간의 입장에서 후퇴해 핵 동결 협상 재개를 위해 식량 지원과 한미 군사훈련 축소까지 권고한 것이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올 4월까지만 해도 미국 전문가 그룹이 협상 재개 조건으로 핵 동결과 IAEA 사찰단 복귀 등을 요구했던 것에 비해 크게 물러선 내용이다”며 “그만큼 급박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미국 외교 분야 전문가 그룹의 위상을 고려하면 이 같은 협상안은 미국 차기 정부 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 같은 협상안이 정책으로 채택되면 북한이 응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많다. 비핵화 원칙을 천명한 9ㆍ19 공동성명 재확인이 핵 보유국을 천명한 북한 입장과 어긋나긴 하지만,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중단만 선언하면 식량 지원과 함께 한미 군사훈련 축소 등의 성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도 지난해부터 “한미군사훈련을 중단하면 핵실험을 중단할 수 있다”고 제안해왔다. 물론 북한이 식량 지원을 받은 뒤 비핵화 단계에서 또 다시 협상을 깨는 과거의 행동 패턴을 반복할 우려는 남아 있다.

북한의 과거 행태를 모르지 않는 미국의 대북 전문가들이 ‘핵동결 협상’을 징검다리로 내세운 것은 당장 북한 비핵화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반면, 다른 나라로의 핵무기 확산 등 북한의 폭주를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미국 내에서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미국의 대북 정책이 막다른 골목에 왔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고, 기존 정책에 대한 반성, 자기 성찰이 시작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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