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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2020년대 주역에게 보내는 인수인계書

입력
2020.01.01 18:0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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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ㆍ전쟁 공포 속 맞은 2010년대

파국은 피했지만, 후유증 여전히 이어져

젊은 주역들 새로운 시각으로 헤쳐나가길

게티이미지뱅크 코리아
게티이미지뱅크 코리아

돌이켜보면 10년 전인 2010년 1월, 새로운 10년을 맞이하면서 많은 사람이 기대보다 공포가 컸습니다.

2년 전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지구 곳곳에서 여전히 이어지고, 자칫하면 1930년대 대공황의 비극이 재현될 수 있다는 경고도 쏟아졌습니다. 중국이 신흥 대국으로 성장하면서 유일 패권국 미국과 갈등이 고조됐고, 이는 100년 전 패권국 영국과 이에 도전하던 독일의 충돌이 1차대전으로 비화하던 상황을 연상시켰습니다. 1914년 발칸반도에서 불이 붙은 1차대전은 유럽이 주 전쟁터였지만 미ㆍ중이 군사적으로 충돌한다면 그 전쟁터는 동아시아 특히 한반도가 될 가능성이 높아 우리들은 더욱 긴장했습니다.

10년 전 공포는 현실화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행운이 아니라 과거의 실패에서 교훈을 찾고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모여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기구와 각국 정부는 ‘양적 완화’라는 대응책을 만들어, 협조하며 경제 체제 붕괴를 막았습니다. 미ㆍ중의 갈등은 여전하지만, 무력 충돌 직전까지 갔던 한반도의 긴장 역시 관련국의 협상과 양보로 전쟁을 피했습니다.

하지만 10년 전 잉태된 문제들은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금융위기 당시 각국 정부는 국민의 혈세로 대형 금융회사들의 도산을 막았으나, 그 도움으로 되살아난 금융회사와 대기업은 이후 위기를 벗어난 후 그 과실을 독차지했습니다. 그 결과 금융위기 이전부터 진행되던 불평등은 지난 10년간 더욱 악화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이런 불평등이 고도성장기의 혜택을 누린 1960년대생 이전 세대와 그 이후 태어난 세대 간 불평등으로 표면에 드러났습니다. 세계 각국의 보호무역 정책이 거세지면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도 크게 악화했습니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으로 시작된 ‘남북화해’ 국면은 2년도 되지 않아 물거품이 될 처지입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우리 사회 성장을 이끈 여러 요소들이 힘을 잃고, 향후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가 됐습니다. 그런 점에서 과거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운 여러분들이 이 곤경을 뚫고 나갈 적임자입니다. 다행히 지난 10년간 여러분을 짓누르던 구직의 공포는 2, 3년 내 사라질 것입니다. 베이비 붐 세대의 자녀인 에코세대(1979~92년생) 사회진출이 거의 마무리 단계여서, 사회진출 연령인 25세 전후 인구가 급감하며 구인난이 시작될 것입니다. 조만간 여러분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것으로 보입니다.

여러분은 우리 역사상 어떤 세대보다 풍족하게 성장했고 교육을 많이 받았습니다. 또 태어나서부터 디지털 기기와 기술에 친숙한 최초의 ‘디지털 네이티브’이며, 온라인 등을 통해 다른 나라 젊은이와 교류 경험을 갖춘 글로벌 세대입니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한류’현상은 여러분의 자질이 꽃피울 무한한 잠재력 중 일부가 실현된 것에 불과합니다.

또 여러분은 ‘공정성’에 대한 예민한 감수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런 감수성에서 비롯된 공분은 최근 3년간 우리 사회의 흐름을 바꾸는 촉매제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2020년대의 방향을 결정지을 중요한 요소가 될 것입니다. 다만 공정성이 ‘결과의 공정성’이라는 협소한 정의에 머무른다면 오히려 공정함을 해치는 독이 될 것이라는 점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출발점이 다릅니다. 이런 차이를 이해하는 ‘출발의 공정성’도 고려해야 하며,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개방성과 관용 정신입니다.

우리나라는 개방성 없이는 생존하기 힘든 나라입니다. 무역이 가장 큰 성장동력이라는 점도 있지만, 향후 10년간 생산가능인구가 300만명 가까이 감소해 외국인력 유치를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도 그렇습니다. 우리나라가 일하고 싶고, 살고 싶은 나라가 돼야 우수한 인재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또 머지않은 장래에 본격화할 남북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중요한 요인이기도 합니다.

이상이 2020년대에 대부분 은퇴하게 될 86세대의 일원으로서, 향후 2020년대 나아가 30년대를 이끌게 될 여러분에게 넘기는 인수인계 보고서입니다.

정영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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