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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 관객 얼마만… 코로나 극장 희망 쏜 ‘소울’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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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 관객 얼마만… 코로나 극장 희망 쏜 ‘소울’ 뒷이야기

입력
2021.01.25 16:21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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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울'에서 주인공 조는 죽음 문턱까지 갔다가 지구고 돌아오나 고양이 몸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영화 '소울'에서 주인공 조는 죽음 문턱까지 갔다가 지구고 돌아오나 고양이 몸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13만837명.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소울’이 지난 23일 모은 전국 관객 수다. 한 영화가 1일 관객 10만명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11월 8일 ‘도굴’(16만7,846명) 이후 76일만이다. ‘소울’이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지옥 문턱까지 갔던 극장가를 되돌려 세운 셈이다. ‘소울’의 누적 관객수는 24일까지 40만8,216명이다.

‘소울’은 애니메이션 명가 픽사의 신작이다. 픽사에 대한 관객들의 절대적인 믿음이 힘을 발휘했다. 관객 평가는 만점에 가깝다. 멀티플렉스 체인 CGV의 관객 평가지수인 골든에그는 25일 기준 97%다. 네이버 관객 평점은 9.43점(10점 만점)이다. 모든 연령층에서 9점 이상을 기록했다. 따사로운 햇살, 거리의 낙엽, 지인과의 수다, 피자 한 조각 등 일상의 소중함을 강조한 영화의 메시지가 관객 마음을 흔들었다. 평범한 삶을 잃은 코로나19 상황과 맞닿아서다.

미국에서도 큰 인기를 모았다. 코로나19로 극장 상영을 포기하고 지난 12월 25일 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에서 독점 공개돼 닐슨 집계 주간(12월 21~27일) 스트리밍 시청 1위(총 시청시간 16억6,900만분)를 차지했다. 3일 시청분량 만으로도 2위 ‘오피스’(14억3,500만분)를 가볍게 따돌렸다.

‘소울’은 흥미로운 요소들을 감춰두고 있기도 하다. 업적과 성취가 없는 삶일지라도 그 자체로 의미 있다는 뚜렷한 교훈 외에도 관객을 매혹할 뒷이야기거리가 많다.

조의 영혼(왼쪽)은 '태어나기 전 세상'에 떨어져 어린 영혼 22번을 지도하게 된다. 조는 삶에 냉소적인 22번을 활용해 지구로 돌아가려 한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조의 영혼(왼쪽)은 '태어나기 전 세상'에 떨어져 어린 영혼 22번을 지도하게 된다. 조는 삶에 냉소적인 22번을 활용해 지구로 돌아가려 한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①22는 픽사의 역사를 의미한다

‘소울’의 주인공은 재즈 피아니스트 조(목소리 연기 제이미 폭스)다. 평생의 꿈을 눈앞에 두고 맨홀에 빠져 사경을 헤맨다. 생명을 되찾으려 허둥대다 ‘태어나기 전 세상’(사람이 태어나기 전 영혼이 머무는 가상의 공간)으로 떨어진다. 죽은 영혼들 중 일부가 잠시 이곳에 머물며 어린 영혼을 지도해 세상으로 내보내는 곳이다. 조는 우여곡절 끝에 22번(티나 페이) 영혼의 멘토가 된다. 22번은 ‘태어나기 전 세상’의 오랜 골칫거리다. 삶은 의미 없다는 냉소적인 생각에 태어나기를 거부해왔다. 영화는 22번이 태초로부터 22번째 영혼임을 암시한다. 22는 픽사의 역사를 의미한다. 픽사는 1995년 첫 번째 작품 ‘토이 스토리’(1995)부터 ‘온워드’(2020)까지 22편의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다. 애니메이션 한 편이 생명을 얻어 대중을 만나기까지 얼마나 지난한 과정을 겪는지를 22번의 모습으로 비유한 셈이다.

영화 '소울'의 조는 자신이 좋아하던 재즈 밴드에 합류할 수 있게 되면서 평생의 꿈을 눈앞에 두게 된다. '소울'은 흑인이 주류로 활동하는 재즈를 소재로 흑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영화 '소울'의 조는 자신이 좋아하던 재즈 밴드에 합류할 수 있게 되면서 평생의 꿈을 눈앞에 두게 된다. '소울'은 흑인이 주류로 활동하는 재즈를 소재로 흑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②픽사 첫 흑인 주인공… 오해 살까 고심

픽사는 인종차별적 내용을 담곤 했던 할리우드 전통 애니메이션과 달리 ‘정치적 올바름’을 지향해 왔다. ‘코코’(2017)는 멕시코를 배경으로 멕시코 명절 사자의 날을 소재로 삼았다. ‘토이 스토리 4’(2019)는 여성주의 담론을 품고 있다. ‘소울’은 픽사의 전통을 확연히 드러낸다. 조는 픽사 애니메이션 최초의 흑인 주인공이다.

선의만으로는 관객을 만족시킬 수 없는 일. 제작진은 조를 어떻게 표현할까 고심이 적지 않았다. 특히 22번이 조의 몸으로, 조의 영혼은 고양이 몸으로 각각 들어가게 되는 설정을 두고 제작 초기부터 내내 고민했다고 한다. 피트 닥터 감독과 켐프 파워 각본가는 미국 연예전문매체 엔터테인먼트 투나잇과의 인터뷰에서 “백인 여자 배우 티나 페이가 22번의 목소리를 연기하는 것을 두고 내부에서 논의를 많이 하고 외부 조언을 많이 참조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흑인을 희화적으로 그렸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영화 '소울' 속 '태어나기 전 세상'의 모습. 어린 영혼들은 이곳에서 감정을 익히고 삶의 영감을 얻어 지구로 향한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영화 '소울' 속 '태어나기 전 세상'의 모습. 어린 영혼들은 이곳에서 감정을 익히고 삶의 영감을 얻어 지구로 향한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③22번 멘토 중에 한국인들도 있다

22번은 오랜 기간 ‘태어나기 전 세상’에 머물며 많은 멘토를 거쳤다. 마더 테레사와 마하트마 간디, 에이브러험 링컨 등 지구에서 온 여러 위인들이 22번에게 삶에 대한 영감(영화에선 ‘불꽃’로 표현된다)을 주려 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22번의 거처에는 ‘불꽃’을 유발하지 못한 멘토들의 이름표들이 벽에 붙어있다.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주니어와 흑인 가수 아레사 프랭클린,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레오나르도 다 빈치 등이 보인다. 이들 사이에 한글 이름 다섯이 있다. 이름표가 겹쳐 정확히 누구인지는 알 수 없다. 이름들 중엔 고인이 된 픽사 직원 2명도 있다.


④코로나19 상황 반영… 결말은 여러 버전 준비

22번 목소리를 연기한 페이는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하다. ‘소울’에 캐스팅 된 후 각본 작업에 참여해 주로 22번의 대사를 만드는데 도움을 줬다. 페이는 ‘소울’에 코로나19 상황을 반영하려 노력했다고 한다.

‘소울’은 마지막 내부 시사회를 열 때까지 결말을 정하지 못했다. 여러 버전을 만들어 두고 내부에서 격론을 펼쳤다. 조가 자기의 몸으로 돌아가 다시 삶을 살게 되는 안, 조가 사후세계에 남게 되는 결말, 조가 다시 살아나서 인간으로 태어난 22번과 재회하게 되는 장면이 치열하게 맞섰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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