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말 임진왜란 때 일본에 끌려간 조선 도공의 후예로 한일 문화교류 등에 기여한 일본 도예가 14대 심수관(沈壽官)씨가 16일 폐암으로 별세했다. 향년 92세.
심수관가는 1598년 정유재란 때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 도공 중 한 명인 심당길(沈當吉)과 그 후손들이 가고시마(鹿兒島)현에 만든 도자기 명가다. 이들이 구워낸 도자기는 ‘사쓰마도기(薩摩焼)’로 불린다.
후손들은 전대의 이름을 그대로 따르는 습명(襲名) 관습에 따라 본명 대신 심수관이란 이름을 사용한다. 고인의 본명은 오사코 게이사치(大迫惠吉)로, 1964년 14대 심수관이 돼 심수관가를 이끌어왔다. 장남 가즈데루(一輝)씨가 15대 심수관을 맡고 있다.
고인은 한일 문화교류에 기여해 1989년 한국 정부로부터 명예총영사라는 직함을 얻었고, 1999년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2008년에는 남원 명예시민이 됐다. 2004년 당시 일본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을 마친 노무현 대통령이 심수관요를 방문, 고인이 직접 사쓰마도기의 유래와 특징을 설명한 바 있다.
일본에서 심수관가는 고인을 주인공으로 해서 쓴 시바 료타로(司馬遼太郞)의 1964년 소설 ‘고향을 잊기 어렵습니다’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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