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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의 야구와 축구

입력
2024.05.11 04:30
수정
2024.06.07 11:0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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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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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인 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아침부터 내린 비 때문에 취소되자 어린이들과 함께 야구장을 찾았던 롯데 야구팬 가족이 선수들 얼굴이라도 보기 위해 구단버스 출구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뉴스1

어린이날인 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아침부터 내린 비 때문에 취소되자 어린이들과 함께 야구장을 찾았던 롯데 야구팬 가족이 선수들 얼굴이라도 보기 위해 구단버스 출구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뉴스1

어린이날 이벤트는 프로야구 10개 구단의 가장 큰 연중 행사다. 이 행사에는 여러 가지 흥밋거리가 있다. 미래의 고객들을 위한 긍정적 호객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린이날 야구장은 늘 만원 관중이다. 그야말로 축제의 현장이다. 하지만 올해는 준비했던 호객행위가 무위로 돌아갔다. 작년에 이어 전국에 많은 비가 내렸기 때문이다. 작년 어린이날 경기의 우천 취소는 31년 만이었다. 그리고 작년과 올해처럼 2년 연속 우천 취소된 것은 KBO리그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반면 같은 날씨에도 축구 경기는 정상적으로 열렸다. 축구는 어떤 악천후에도 경기 취소는 없다. 이는 축구가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는 의미다. 공 하나를 여럿이 차고 노는 일은 전 세계 어디에나 있었다. 다만 공차기가 단순 놀이라면 비를 맞으면서까지 즐길 이유는 없다.

비를 맞으면서도 진행하는 현대 축구는 중세 영국에서 기원한다. 당시 영국인들의 축구는 공놀이라기보다 마을 간 전쟁이었다. 그러다 보니 축구는 몸의 유희가 아닌 패싸움에 가까웠다. 경기 규칙은 간단했다. 공기를 채운 돼지 방광을 상대 마을의 교회에 갖다 놓으면 승리이다. 교회는 중세 시대에 마을의 중심지였다. 그러므로 교회의 접수는 상대 마을 전체를 탈환했다는 의미였다. 마을 간의 자존심 싸움인 이 경기에는 시간제한도, 반칙이라는 개념도 없었다. 각 마을은 패싸움에 적합한 주민들을 모아 사력을 다했다. 며칠간의 축구가 끝나면 각 마을에는 시체와 부상자가 난무했다. 이렇듯 현대 축구의 효시는 중세 영국의 마을 간 전쟁이었다. 전쟁에서는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날씨에 개의치 않는다. 오로지 마을의 승리만이 중요하다.

지금도 영국 프리미어리그 팀 다수의 이름은 햄(Ham)이나 햄프턴(Hampton)으로 끝난다. 이는 중세 영어로 '마을'을 뜻한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유럽 국가대표 축구팀의 별칭이다. 오렌지 군단(네덜란드), 청황 군단(스웨덴), 아주리 군단(이탈리아), 무적함대(스페인) 등은 전쟁과 관련한 호칭이다. 이 역시 축구의 기원이 전쟁과 무관치 않음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축구와 야구는 날씨의 영향 정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내년 5월 5일은 103주년 어린이날이다. 이날도 비가 오면 100주년 이후 3년간 어린이날에 야외에서 야구를 못 보게 된다.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은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하면서 내건 문구다. 내년 어린이날엔 해맑은 어린이들이 야구장을 찾는 모습을 보고 싶다.


조용준 스포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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