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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시장 침체기라는데… 근대미술만 잘나가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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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시장 침체기라는데… 근대미술만 잘나가는 이유는

입력
2023.08.17 04:3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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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경매서 시작가 1.7~3배 낙찰, 낙찰률 80%
불황기에도 가치 인정, 고미술보다 접근성 높아
저변 확대, 미술사 가치 재평가… ‘레트로’ 감성도

이세득, 반도호텔 벽화를 위한 원화. 서울옥션 제공

이세득, 반도호텔 벽화를 위한 원화. 서울옥션 제공

지난해 호조였던 미술시장이 올해 들어 얼어붙은 가운데 근대미술작품들은 활발한 거래가 이뤄지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불황기에도 제값을 받을 수 있는 상품 가치가 크다는 게 미술계의 분석이다.

올해 미술시장은 4년 전(2019년 약 826억 원) 수준으로 얼어붙었다. 사단법인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미술품 경매 시장의 매출 규모는 약 81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446억 원)의 56% 수준이다.

하지만 19세기 말부터 20세기로 이어지는 시기의 근대미술 작품은 예외다. 서울옥션의 지난 6월 미술품 경매 전체 낙찰률은 67%에 그쳤다. 그러나 근대미술의 경우 매물로 나온 15점 중 12점이 팔려 낙찰률 80%를 기록했다. 특히 이세득(1921~2001) 작가가 옛 서울의 한 호텔 카페에 벽화를 그리기 전 스케치한 소품(반도호텔 벽화를 위한 원화)은 시작가 1,000만 원의 2.4배인 2,400만 원에 낙찰됐다. 하인두(1930~1989) 작가의 추상화 ‘묘계환중’은 시작가 500만 원의 3배가 넘는 1,550만 원에 팔렸다. 오지호(1905~1982) 작가의 '정물'은 시작가 900만 원의 1.7배인 1,600만 원에 낙찰자의 손에 넘어갔다.

희소성 커... 호황기와 달라진 선호도

오지호, 정물. 서울옥션 제공

오지호, 정물. 서울옥션 제공

미술시장의 내리막 조짐에도 불구하고 근대미술 작품이 관심을 받는 이유는 작품의 희소성 때문이다. 호황기에는 생존 현대미술 작가의 작품을 사들인 뒤, 막연히 작품가가 오르기를 기다리는 수집가도 시장에 진입하지만 불황기에는 이를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에 이미 작품성 평가가 끝난 ‘클래식(고전)’ 작품이 각광을 받는 것이다. 고미술의 경우 대부분 고가라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소품도 많은 근대미술품에 수집가가 몰린다는 게 미술계의 분석이다.

미술시장의 저변이 확대되면서 근대미술의 가치가 재평가받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근대미술은 한국미술이 서양화를 수용하는 과도기 역할로서 예술사적 가치가 크다. 예컨대 이세득의 ‘반도호텔 벽화를 위한 원화’는 한국전쟁 직후인 1954년 1인당 국민소득 70달러 수준으로 세계 최빈국이었던 시절 호텔 벽화를 격식을 갖춰 그리려 했던 자체로서 미술사 사료가 된다.

서양화에 색동저고리 '오방색' 쓴 매력

하인두, 묘계환중. 서울옥션 제공

하인두, 묘계환중. 서울옥션 제공

하인두의 ‘묘계환중’은 추상화지만 한국 전통 색동저고리를 연상케 하는 오방색을 사용했다. 서양미술을 수용했지만, 우리만의 미술을 고민했던 당시의 치열한 작가의식을 들여다볼 수 있는 셈이다. 한국 인상주의 화풍의 선구자로 꼽히는 오지호의 ‘정물’도 서양화이지만 한국 특유의 색감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황소 그림을 그려 넣어 동서양의 미감이 절충된 근대미술의 특성을 드러낸다.

근대미술의 미감은 최근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레트로’ 감성에도 부합한다. 정준모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대표는 “그간 한국 미술시장에는 사실상 고미술과 현대미술만 있었다”며 “국력이 강화되면서 우리 역사와 근대 역사에도 자부심이 커졌고, 근대미술·문화에 자부심이 커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970년대 근대미술, 고미술 붐이 있었는데 그때 수집가들이 이제 80대가 돼 작품을 시장에 내놓고 있기도 하다”며 “(미술시장 침체기에) 투기에 가까운 수집가들이 빠져나가면서, 근대미술의 가치와 미학을 이해하고 호응하는 수집가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김청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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