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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성폭력 의붓아버지와 3개월 살다 결국 극단 선택... 즉각 분리 도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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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성폭력 의붓아버지와 3개월 살다 결국 극단 선택... 즉각 분리 도입해야"

입력
2022.06.09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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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마다 친족 성폭력 피해자들은 광화문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SNS 캡처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마다 친족 성폭력 피해자들은 광화문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SNS 캡처

국회 입법조사처가 현행법이 친족 성폭력 피해를 입은 아동·청소년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함께 사는 보호자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경우 분리 의사를 제대로 밝히지 못하는 만큼, 즉각 분리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9일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허민숙 조사관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친족 성폭력 피해 아동·청소년 보호 방안' 보고서를 지난 8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2021년 5월 충북 청주시 오창읍에서 발생한 여중생 아름이(가명)와 미소(가명)의 성폭력 피해 사건 발생 1년을 맞아 작성됐다. 아름이와 미소는 모두 아름이의 의붓아버지 A씨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는데, 이들은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다가 결국 극단적 선택을 했다.

보고서는 성폭력 수사 개시 후 사망 전까지 3개월간 아름이가 A씨와 함께 살았던 점을 지적하며 그 원인이 현행법에 있다고 봤다. 아동학대 처벌법에 따르면 경찰이나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은 '학대 현장 외의 장소에서 학대 피해가 확인되고, 재학대의 위험이 급박·현저한 경우' 보호시설 인도 등 응급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런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피해아동 등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는 단서문구도 함께 있어, 아름이는 표면적인 자신의 의지에 따라 A씨와 함께 살아야 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허 조사관은 현행법이 성폭력 가해자인 보호자와 분리되는 것을 피해 아동·청소년이 원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동 입장에서는 어디로 분리될지 알 수 없는 것 자체가 공포"라며 "학대한 부모라도 자신이 의존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 분리를 원치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해당 수사관들이 아름이에게 '분리'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은 점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해외에서는 친족 성폭력 피해를 입은 아동·청소년을 그들의 동의 없이도 보호할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아동보호서비스는 아동이 가정에 머무는 것이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법원 명령 없이 아동을 안전한 장소로 이동시킬 수 있고, 이후 아동이 가족 구성원으로부터 지속적 성학대를 당했거나 위험이 있었다는 증거를 제시하면 된다. 캐나다 온타리오주(州)도 친족 성폭력 위험에 처하거나 실제 피해를 입은 아동을 보호하게 돼 있으며, 16세 미만의 아동은 법원 명령 없이 안전한 장소로 이동시킬 수 있다.

보고서는 현행법이 아동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아도 될 '특별한 사정'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보호자가 성폭력 가해자일 경우, 즉각 분리될 수 있도록 '특별한 사정'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조사관은 "보호자가 아동·청소년에게 성폭력을 저질렀을 때는 수사 개시와 함께 아동의 의사와 상관없이 피해 아동을 보호조치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면서 "아울러 친족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범죄의 공소시효를 전격 폐지하는 일 역시 조속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주장했다.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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