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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의혹’ 정신과 의사, 가운 아직 안 벗었다… 정부ㆍ의협 1년 넘게 방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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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의혹’ 정신과 의사, 가운 아직 안 벗었다… 정부ㆍ의협 1년 넘게 방관

입력
2019.08.29 04:40
수정
2019.08.29 06:44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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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정신과 의사 징계한다더니

학회 ‘진료중단권고’ 통보받고도

의협ㆍ복지부 1년 반째 수수방관

의사단체가 심리상담을 받으러 온 환자를 상습 성폭행하는 등 ‘그루밍 성범죄’를 저지른 의혹을 받고 있는 유명 정신과 의사 징계를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징계권한을 가진 의사협회(의협)와 보건복지부는 1년 반이 지나도록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학회)는 지난해 3월 ‘이 의사는 환자에게 위험하니 진료를 멈춰야 한다’고 밝혔지만 의사단체와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수수방관하면서 이 의사는 현재도 진료를 계속하고 있다. 그는 과거 인기 예능프로그램인 ‘무한도전’ 출연으로 유명해진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김모(44)씨로 심리적으로 취약한 상황에 놓인 여러 환자와 성관계 한 사실이 확인(한국일보 5월 23일자 보도)됐고, 협박과 간호인력에 대한 성추행 혐의로도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 5월 28일 방송된 PD수첩 ‘굿 닥터의 위험한 진료’의 한 장면. 이 방송은 성범죄 의혹을 받는 대구 정신건강의학 전문의를 MBC 방송 캡처
지난 5월 28일 방송된 PD수첩 ‘굿 닥터의 위험한 진료’의 한 장면. 이 방송은 성범죄 의혹을 받는 대구 정신건강의학 전문의를 MBC 방송 캡처

학회는 지난해 3월 자율징계 과정에서 김씨의 성범죄 의혹과 환자 정보누설 등을 포착하고 ‘윤리적 문제를 넘어서는 법적, 의학적 문제가 다수 발견됐다’며 ‘김씨는 의사로서 진료를 해서는 안 되는 상태’라는 결론을 내렸다. 학회는 그러면서 김씨를 제명시켰고 ‘진료 중단 권고’를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에 통보했다. 하지만 복지부와 의협이 나란히 침묵하고 있다. 정신과 환자는 의사에게 심리적으로 의존하는 경향이 커서 의사가 이를 악용해 성관계를 할 경우 미국과 독일 등에서는 처벌을 받는다.

28일 복지부와 의협 등에 따르면 복지부는 지난해 4월 김씨 병원을 관할하는 대구 수성구 보건소에 해당 사건을 조사하라고 지시한 뒤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보건소 역시 경찰 수사 의뢰 이외에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현재 김씨는 성추행 혐의 등으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는데 대법원이 유죄를 확정하더라도 김씨는 의사 면허를 유지한다. 현행법(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에 따르면 진료 중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은 12개월간 자격정지를 할 수 있지만 면허박탈 규정은 없다.

복지부는 본보에 대구시의사회가‘전문가 평가제’를 활용해 김씨에 대해 행정처분 요청을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지만, 대구시의사회 역시 김씨 사건을 다루지 않았다. 의협이 중앙윤리위원회에서 김씨 사건을 다룬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평가제는 의사단체가 자체적으로 의학ㆍ윤리적 문제가 있는 회원에 대해 복지부에 면허취소 혹은 면허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요청하는 제도다.

하지만 의협 역시 ‘법원 판결이 먼저’라면서 김씨 사건에 손을 놓고 있다. 회원자격 박탈ㆍ벌금 등 징계를 할 수 있는 의협 중앙윤리위원회(위원회)회의는 올해 4차례 열렸다. 위원회가 김씨 문제를 다뤘느냐는 질문에 의협은 “어떠한 사항도 비공개”라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위원회의 A위원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해당 문제를 논의한 시간은 4차까지 모두 합쳐도 5분도 안 된다”면서 “매번 안건만 소개하고 재판 중이니 넘어가자는 식”이라고 밝혔다. 그는 “위원회에서 김씨를 부른 적도 없다”며 “해외에선 윤리적, 의학적 문제가 있으면 법원 판결과 관계 없이 징계에 착수하는데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라고 털어놨다.

환자단체에서는 의협이 정치적 사안에는 발빠르게 움직이면서, 환자의 안전과 의사들의 비위 등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의협은 지난 21일 고등학생 인턴이었던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을 논문 제1저자로 올린 단국대 의대 장모 교수에 대해서 중앙윤리위 징계심의에 올리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관련 보도가 나온 다음 날이었다. 의협은 이후 사흘 뒤인 24일 중앙윤리위를 열어 장 교수 징계문제를 논의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의협이 정치적인 사안에 대해서만 적극적으로 중앙윤리위원회를 열고 국민들의 안전문제는 방관하고 있다”면서 “의협은 자체적으로 면허정지ㆍ박탈 등을 할 수 있는 자율징계권을 요구하지만, 의사들에게 자율징계권을 주려면 먼저 의협 스스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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