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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 원인 1위' 황반변성, ‘1초 촬영’ 안저 검사로 조기 발견 가능

입력
2021.11.01 19:10
수정
2021.11.01 19:52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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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에게서 듣는다] 지동현 성빈센트병원 안과 교수

지동현 성빈센트병원 안과 교수는 "실명 원인 1위 질환인 황반변성을 안저 검사로 조기 발견하면 증상을 개선하거나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성빈센트병원 제공

지동현 성빈센트병원 안과 교수는 "실명 원인 1위 질환인 황반변성을 안저 검사로 조기 발견하면 증상을 개선하거나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성빈센트병원 제공

황반변성은 당뇨망막변증, 녹내장과 함께 3대 실명 질환으로 꼽힌다. 황반변성은 망막 중심부이자 시세포가 몰려 있는 황반 부위가 손상ㆍ변성되면서 사물이 찌그러져 보이거나 직선이 휘어져 보인다.

황반변성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2016년 14만5,018명에서 2020년 20만1,376명으로 4년 새 38.9% 증가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40세 이상 국민 중 13.4%가 황반변성을 앓고 있다(국민건강영양조사).

지동현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안과 교수를 만났다. 지 교수는 “황반변성은 1초 정도면 검사가 끝나는 간단한 안저(眼底) 검사로 진단할 수 있다”며 “황반변성을 조기에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시력이 급격히 떨어져 결국 실명하는 질환이기에 정기적인 안과 검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반변성이란.

“탁구공만 한 우리 눈 안에는 망막이라는 카메라 필름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 있다. 이 망막에서 시각 정보를 전기 신호로 바꿔(다시 말해 그림을 그려) 대뇌로 보내주면 우리가 사물을 인식하게 된다. 망막 중심의 황반(黃斑)이 이런 기능의 90% 이상을 맡고 있다. ‘노란색 원반 모양’이어서 이 같은 이름이 붙여진 황반에는 시세포와 시신경이 집중돼 있어 시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황반도 나이 들면서 노화와 함께 병이 찾아오는데 이 중 가장 무서운 것이 황반변성이다. 황반변성이 생기면 황반 내의 시세포와 시신경이 죽게 되고 망막층에 산소와 영양 물질을 공급하는 ‘맥락막’이라는 혈관층에서 신생 혈관이 자라게 된다. 이 신생 혈관은 암세포 혈관처럼 자기 영역을 벗어나 망막층까지 뻗어나가 망막세포를 파괴하고 출혈을 일으켜 결국 시력을 앗아간다.

황반변성은 변성 상태에 따라 건성(비삼출성)과 습성(삼출성)으로 나뉜다. 건성 황반변성은 전체 황반변성의 90%를 차지한다. 망막에 노폐물이 쌓이거나 신경조직이 약해지긴 했지만 신생 혈관 및 출혈이 없다. 상대적으로 천천히 진행되고 시력 예후가 좋은 편이지만, 적절한 검사 및 관리를 하지 않으면 습성 황반변성으로 진행돼 시력이 저하될 수 있다.

반면 습성 황반변성은 황반 시신경과 시세포가 죽으면서 망막에 산소ㆍ영양분을 공급하는 맥락막(눈 뒤쪽 혈관 막)에 비정상적인 신생 혈관이 자라거나 황반 세포가 심하게 위축된다. 황반변성의 10% 미만이지만 시력 저하가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심각한 편이다.”

-황반변성이 발생하는 이유는.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망막 질환 원인은 ‘노화’가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이 들면서 망막 내 신호 전달 과정에서 발생하는 노폐물(산화 스트레스)을 처리하는 기능이 젊고 건강할 때와 비교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30대 이하 젊은 황반변성 환자는 전체 황반변성 환자의 1%에 불과하고, 40대부터 연령에 따라 점점 증가하며 특히 70대 이상이 황반변성 환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한 당뇨병이나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같은 기저 질환이 망막 혈관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이 밖에 유전 소인, 심혈관계 질환, 흡연, 자외선 노출 등이 발병에 영향을 미친다. 최근 황반변성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은 서구화된 식습관과 고령화가 가장 큰 원인일 것으로 꼽힌다. 또한 안저 검사와 안구 단층촬영검사(OCT)를 많이 하면서 망막 상태를 확인해 볼 기회가 늘고 있는 것도 진단에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생각한다.”

