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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르완다법' 빗장에 아일랜드가 울상… 난민 '풍선 효과'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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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르완다법' 빗장에 아일랜드가 울상… 난민 '풍선 효과' 생겼다

입력
2024.04.3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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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완다법' 통과에 영국 난민 아일랜드로 이동
리시 수낵 총리 "정책 효과 있다" 자랑했지만
아일랜드 울상… "영국발 난민 돌려보낼 것"

지난달 14일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 거리 한편에 노숙 중인 망명 신청자들의 텐트가 줄지어 서 있다. 더블린=로이터 연합뉴스

지난달 14일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 거리 한편에 노숙 중인 망명 신청자들의 텐트가 줄지어 서 있다. 더블린=로이터 연합뉴스

영국과 육로 국경을 맞댄 아일랜드가 영국발 난민 유입이 급증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영국에서 아프리카 르완다로 망명 신청자를 보내 난민 심사를 진행하게 한 '르완다법'의 영향이라고 아일랜드는 주장한다. 이 법안을 간판 정책으로 밀어 온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벌써 난민 억제 효과가 나타났다고 자부했지만, 난민 '풍선 효과'만 확인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난민들도 '브렉시트'… 아일랜드 향했다

28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아일랜드는 영국에서 넘어온 난민을 되돌려보낼 뜻을 밝혔다. 이날 사이먼 해리스 아일랜드 총리는 "이 나라는 다른 누군가의 이주 문제에 허점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며 헬렌 매켄티 법무장관에게 망명 신청자들을 영국으로 돌려보내는 법안을 내각에 상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영국은 이를 거부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영국 정부 소식통은 "유럽연합(EU)이 우리 난민을 프랑스로 보내는 것을 받아들이기 전엔 아일랜드의 난민 이송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가디언에 밝혔다.

영국으로 향하는 망명 신청자 수십 명이 지난달 6일 소형 보트에 몸을 싣고 영불해협(영국해협)을 건너고 있다. 영국은 소형 보트로 해협을 건너오는 망명 신청자가 폭증하자 이들을 일단 르완다로 보내 난민 심사를 받도록 하는 '르완다법'을 통과시켰다. EPA 연합뉴스

영국으로 향하는 망명 신청자 수십 명이 지난달 6일 소형 보트에 몸을 싣고 영불해협(영국해협)을 건너고 있다. 영국은 소형 보트로 해협을 건너오는 망명 신청자가 폭증하자 이들을 일단 르완다로 보내 난민 심사를 받도록 하는 '르완다법'을 통과시켰다. EPA 연합뉴스

아일랜드가 불만을 토로한 것은 영국의 난민 정책이 만든 '풍선 효과' 때문이다. 앞서 영국 의회에서는 지난 25일 수낵 총리의 야심작 '르완다법'이 통과됐다. 난민 억제를 목표로 한 이 법에 따르면 영국으로 넘어온 망명 신청자들은 우선 아프리카 르완다로 송환돼 난민 심사를 받게 된다. 인권 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르완다가 난민 인권을 제대로 보호할지 의문"이라며 영국 법원까지 제동을 걸었으나 르완다법은 결국 의회 문턱을 넘었다.

영국이 '르완다행 비행기'를 띄우려면 많은 절차가 남았지만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영국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최근 아일랜드로 유입된 난민의 80% 이상은 북아일랜드 국경을 넘어 입국했다"(24일 매켄티 아일랜드 법무장관), "뚜렷한 (난민) 숫자의 증가가 있었고, 르완다법이 상당히 명백한 원인"(26일 미할 마틴 아일랜드 부총리) 등 아일랜드의 문제 제기가 잇따라 터져 나왔다. 르완다 송환을 두려워한 망명 신청자들이 영국령 북아일랜드를 거쳐 이웃 국가 아일랜드로 몰려왔다는 것이다.

지도상 영국과 아일랜드. 잉글랜드(옅은 노란색), 스코틀랜드·웨일스·북아일랜드(짙은 노란색) 등은 영국에 속한다. 북아일랜드 아래에 위치한 아일랜드(초록색)는 북아일랜드를 통해 영국과 육로 국경을 맞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지도상 영국과 아일랜드. 잉글랜드(옅은 노란색), 스코틀랜드·웨일스·북아일랜드(짙은 노란색) 등은 영국에 속한다. 북아일랜드 아래에 위치한 아일랜드(초록색)는 북아일랜드를 통해 영국과 육로 국경을 맞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EU에 속한 아일랜드는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데, 이 국경은 개방된 육로 국경이고 입국 심사도 필요치 않다. 영국에 머물던 난민들에겐 아일랜드가 가장 이동하기 쉬운 나라인 셈이다.

그러나 아일랜드는 이미 난민 문제로 심각한 사회 갈등을 겪고 있다. 인구가 약 510만 명인 아일랜드는 우크라이나 난민을 가장 적극 수용한 나라 중 하나로, 지금까지 10만 명 이상의 난민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임대료가 치솟고 노숙자가 급증하는 등 주택 문제가 대두되며 반(反)이민 정서가 커졌다. 난민 수용 시설에 방화·공격이 잇따르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수낵 총리 "르완다법 효과 입증"

수낵 총리는 아일랜드의 반발을 '르완다법이 통한다'는 자랑으로 삼았다. 그는 지난 27일 "(르완다 이송 시작 전이지만) 억제력은 이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르완다법 성과 강조는 선거를 앞두고 지지율 반등을 끌어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수낵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 지지율은 제1야당 노동당에 20%포인트가량 뒤처지고 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22일 르완다법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에 들어서고 있다. 런던=AFP 연합뉴스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22일 르완다법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에 들어서고 있다. 런던=AFP 연합뉴스

르완다법이 난민 인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은 여전하지만 영국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법 시행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내무부는 29일부터 전국의 망명 신청자들을 찾아내 르완다로 보내기 전까지 구금할 예정이다. 법이 통과된 지 나흘 만에 '구금 작전'에 돌입하는 셈이다. 가디언은 "예상보다 몇 주나 빠른 일정"이라며 "구금 작전은 보수당이 현재 의석의 절반을 잃을 위기인 다음 달 2일 영국 지방의회 선거 시기에 맞춰 시작된다"고 지적했다.

김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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