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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애국 앞에 보수와 진보가 없다”는 현충일 추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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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애국 앞에 보수와 진보가 없다”는 현충일 추념사

입력
2019.06.07 04:40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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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6일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4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6·25 전장으로 떠난 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남편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김차희(93) 씨의 편지 낭독을 듣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류효진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6일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4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6·25 전장으로 떠난 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남편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김차희(93) 씨의 편지 낭독을 듣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류효진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6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4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보수와 진보의 화합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추념사에서 “애국 앞에 보수와 진보가 없다. 기득권이나 사익이 아니라 국가공동체의 운명을 자신의 운명으로 여기는 마음이 애국”이라며 “기득권에 매달린다면 보수든 진보든 진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보훈의 의미에 대해 “스스로를 보수라고 생각하든 진보라고 생각하든 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상식선에서 애국을 생각한다면 통합된 사회로 발전해갈 수 있을 것”이라며 “그것이야말로 이 시대의 진정한 보훈”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추념사 도중 최근 청해부대 최영함 입항 행사 중 사고로 순직한 고(故) 최종근 하사를 거론한 뒤 유가족과 동료들에게 위로의 박수를 청했다. 추념사 원고에 없던 내용을 즉석에서 추가한 것이다. 현충탑 분향도 최 하사 부모에게 양보했다. 대통령 내외가 하는 대표 분향을 순직 유공자 부모가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등과도 인사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추념사에서 통합을 강조하면서 약산 김원봉의 공적을 거론한 것이 다시 정치권의 쟁점으로 불거진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문 대통령이 “약산 김원봉 선생이 이끌던 조선의용대가 (광복군에) 편입되어 마침내 민족의 독립운동 역량을 집결했다”라고 한 대목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귀를 의심케 한다”며 문제 삼았다. 김원봉이 북한 정권 수립에 참여했다는 이유에서다. 사회주의 독립운동가에 대한 평가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다만 문 대통령이 나라를 지키는 데 좌우나 남녀노소가 따로 있을 수 없다는 차원에서 언급한 내용을 과잉 해석하며 통합의 메시지를 폄하하는 건 안타깝다.

문 대통령이 호국영령을 기리는 행사에서 통합과 화합을 유독 강조한 것은 좌우로 갈라져 반목하는 우리 사회 이념 갈등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이 같은 우리 사회의 분열상은 여야 정치권이 편가르기 정쟁으로 갈등을 조장해온 데 큰 책임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더 이상의 국론 분열을 막으려면 문 대통령과 집권당이 먼저 달라져야 한다. 좌우를 벗어나 국익의 관점에서 정책과 인사를 실행하는 게 중요하다. 통합과 화합이라는 현충일 메시지를 당장 실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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