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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실체 없는 호남홀대론

입력
2016.04.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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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무시, 타 지역에서는 동조 적어

광주 간 문재인은 “치욕이자 아픔”

총선 정략 홀대론 확대는 비판해야

김원기, 임채정, 이용훈, 고건, 한덕수…우리가 익히 아는 이 이름들이 요즘 온라인과 모바일에서 돌아다니고 있다. 노무현 정부 당시 입법, 사법, 행정, 권력기관 등의 중요 자리를 차지했던 호남 출신 인사들의 명단이다.

이병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띄웠다. “2005년 노무현 대통령은 지시했다. ‘역대 정권에서 광주ㆍ전남 출신이 배제된 정부 핵심 직책이 예산 분야와 육군 책임자다. 내 임기 중 두 분야는 꼭 광주ㆍ전남 인사로 하자.’ 그래서 두 사람이 발탁됐다. 예산처 장관(장병완)과 육참총장(김장수)이었다.”

10여 년 전 당시 호남 인사가 얼마나 많이 중용됐는지를 보여주는 글이 새삼 떠도는 것은 문재인과, 노무현 정부의 ‘호남홀대론’에 대한 호남의 반감이 그만큼 강하기 때문이다. 지금 호남의 반문재인 정서는 단순히 개인 문재인을 싫어하는 게 아니다. 노무현과 참여정부에 대한 감정까지 포함하고 있다. 과거 민주정부를 세우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호남에서 바로 그 민주정부가 부정될 위기에 처했으니 예삿일이 아니다.

노무현-문재인에 대한 호남 정치권의 미묘한 시각은 노무현이 대통령 후보가 된 그 순간부터 어느 정도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심각한 반문재인 정서는 지난해 야당 호남 지역구 의원들의 친노패권 공격과, 김욱 교수 등의 영남패권 공격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됐다. 앞뒤를 뺀 발언 일부와 밑도 끝도 없는 뜬소문이 위력을 내면서 친노패권주의가 사실로 굳어졌고 선거를 앞둔 최근에는 호남 유권자 상당수가 거기에 동조하고 있다.

문제는 호남 사람들이 그렇게 비통해하고 애달파하는 호남홀대론을 타 지역 사람, 그것도 야권 지지자들이 이해하거나 동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영남의 야당 지지자들은, 그 지역에서 정치적 소수자를 자처하며 야당을 찍었으나 호남 사람 눈에 패권주의자를 뽑아준 꼴이 됐으니 난감해하고 있다. 이들은 노무현-문재인이 호남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도 영남 지배 구조를 해체시키지 못했다는 비판은 할 수 있어도, 두 사람이 박정희나 전두환처럼 영남패권을 확대 강화하고 호남을 차별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지난해 새정치민주연합의 그 지루했던 갈등 시기에 틈만 나면 친노패권주의를 입에 올리던 정치인들이 정작 타인이 공감할 패권의 사례를 하나도 제시하지 못했던 것처럼 지금의 호남홀대론도 객관적 사례로 내놓은 것은 없다. 그러니 호남에서 호남홀대론이 아무리 확대, 강화돼도 바깥에서는 여전히 실체를 알 수 없는 모호하고 아리송한 주장으로 들릴 뿐이다. 문재인이 차기 대권 주자 선두를 지키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 아니겠는가.

이 같은 괴리는 선거 결과에 따라 더 확대될 수 있다. 이미 분열된 정치 세력에 이어 야권 지지자마저 크게 갈라설 가능성이 있다. 상상도 하기 싫지만 만약 분열의 결과가 호남 대 비호남 구도로 이어진다면 끔찍한 비극이 될 수밖에 없다. 어렵게 힘을 합쳐 겨우 민주정부를 세우고도 10년 만에 보수세력에게 권력을 넘긴 민주화 세력이 호남홀대론 같은 불분명한 이유로 결별하는 것은 큰 죄를 짓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민주화 세력은 지금 시대착오적 존재로 내몰리고 있지 않은가. 문재인 대표가 광주에서 자신에 대한 비판은 다 수용하겠다면서도 호남 차별이나 호남 홀대는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치욕이고 아픔이라고 한 것은, 그에 대한 좋고 싫음의 감정을 떠나, 경청해주어야 한다고 본다.

이왕 논란이 되고 있으니 우리 모두는 이 기회에 지지 정당이나 거주지역에 상관 없이 호남홀대론의 실체에 대해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보자고 말하고 싶다. 실제로 호남이든 다른 곳이든 대한민국의 어느 한 지역이 홀대를 받는다면 그것은 정의롭지 못한 일이다. 만약 특정 지역이 정말 홀대를 받고 있다면 정파를 초월해 그것을 시정해야 한다. 호남홀대론은 그런 점에서 양심, 정의, 평등, 화합 그리고 역사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거꾸로 정치적 이익을 노리고 호남홀대론을 확대하는 세력은 경계하고 비판해야 한다.

/ 박광희 논설위원 kh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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