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아스달 연대기’에서 타곤 역을 맡은 장동건은 지난달 28일 서울 논현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야기가 방대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2화까지 보면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CJ ENM 제공

tvN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는 올해 국내 드라마 최고 화제작으로 꼽힌다. 제작비 540억원이 들어갔고, 한류 스타 송중기ㆍ장동건 등이 출연한다. SBS ‘뿌리 깊은 나무’(2011)와 ‘육룡이 나르샤’(2015) 등으로 유명한 김영현ㆍ박상연 작가가 극본을 썼고, tvN ‘미생’(2014)과 ‘시그널’(2016) 등의 김원석 PD가 연출했다. 국내 드라마에선 보기 드문 상고사를 배경으로 부족 간의 다툼을 다룬 판타지 작품이라는 점도 화제였다. 하루 16시간을 넘긴 해외 촬영과 스태프 안전사고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1일 첫 방송한 ‘아스달 연대기’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여태껏 본 적이 없는 참신한 이야기라는 호평과 제작 규모에 비해 내용이 어설프고 지루하다는 혹평이 맞선다.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뿌린 유명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HBO 제작)과 비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스달 연대기’는 9일(4회) 시청률 7.7%(닐슨코리아 집계)를 기록했다. 나쁘진 않지만 ‘대박’ 수식을 붙일 수 없는 수치다. 한국일보 대중문화팀 기자들이 9일까지 4회를 방송한 ‘아스달 연대기’의 장단점과 제작 의미를 자세히 들여다봤다.

강진구 기자(강)= “최악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재미있지도 않았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파악되지만, 배경 설명이 부족했다. ‘왕좌의 게임’과 영화 ‘반지의 제왕’ 시리즈도 판타지를 다루지만, 그 바탕엔 역사나 친숙한 설정이 있다. 그만큼 상대적으로 이해하기 쉽다. 반면 ‘아스달 연대기’는 백지상태에서 새로운 그림을 그렸다. 시청자에겐 복잡하고 어려울 수밖에 없다. 1회당 방송시간 1시간 20분이 더 길게 느껴진다.”

김표향 기자(김)= “서구 문화는 성경과 그리스ㆍ로마 신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BBC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만 해도 그리스 신전이 자연스럽게 배경으로 등장하지 않나. 마블 영화의 토르 캐릭터도 북유럽 신화에서 가져왔다. 별자리 이름이나 심리학 용어 중에도 그리스ㆍ로마 신화 속 신들의 이름을 따온 경우가 많다. 신화가 일상에 깊이 박혀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한국에 신화는 단군신화뿐이고 교과서에 박제돼 생명력이 없다. 신화의 문화적 기반이 약하니 ‘아스달 연대기’의 신화적 설정이 어색하게 다가오는 게 아닐까.”

양승준 기자(양)= “최근 드라마가 천편일률인 데 반해, ‘아스달 연대기’는 신선했다. 시대극이란 장르에 판타지 형식을 빌려 거대한 세계관을 보여 줬다. MBC ‘태왕사신기’(2007) 이후 첫 시도다. 드라마가 다룬 이민족 배척과 아동 착취는 현 시대 문제이기도 하다. 제사장 아사론(이도경)이 부족연맹장 산웅(김의성)에게 끝없는 침략을 언제까지 반복해야 하는지 묻는 장면이 흥미로웠다. 약소 민족에 대한 침범이나 제국 멸망 등 반복돼 온 약육강식의 인류 역사를 은유적으로 보여 줬다. 과학기술을 맹신하는 개발우선주의와 이에 맞서는 생태주의의 대결을 비유해 현대적인 의미를 띠기도 한다.”

tvN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의 중심인물 은섬은 한류스타 송중기가 연기한다. 사람족과 뇌안탈의 혼혈인 은섬은 신비한 능력을 지닌 것으로 묘사된다. 은섬이 어린 시절을 보낸 부족에서는 말 타기가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지나 그는 말을 다루게 된다. CJ ENM 제공

강= “가장 비판을 받는 부분은 ‘왕좌의 게임’과의 유사성과 고증이다. ‘아스달 연대기’ 도입부 영상부터 비슷하다. 도시 시뮬레이션 게임처럼 건물이 올라가는 모습이 닮았다. 도르래를 사용한 나무 엘리베이터는 ‘왕좌의 게임’의 장벽이 절벽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야만과 문명을 나누는 거대 장애물과 여기에 설치된 인공물이라는 점에서 설정과 상징성까지 닮았다. 도르래는 문명이 어느 정도 발전하면서 등장하는데 상고사 배경 이야기에 활용돼 어색했다. 등장인물이 착용한 액세서리도 시간적 배경에 어울리지 않게 화려하다.”

김= “신이 선택한 자인 은섬(송중기)은 현 시대정신과 맞지 않기도 하다. 드라마가 지나치게 운명론적이다. 타고난 아이라는 이유로 모든 역경과 고난을 이겨낼 수 있다는 정당성이 생긴다. 명마 칸모르도 알아서 따를 정도다. 야심가 타곤(장동건) 등 다른 캐릭터도 전형적이다. 조금은 조악한 컴퓨터그래픽(CG)이 가끔 눈에 거슬리기도 한다.”

양= “드라마 대작화의 과도기를 보여 주는 작품이다. 해외 촬영 때 열악한 스태프 근로 환경 논란을 일으켜 전반적인 드라마 제작 환경 개선이란 숙제를 던졌다. ‘아스달 연대기’ 제작비는 540억원으로, 430억원이 투입돼 화제를 모은 tvN ‘미스터 션샤인’(2018)보다 많다. 드라마 제작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 “세계인의 보편적인 취향을 염두에 두고 제작한 드라마라 할 수 있다. 사실상 국적이 없는 서사를 사용했다. 핏줄 찾기와 로맨스에 유난히 집착하는 한국 드라마의 진부한 화법을 벗어나 인간의 삶을 다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양= “‘미스터 선샤인’과 올해 선보인 ‘킹덤’ ‘아스달 연대기’는 한국 드라마의 세계 시장 진출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스타급 제작진과 한류 스타가 포진한 드라마가 이렇게 짧은 기간 잇달아 나온 적이 없다. 넷플릭스 등 새로운 글로벌 플랫폼이 등장하며 대작 제작 주기가 빨라졌다. ‘아스달 연대기’가 여러 비판을 받는다고 해도 한국 드라마가 세계로 나가는 과정에서 주요한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 점은 분명하다.”

강= “기회이자 위기다. 해외에서 한국 드라마를 적극 소비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진 반면, 국내에서 해외 드라마를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기도 하다. 질 좋은 해외 드라마를 바로바로 볼 수 있는 시대가 됐으니 시청자의 눈높이가 높아졌다. 국내 시장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아스달 연대기’처럼 많은 물량을 투입해 새로운 소재를 개발할 필요는 있다.”

양승준ㆍ김표향ㆍ강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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