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사설] ‘학원 일요일 휴무’, 아동 휴식권과 학습권 사이 절충점 찾아야

알림

[사설] ‘학원 일요일 휴무’, 아동 휴식권과 학습권 사이 절충점 찾아야

입력
2019.06.14 04:40
31면
0 0
지난 4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일대 도로가 심야에 학부모들 차량으로 가득 차 있는 모습.
지난 4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일대 도로가 심야에 학부모들 차량으로 가득 차 있는 모습.

서울시교육청이 일요일에 학원과 교습소를 의무적으로 쉬게 하는 ‘학원 일요 휴무제’ 타당성 연구에 착수했다. 시교육청 산하 교육정책연구소가 학생들의 학원 이용 실태 조사, 학생ㆍ학부모 의견 수렴 등을 거쳐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내년에 법제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학생들의 휴식권을 보장하고 사교육비를 줄이려는 취지지만, 찬반 논란이 클 것으로 보인다.

우리 학생들이 과도한 학습과 극심한 입시 경쟁에 내몰린 현실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회원국 학생들의 주당 평균 학습시간은 35시간인데 한국은 50시간으로 가장 길다. 일요일 하루만이라도 아이들에게 고통을 주는 학원 교습을 제한하자는 주장은 충분한 타당성을 갖고 있다. 매년 최대치를 경신하는 사교육비는 서민들이 허리를 더 졸라매게 하는 요인이다. 하지만 학원 일요 휴무제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교육권 침해라는 주장과 함께 오히려 과외 수요를 늘려 사교육비가 높아질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법제화할 경우 서울 시내 학원과 교습소 중 교과와 관련된 2만여개의 일요일 영업 중단에 따른 반발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학원 일요 휴무제는 서울뿐 아니라 전국적인 현안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비롯한 대다수 진보교육감들이 공약으로 내건 터라 2017년에는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에 공식 안건으로 상정됐다. 당시 참석자 대다수는 아동 권리 보호 측면에서 제도 도입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으나 법제화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부모와 학생의 교육권 침해, 실효성 논란 등의 문제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서울시의회가 2017년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3%는 학원 일요 휴무제 도입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들에게 ‘쉼이 있는 삶’을 만들어주는 것은 어른들의 의무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학원 일요 휴무제를 공약으로 발표하면서 중고생을 배제하고 초등학생만 대상으로 했다. 실현 가능성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아이들에 대한 휴식권 보장과 휴무제 도입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절충점을 찾는 것이 관건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