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라인에 보안 강화 요구한 것"… '네이버 지분 매각' 설명 요구엔 발뺌

"보안 거버넌스 재검토 요구" 되풀이
"필요시 한국 정부에 설명"한다면서
'자본 관계 재검토' 설명·언급은 생략

일본 라인 애플리케이션(앱) 운영 회사인 라인야후 홈페이지에 지난달 29일 서비스를 설명하는 문구가 적혀 있다. 홈페이지 캡처

일본 정부가 라인야후에 한국 네이버와 자본관계 재검토를 요구한 행정지도를 내린 것과 관련해 "안전 관리 강화와 보안 거버넌스 재검토 등의 조치를 요구한 것"이라고 7일 밝혔다. 라인야후는 일본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라인(LINE)'의 운영사다. 그러나 정작 핵심인 자본관계 재검토가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에서 한국 기업을 쫓아내려는 차별적인 조치라는 보도가 나오고, 한국 정부는 일본 측과 소통하겠다는 의견을 표명한 데 대한 일본 정부의 대응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보안 거버넌스 재검토에는 여러 방책이 있을 수 있지만, 특정 국가의 기업 여부와 관계없이 위탁처 관리가 적절하게 기능하는 형태여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일본 총무성이 지난 3월 이후 두 차례에 걸쳐 라인야후에 내린 행정지도의 주요 목적이 네이버 지분 정리가 아닌 보안 조치 강화라는 기존 입장을 거듭 확인한 것이다. 앞서 총무성의 나카무라 도모히로 종합통신기반국 이용환경과장은 연합뉴스에 "행정지도의 목적은 적절한 위탁 관리를 위한 보안 거버넌스의 재검토를 요청한 것"이라며 지분 정리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외국 기업 일본 투자 촉진 입장 변함없다"

당시 일본 외무장관이었던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이 2023년 3월 6일 도쿄 집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총무성은 지난해 11월 라인야후와 내부 시스템을 공유하는 네이버 클라우드가 사이버 공격을 받아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이 발생하자, 라인야후의 네이버 의존도를 문제 삼으며 통신 비밀 보호와 보안 강화를 요구하는 행정지도를 내렸다. 행정지도에는 '네이버와 자본 관계 재검토' 등 경영 체제 개선 요구도 포함됐는데, 일본 정부가 네이버에 라인야후 주식 매각을 강요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일본 언론도 '이례적인 조치'라고 지적한 바 있다.

네이버와 일본 소프트뱅크는 라인야후 대주주인 A홀딩스 주식을 50%씩 보유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라인에 대한 독점적 지배권을 얻고자 네이버가 보유한 라인야후 주식 일부를 매입하는 작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지분 조정이 현실화할 경우 일본에서 라인을 만들어 13년 간 사업을 영위해 온 네이버는 대주주 지위와 경영권을 잃게 된다.

일본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잇따라 '보안 검토를 요구한 것뿐'이라고 밝힌 것은, 이 문제가 한일 간 외교 문제로 비화하는 것을 우려해 수습에 나서려는 행보로 읽힌다. 하야시 장관은 "일본과 한국 정부는 평소에도 다양한 분야, 안건에 대해 긴밀한 대화를 하고 있다"며 "(라인야후 건에 대해) 필요에 따라 한국 정부에 정중하게 설명하고자 한다"면서 한국 정부와 소통할 뜻도 밝혔다. 그러나 하야시 장관은 지분 매각, 자본 관계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은 것은 물론, 이에 대한 구체적 설명도 하지 않았다. 정작 가장 핵심적인 사안에 대한 설명 요구엔 발뺌한 셈이다.

도쿄= 류호 특파원 ho@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