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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담요양병원 지정도, 요양보호사 모집도 난항..."전형적인 급조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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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담요양병원 지정도, 요양보호사 모집도 난항..."전형적인 급조 대책"

입력
2021.01.25 04: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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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요양병원 대책 지지부진?
수도권 전담요양병원 2곳만 운영 시작
요양보호사 지원 한달간 17명에 그쳐?
"시설개선 비용·환자이송 시간 간과한 탁상행정"


18일 오전 서울시가 시내 첫 감염병 전담요양병원으로 지정한 강남구 '느루요양병원'에서 열린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한 근무자들이 방호복과 보호장구를 착용해보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오전 서울시가 시내 첫 감염병 전담요양병원으로 지정한 강남구 '느루요양병원'에서 열린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한 근무자들이 방호복과 보호장구를 착용해보고 있다. 연합뉴스


요양시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끊이지 않자 정부가 전담병원을 운영하고 간병인을 파견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별다른 진척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양병원발(發) 사망자가 속출했던 수도권에선 감염병 전담요양병원이 단 두 곳만 운영을 시작했고, 하루 최대 30만원 가까이 지급하는 조건으로 간병인을 모집했지만 지원자는 17명에 그쳤다. 요양병원을 감염병 치료병원으로 바꾸려면 대대적인 시설 개선이 필요한 데다,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고령의 와상(침대에 누워 있는) 환자를 선뜻 돌보겠다는 인력을 찾기 쉽지 않아서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결과"라는 지적마저 나온다.


"전담요양병원 지정" 한 달 지났는데... 수도권엔 2곳뿐

24일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따르면 코로나19 전담요양병원으로 지정된 11곳 가운데 5곳이 운영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이 가운데 수도권에선 서울 강남구 느루요양병원과 경기 평택시 더나은요양병원 두 곳만 지난 18일부터 환자를 받기 시작했다. 정부가 코로나19 전담요양병원 지정 계획을 처음 밝힌 시점이 지난달 22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가동을 시작하는 데 약 한 달이 걸린 것이다.

지정된 나머지 전담요양병원들 가운데는 여전히 진통을 겪고 있는 곳이 적지 않다. 서울시가 지정한 강남구 소재 행복요양병원에선 기존 환자 260여명이 내쫓길 상황에 처하자 가족들이 병원에 호소문을 붙이고 서명 운동을 진행 중이다. 한 보호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요양병원의 기존 환자들은 새로운 환경에 정서적으로 적응하기가 쉽지 않고, 이송 과정에서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서울 구로구 미소들요양병원은 코호트(동일 집단) 격리 중에 코로나19 전담요양병원 지정 통보를 받아 의료진들의 격렬한 반발에 부딪힌 상태다. 미소들요양병원 관계자는 "최근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큰 혼란을 겪었는데, 이번엔 전담요양병원으로 지정된다니 그냥 사표를 쓰겠다는 직원이 많다"고 전했다. 미소들요양병원에선 지난달 15일 첫 확진자가 나온 후 간호사 13명과 간병인 50여명을 포함해 총 226명이 감염됐다.


하루 최대 29만원인데... 17명 지원

요양병원들이 가장 큰 고충으로 꼽았던 '인력난'도 아직 해소될 기미가 없다. 요양병원엔 고령·와상·치매 환자가 많아 코로나19에 걸릴 경우 치료에 돌봄 서비스까지 병행해야 한다. 이 같은 어려움 때문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요양병원에선 의료인과 간병인력 이탈이 잇따르며 악순환이 계속됐다. 이에 정부는 지난달 뒤늦게 간병인(요양보호사)을 모집해 현장에 인력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수본이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3일부터 모집한 파견 간병인에는 단 17명이 지원했다. 위험수당을 비롯한 보상금 하루 13만~18만원과 숙식비(서울 하루 11만원, 광역시 10만원, 시·도 9만원)를 합치면 매일 최대 29만원을 받을 수 있음에도 지원자가 턱없이 적었다.

전국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요양보호사는 연령대가 60대 이상이 많은 데다, 사설업체가 운영하는 간병인들은 중국 동포가 대부분인데 감염 위험도 높고 레벨D 보호복을 입고 간병을 해야 하는 업무에 누가 지원을 하겠나"라며 "지원자를 모집해 파견 인력 숫자를 채우려고 한 발상 자체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전담요양병원으로 지정된 곳들은 어쩔 수 없이 주변 인맥 등을 동원해 간병인을 찾고 있는 실정이다. 코로나19 전담요양병원 한 관계자는 "주변 교회에 연락해 간신히 간병인 20여명을 구했는데,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간호사가 치료와 간병까지 '1인 2역'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여론 잠재우려 급조한 대책"

의료계에선 처음부터 잘못된 대책이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코로나19 경증 환자나 치료 후 음성 판정을 기다리는 환자를 수용하는 역할을 하더라도 감염병 환자를 '치료'하는 시설로 바꾸려면 다인실 중심의 기존 구조를 1인실 위주로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음압시설을 설치하는 등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부족 때문에 정부가 지난달 상급종합병원에 병상을 확보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릴 때도 병원들의 준비 기간을 감안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컸는데, 코로나19 전담요양병원 대책도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요양병원은 만성질환자 치료를 담당하는 곳인데 급성기 질환인 감염병 치료를 전담하는 병원으로 지정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요양병원에서 사망자가 속출하자 비판적인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빨리 내놓을 수 있는 대책이 필요했던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결과물"이라며 "기존 운영 중인 감염병 전담병원을 추가로 확충하는 편이 더 나았다"고 했다.

요양병원의 코로나19 집단감염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동일집단 격리 중인 전북 순창군 요양병원은 누적 확진자가 119명이 됐고, 지난 23일 첫 확진자가 나온 부산 금정부 부곡요양병원에선 현재까지 추가로 9명이 감염됐다.

유환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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