-황반변성은 어떤 증상이 나타나나.

“건성이냐 습성이냐에 따라 증상이 다르다. 건성 황반변성은 초기에 아무 증상이 없어, 안저 검사를 받아야 알 수 있다. 병이 천천히 진행되기에 시력도 서서히 나빠져서 노안으로 오해하기 쉽다. 습성 황반변성은 초기에는 글자나 직선이 흔들려 보이거나 굽어져 보이다가, 나중에는 단어를 읽을 때 글자 공백이 보이거나, 그림을 볼 때 특정 부분이 지워진 것처럼 보이고, 물체가 찌그러져 변형돼 보인다. 황반변성은 시력 중심부로부터 손상되므로 상당히 진행되면 건성과 습성에 상관없이 중심 시야가 흐려져 사람이나 사물을 제대로 보기 어렵다.”

황반변성을 진단하는 암슬러 격자. 정상인이 본 사야(왼쪽)와 황반변성 환자가 보는 시야(오른쪽).

황반변성을 진단하는 암슬러 격자. 정상인이 본 사야(왼쪽)와 황반변성 환자가 보는 시야(오른쪽).

-자기 진단법은 없나.

“‘암슬러 격자 검사’를 하면 된다. 바둑판 무늬처럼 생긴 암슬러 격자를 30~40㎝ 거리를 둔 상태에서 한쪽 눈을 가린다. 이때 정상이라면 바둑판 무늬가 똑바르게 보이지만, 황반에 이상이 생겼으면 격자 선 일부가 끊어지거나 흐려지고 휘어져 보인다. 암슬러 격자 검사가 아니더라도 책을 볼 때 한가운데 글씨가 흐리거나 끊겨 보이면 빨리 병원을 찾아 안저 검사를 받아야 한다.”

-치료할 수 있는 길은 없나.

“안타깝게도 완치는 어렵다. 황반변성이 악화되는 것을 막고 나빠진 시력을 최대한 개선하는 것이 치료 목표다. 치료법으로는 레이저 광응고술, 광역학 치료, 항체 주사 등 3가지가 있다. 요즘에는 항체 주사가 주로 쓰인다. 항체 주사는 시력 저하 원인인 맥락막에 신생 혈관을 만드는 근본 원인인 혈관 내피 세포 성장 인자 자체를 무력화하는 항체(Anti-VEGF)를 유리체 내에 직접 주사해 맥락막 신생 혈관을 쇠퇴시키는 것이다. 시력 개선 효과가 크고 부작용이 적지만 시술 후 효과가 오래 지속되지 않아 1~3개월 간격으로 재시술을 받아야 한다.”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

“황반변성은 빠른 진단과 치료가 예후에 큰 도움이 되므로 예방하려면 질환에 관심을 갖고 조기 발견 노력을 해야 한다. 황반변성을 예방하려면 반드시 금연을 해야 하며,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고 혈압을 적절히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흡연과 고혈압은 망막에 산소를 공급하는 혈액순환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비타민ㆍ루테인 등이 풍부한 신선한 과일과 녹황색 채소, 등 푸른 생선을 충분히 섭취하거나 항산화 영양제를 복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운동은 1주일에 3일 이상 몸에 살짝 땀이 날 정도로 무리 가지 않는 범위에서 하는 것이 좋다.

과도한 햇빛 노출은 눈 노화를 촉진하는 만큼 자외선 강한 날에는 챙이 넓은 모자나 선글라스를 사용하고, 장시간 햇빛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40세 이후에는 1년 한 번씩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을 권장한다.”

-안저 검사를 국가건강검진에 넣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

“황반변성을 포함한 3대 실명 질환이 매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안저 검사는 시력에 중요한 신경인 망막, 망막 혈관, 시신경 유두 등의 이상을 파악하는 기본 검사다. 안저 카메라로 동공을 통해 구조물을 촬영하는 방식으로 1초 정도면 끝날 정도로 매우 간편하다. 인체에 무해한 빛을 단시간 촬영하는 검사여서 후유증도 없다. 실명은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의료비 상승 등 사회적 비용 부담도 늘리는 만큼 정부가 나서서 노안이 생기기 시작하는 40세 이상을 대상으로 안저 검사를 국가건강검진에 넣어 실명을 조기 예방하는 길을 열어야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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